80af235e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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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1001.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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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1001.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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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1001.3": "아침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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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1001.4": "창밖 세상이 어슴푸레 밝아 오고 있었다.\r\n이제 막 잠에서 깬 소녀는 아직 몽롱했다.\r\n그때, 어렴풋한 의식 속에서도 다가오는 인기척이 느껴졌다.\r\n“……집으로 찾아온 건가……”\r\n소녀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칼자루를 향하려던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와 안도감이 들었다.\r\n“회복력이 정말 좋네. 어제 그렇게 당하고도…… 하룻밤 만에 거의 다 나았잖아.”\r\n“……그렇다고 매번 그렇게 무모하게 달려들면 안 돼.”\r\n“오늘은 세일하는 고기랑 채소도 있으니, 돌아오면 세이나가 든든하게 먹고 몸보신 할 수 있겠다.”\r\n“물론, 요리는 결국 세이나가 하겠지만 말이야.”\r\n“뭐…… 아무래도 우리보다는 세이나가 만든 게 훨씬 맛있잖아.”\r\n\r\n“딸칵……”\r\n다시 잠에 빠져들 무렵, 소녀는 조심스레 문을 여닫는 소리를 들었다.\r\n\r\n숲의 안개 위로 스민 아침 햇살이 고요히 번져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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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1002.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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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1002.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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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1002.3": "평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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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1002.4": "따스한 산들바람 속에서 시골의 일상은 어김없이 펼쳐졌다.\r\n“뭐라고?! 또 우드모트들이 장난치는 거야?!”\r\n새들은 짹짹거리며 소녀에게 하소연하듯 지저귀고는, 곧장 숲을 향해 날아갔다.\r\n\r\n“어라? 자, 잠깐만! 난 날개가 없단 말이야!”\r\n바람을 가르며 걸음을 내디딘 소녀는 하늘을 나는 새들을 따라가려 애썼다.\r\n끝없이 펼쳐진 밀밭과 작은 소녀의 그림자가 따스한 석양빛에 물들었다.\r\n\r\n“꼬르륵……”\r\n그제야 소녀는 식사 시간이 한참 지났다는 걸 떠올렸다.\r\n“정말이지, 이번엔 제대로 혼쭐을 내줘야겠어!”\r\n\r\n들판을 지나고, 시냇물을 건너, 마음속 사명을 품고 숲의 작은 수호자는 오늘도 활기차게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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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1003.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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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1003.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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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1003.3": "황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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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1003.4": "노을빛과 무지갯빛이 뒤섞이는 가운데, 도시의 소란스러움이 점차 잦아들었다.\r\n\r\n“찰칵……”\r\n하늘에서 셔터 소리가 들렸다.\r\n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그 순간의 현실이 카메라 렌즈에 오롯이 담겼다.\r\n빗자루에 올라탄 마녀가 구름 사이를 누비며, 그 아래 숨겨진 진실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r\n\r\n“오~ 이거 요즘 논란에 빠진 그 녀석 아니야? 표정 괜찮은데~”\r\n“이 각도에서도 한번 찍어볼까~”\r\n“앗, 들켰나? 그래도 이미 엄청나게 흥미로운 걸 건졌지롱!”\r\n밤의 장막 속, 렌즈 너머의 장난기 어린 눈빛이 별 무리처럼 검은 하늘을 환히 밝히고 있었다.\r\n\r\n그녀는 오늘 건진 뜻밖의 수확에 꽤나 만족한 눈치였다.\r\n“내일 1면은 네가 장식해 줘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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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1004.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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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1004.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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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1004.3": "분홍빛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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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1004.4": "형형색색의 방울이 꿈결 속을 두둥실 떠다니고, 베일 같은 물결이 해안을 살며시 어루만지며,\r\n뭉게뭉게 구름마다 은은한 빛이 감돌았다.\r\n물감을 묻힌 붓끝으로 물에 비친 그림자를 하나씩 섬세히 그려 나갔다.\r\n붓질 한 번마다 물결 따라 색이 흔들리고, 찰나마다 꿈이 파도와 함께 일렁였다.\r\n\r\n……현실이 아무리 잔인하더라도, 이곳만은 언제나 따뜻하고 고요했다.\r\n파도가 일고 구름이 몰려와도, 마음속 먹구름은 씻겨나간 색처럼 서서히 수면 위에서 흩어졌다.\r\n\r\n자유를 향한 길은 역시 생각했던 것만큼 쉽지 않았다.\r\n내가 바라던 탑의 보호를 벗어난 바깥 풍경이 정말 이런 것이었을까?\r\n\r\n\r\n도리도리 고개를 저은 그녀는 일어나 물기를 툭툭 털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곧장 앞으로 나아갔다.\r\n……성을 벗어난 공주는 이런 사소한 일에 무너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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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1005.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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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1005.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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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1005.3": "고독한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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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1005.4": "“아, 사라졌네.”\r\n어느새 소녀는 사막 깊숙한 곳까지 쫓고 있었다.\r\n\r\n황야를 떠도는 장모 고양이는 여행가를 미지의 별의 탑으로 이끈다는 소문이 있다.\r\n그 고양이와 눈만 마주치면, 숨겨진 길이 드러난다고 했다.\r\n\r\n모래바람이 한바탕 휘몰아치자, 날렵한 털 뭉치는 어느새 자취를 감춰버렸다.\r\n잠시 말이 없던 그녀는 가볍게 뛰어 등 뒤에 있던 바위 위로 올라섰다. \r\n공기 중엔 흙먼지가 자욱했고, 끝없이 펼쳐진 사막은 비밀을 감춘 채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r\n\r\n“희미한 발자국을 따라 계속 걷고 있어. 사막은 익숙해진 지 오래인데도, 여기는 왠지 낯설게 느껴져.\r\n시간은 멈춘 것만 같고, 바람 속에 아주 오래된 메아리가 퍼지는 것만 같아.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가슴 깊이 차오르네……”\r\n쏟아지는 한 줄기 햇살 아래, 자판 위를 움직이던 손끝이 갑자기 멈췄다……\r\n고개를 번쩍 든 그때, 저 멀리 수정처럼 반짝이는 눈동자와 시선이 딱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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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1006.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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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1006.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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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1006.3": "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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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1006.4": "복잡한 마음을 내려놓기 위해 그녀는 문을 열고 적막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r\n옅은 안개가 감도는 이른 아침, 나뭇잎 사이로 스며든 햇빛의 그림자가 그녀의 발걸음에 맞춰 일렁였다.\r\n\r\n“미안, 내가 늦었지.”\r\n숲속 주민들은 이미 개울가에 모여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r\n동료들을 향해 내디딜 때마다 마음속 불안이 조금씩 잦아들었다.\r\n\r\n“오늘도 잘 부탁해.”\r\n졸졸 흐르는 맑은 시냇물에 발을 담그고, 마음 가는 대로 물장구를 치자, 마음속에서 기쁨이 피어올랐다.\r\n즐겁게 뛰노는 생명체들과 펄럭이는 치맛자락 모두 아침 햇살과 자연의 축복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r\n\r\n바깥세상이 아무리 소란스러워도, 이곳만큼은 언제나 그녀가 자신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안식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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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1007.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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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1007.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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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1007.3":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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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1007.4": "“곧 퇴근할 시간인데, 왜 이제야 왔어요.”\r\n“거기다 그쪽이 처리하려는 건 임시거주증명이잖아요. 나는 장기 거주 담당이에요.”\r\n유리창 너머로 귀찮은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r\n짧은 침묵 끝에, 조그만 책자 하나가 스윽하고 아래 틈새로 밀려 나왔다.\r\n“이거, 가져가서 잘 읽어봐요.”\r\n“참나…… 역시 여행가란 것들은 죄다 도시 구경 한번 못 해본 촌뜨기라니까.”\r\n\r\n어제의 난처했던 상황이 떠오르자 다소 불쾌해졌지만, 달리 어쩔 도리가 없었다.\r\n지붕 위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풍경은 여느 때처럼 아름답기만 했다.\r\n하지만 소녀는 이 도시의 잔혹한 본질을 알고 있었다.\r\n\r\n앞으로 마주해야 할 이 도시를 바라보며, 마음속에서 전의가 활활 타올랐다.\r\n“두고 봐, 언젠가는…… 이 도시를 깜짝 놀라게 해줄 테니까.”\r\n늘 의기소침했던 그녀지만, 이 순간만큼은 마음을 옥죄던 짐을 내려놓고 고개를 꼿꼿이 치켜들었다.\r\n……그때 그녀의 머리칼과 망토가 바람에 춤추듯 나부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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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1008.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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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1008.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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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1008.3": "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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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1008.4": "“아모르에서 온 편지 세 통, 필리에에서 온 소포 다섯 개…… 그리고 신문 스물다섯 부!”\r\n그녀는 펜을 들어 목록에 있는 항목들을 하나씩 체크했다.\r\n“좋아. 오늘 택배는 전부 배송 완료했고, 요금 정산도 다 끝났어!”\r\n\r\n태양이 천천히 지평선 너머로 내려앉는 가운데, 그녀가 이마의 땀을 쓱 훔치며 먼 산을 바라보았다.\r\n무슨 상상을 하는지, 그녀의 입가엔 어느새 잔잔한 미소가 피어올랐다.\r\n\r\n자세히 보니, 그 정답은 반짝이는 두 눈동자 속에 담겨 있었다.\r\n고생 끝에 마주한 풍경에 대한 감탄,\r\n땀 흘린 하루 끝에 피어난 메신저로서의 자부심,\r\n숱한 고난과 역경을 넘어 펼쳐진 미래에 대한 무한한 기대였다.\r\n\r\n“아니거든.”\r\n“그냥 좀 이따 나한테 어떤 보상을 해줄까 생각 중이었어! 하루 종일 동에 번쩍 서에 번쩍했더니, 힘들어 죽겠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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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2001.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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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2001.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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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2001.3": "성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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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2001.4": "꿀꺽!!! 꿀꺽!!!\r\n연회가 시작되었다……\r\n\r\n맨 앞에 선 용사의 뾰족한 모자 끝은 분명 아이스크림콘처럼 바삭할 것이다.\r\n기어가는 마술사는 지팡이 대신 한입에 와삭 씹어먹을 수 있는 막대사탕을 들고 있었다.\r\n맨 뒤에 숨어 있는 긴 머리의 괴짜, 다 봤어!\r\n네 주머니에 든 병들은 뭐지? 내가 몽땅 다 마셔버리겠어!\r\n\r\n꿀꺽!!! 꿀꺽!!!\r\n그들이 식탁 위로 올라섰다……\r\n\r\n꿀꺽!!! 꿀꺽!!!\r\n그들이 우리를 발견했다……\r\n\r\n하나, 둘, 셋! 내 그릇 뺏지 마!\r\n하나, 둘, 셋! 내 접시 깨뜨리지 마!\r\n준비…… 준비……\r\n이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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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2002.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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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2002.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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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2002.3": "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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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2002.4": "“크르릉! 오늘 당번은 누구지?!”\r\n“어제는 내가 화끈하게 세 번이나 했잖아. 오늘은 나 아니야!”\r\n“젤리젤리는…… 아니야…… 젤리젤리는…… 목욕해야 돼……”\r\n“꿀꺽!!! 꿀꺽!!!”\r\n“크르릉! 이 게으른 펭귄 녀석, 그만 좀 자! 너잖아!”\r\n“저 팔다리 길쭉한 녀석들이 곧 올라온다고! 얼른 안 가고 뭐 해!”\r\n“꿀꺽!!! 나 깡통이랑 자리 바꿨어……”\r\n“문을 지키는 건 걔고, 나는 위야……”\r\n“크르릉! 깡통이! 깡통이는 어딨어?”\r\n“그 녀석은 믿을 수 없으니, 역시 내가 가야겠어! 화끈하게 태워주지!”\r\n“꾸, 꿀꺽!!! 부, 불이야!!”\r\n“젤리젤리는…… 뜨거운 물로 목욕하면 안 돼……”\r\n“젤리젤리가……녹는다아악……”\r\n“각오해라! 이게 바로 나의 불꽃 용암이다!”\r\n“크르릉! 넌 빠져! 괜히 방해하지 말고!”\r\n“꿀꺽!!! 불 끄자!!! 불 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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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2003.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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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2003.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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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2003.3": "극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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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2003.4":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음악인가.\r\n이 얼마나 혼을 빼는 리듬인가.\r\n나의 영역에 한번 발을 들이면, 나와 함께 춤을 춰야만 떠날 수 있지.\r\n\r\n자, 마음껏 즐겨봐. 이 화려하고, 영원하며, 눈부신 무도회를 말이야.\r\n자, 너의 그 가엾고, 언제든 깨질 것만 같으며, 차가운 육체를 마음껏 지배해 봐.\r\n나의 북소리가 곧 너의 심장 박동이고,\r\n나의 박수 소리는 곧 너의 비명이지.\r\n왜 그렇게 얼굴이 창백하지?\r\n왜 그렇게 식은땀을 흘리는 거야?\r\n\r\n자, 어서 와, 나와 함께 춤추자.\r\n자, 어서 와, 너에게 안식을 선사하지.\r\n이 얼마나 귀를 기울이게 하는 박자인가.\r\n이 얼마나 심취하게 하는 선율인가.\r\n내 영역에 발을 디딘 이상, 나와 함께 춤춰야 해. 완전히 빠져들 때까지 추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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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2005.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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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2005.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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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2005.3":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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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2005.4": "불태워라, 흔들어라.\r\n가장 열정적인 음악은 가장 뜨거운 불꽃에서 태어나는 법!\r\n안 들려, 소리를 더 키워 봐!\r\n네 열정과 분노, 그리고 농담 속에 숨겨둔 진짜 야망을 보여줘!\r\n\r\n그래, 바로 그거야!\r\n내게 손을 줘. 걱정 마, 데이지 않을 테니까.\r\n착하게 굴면, 특별히 나의 날카로운 발톱도 만져보게 해줄게.\r\n뭐? 지금 나보고 ‘귀여워’라고 한 거야?!\r\n흥, 그건 네가 내 진짜 모습을 못 봐서 그런 거야~\r\n\r\n불태워라, 흔들어라.\r\n안 들려, 아직도 안 들린다고! 소리를 좀 더 키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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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2006.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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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2006.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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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2006.3": "상서로운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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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2006.4": "너희의 부름을 들었고,\r\n너희의 기도를 들었다.\r\n장벽을 넘어온 자는 이미 연기처럼 사라졌고,\r\n신의 자리를 모욕한 자는 여전히 별의 정점을 차지하고 있도다.\r\n\r\n감히 내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r\n감히 내 단단한 비늘을 꿰뚫다니.\r\n대체 누가 네게 그런 배짱을 준 것이지?\r\n대체 누가 너에게 그런 힘을 쥐여준 것이지?\r\n\r\n한심하도다, 신도들이여. 보잘것없는 광대를 귀빈으로 떠받드는구나.\r\n가엾도다, 우매한 자들이여. 영웅을 반역자로 몰아세우는구나.\r\n충언은 귀에 거슬리고, 좋은 약은 입에 쓴 법.\r\n천하의 형세는 그저 묵묵히 지켜보면 자연히 판가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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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2007.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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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2007.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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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2007.3": "바람을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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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2007.4": "“짹짹, 짹짹.”\r\n“들었어? 숲에서 엄청 큰 무도회가 열린대, 짹짹.”\r\n“아우우! 꼭두새벽부터 우리 집 대문을 그렇게 쪼아댄 게 겨우 그거 때문이었어? 아우우~”\r\n“우린 진작에 알았지! 아우우! 초대장도 받았다고, 아우우!”\r\n“초대장? 짹짹이는 없는데?”\r\n\r\n“설마…… 짹짹이도 모르게 숲의 신을 화나게 한 걸까?”\r\n“아우우?! 그럴 리가? 쥐들이 신의 이름이 새겨진 사과를 네 집 앞에 놔뒀을 텐데……”\r\n“분명 또 그 쥐들이 게으름 피운 거야! 내가 신께 말해줄게! 아우우!”\r\n“사과라면…… 짹짹이가…… 먹어버린 것 같아.”\r\n“짹짹이는 그냥 나무에서 떨어진 사과인 줄 알았단 말이야, 짹짹.”\r\n“바보! 이 바보!”\r\n“그럼 맛있는 것 좀 챙겨서 문지기 고슴도치들을 매수하는 수밖에 없겠네, 아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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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2008.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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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2008.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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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2008.3": "물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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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2008.4": "물거품, 물거품, 부풀어 오르는 물거품.\r\n물보라, 물보라, 끝없이 피어나는 물보라.\r\n\r\n또다시 찾아온 가장 즐거운 시간.\r\n물 온도를 맞추고, 수건을 챙기고, 고무 오리도 들지.\r\n음악을 틀고, 간식 포장을 뜯고, 수도꼭지도 콸콸 틀어.\r\n보글보글, 피로가 스르르 녹아내리지.\r\n첨벙첨벙, 스트레스가 와르르 풀리지.\r\n\r\n따뜻한 물은 모든 고민을 잊게 만드는 마법이고,\r\n욕조는 온갖 근심을 덜어주는 최고의 처방이지.\r\n\r\n이렇게 소중한 휴식 시간만큼은\r\n젤리젤리 가문의 작위와 책임도 내려놓을 수 있어.\r\n설령 강적이 나타난다 해도,\r\n젤리젤리가 목욕을 다 끝낼 때까지는 기다려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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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2009.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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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2009.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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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2009.3": "검은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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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2009.4": "모든 욕망의 시작은 생명이 처음 탄생한 순간이었다.\r\n나는 고대의 부름에 따라, 운명의 주사위를 손에 쥐었다.\r\n깊은 바닷속으로 은화 한 닢을 던졌으며,\r\n아득한 하늘 끝자락에는 별 하나를 걸어두었다.\r\n\r\n나는 질서 밖의 관찰자이자, 시간의 틈새에 자리한 존재로,\r\n수많은 신도의 탐욕 어린 기도를 들었다.\r\n나는 두려움의 씨앗을 뿌리고, 신앙의 힘을 삼키며, 가장 경건한 신도들을 내쳤다.\r\n내가 만든 움직이는 미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는 없었다.\r\n끝없이 이어지는 반복에 지쳤고, 뻔한 결말의 놀이도 지겨워졌다.\r\n\r\n그래서 나는 펜을 들고, 운명의 책에 적힌 글자를 고쳐 썼고,\r\n무시무시한 비밀이 세상에 퍼지도록 내버려두었다.\r\n“이 문을 들어서는 자,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리라.”\r\n“이 경계를 깨트리는 자, 무엇이든 이룰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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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2010.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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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2010.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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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2010.3": "강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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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2010.4": "드디어 내가 등장할 차례인가?\r\n오랫동안 기다려온 순간인데, 왠지 익숙하게 느껴지기도 하는군.\r\n결전의 막이 오르고, 싸움터의 사슬에서 철컹 철컹 소리가 울려 퍼졌다.\r\n여긴 나만의 무대야. 가장 완벽한 답을 내놓고 말겠어.\r\n\r\n자, 전력으로 덤벼라.\r\n날 하찮고 보잘것없는 존재로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지.\r\n네 사소한 허점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겠다.\r\n설령 쓰러진다 해도, 다시 일어날 것이고,\r\n다음 도전자가 오기를 기다릴 것이다.\r\n설령 남이 비웃는다 해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r\n난 구석에 처박혀 질질 짜는 한심한 존재가 아니니까.\r\n왜 최후의 순간이 마지막 방에서만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지?\r\n내가 지키는 이곳이야말로, 모든 이의 최후가 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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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03.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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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03.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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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03.3": "열대야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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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03.4": "“오늘 밤이 마지막 공연이야.”\r\n“첫 공연이지.”\r\n“그…… 그치만, 이번 공연이 잘 안 되면, 우린 다시 무대에 설 이유가 없어.”\r\n나는 기타를 품에 꼭 끌어 안고 구석에 웅크린 채, 벌벌 떨며 말했다.\r\n“몸이 안 좋으면 여기서 쉬어…… 이번엔 나한테 맡기고!”\r\n“……아니, 무대에 설 거야! 무, 무조건 설 거야.”\r\n억울한 마음에 번쩍 고개를 들었지만,\r\n세상 무서운 것이 없는 그녀의 표정을 보자, 괜히 더 위축되어 다시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r\n“시간이 조금만 더 있다면…… 나도 조금만 더 노력하면……”\r\n\r\n“이럴 때 필요한 게 있지!”\r\n순간, 그녀가 무대의 두터운 커튼 한쪽을 확 들춰 올렸고, 곧 알록달록한 환희의 빛이 두 눈으로 쏟아졌다.\r\n\r\n생각났다. 비 내리던 밤, 우산을 들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r\n조용하고, 어둡고, 적막한 거리.\r\n바쁘고 따분한 나날을 더욱 답답하게 만드는 풍경이었다.\r\n\r\n그 순간, 번개처럼 강렬한 기타 선율이 밤의 적막을 가르며 울려 퍼졌다.\r\n짜릿했고, 황홀했고, 가슴이 뛰었다…… 그건 빗줄기를 뚫고, 적막을 깨뜨린……\r\n색이었다.\r\n\r\n그래, 지금 난 그 색을 되찾고, 또 어떻게든 이어가야 해.\r\n\r\n“가자, 이제 우리 차례야!” 내 손을 맞잡은 또 하나의 손이 날 조명이 비추는 방향으로 이끌었다.\r\n포효하자, 끓어오르자, 불타오르자.\r\n가슴속의 ‘갈망’을 전부 쏟아내자!\r\n이 열정의 밤은 계속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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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04.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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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04.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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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04.3": "괴도 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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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04.4": "밤의 막이 오르고, 경보음이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r\n괴도 콤비라 불리는 자매가 또다시 모습을 드러냈다.\r\n“‘괴도 콤비 전담반’ 반장으로서…… 혼자 남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괴도 콤비를 체포하고 말겠어.”\r\n사무실 책상 위에 놓인 헬멧이 도시 빌딩들의 불빛을 받아 반짝였다.\r\n장비를 착용한 소녀가 거칠게 액셀을 밟았다…… 무언가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r\n\r\n“언니, 우리 밑에…… 갑옷 차림의 이상한 녀석이 바이크로 쫓아오는 것 같아!”\r\n“저런 둔한 녀석이 따라올 수 있을 리가…… 잘 봐, 내가 본때를 보여줄 테니.”\r\n“그러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r\n“어이, 우리 뒤에 붙은 얼간이! 그 고물로는 평생 우리 발끝도 못 쫓아오니, 뒤통수나 실컷 보면서 매연이나 마시라고!”\r\n“언니, 스케이트보드에서 매연 같은 건 안 나잖아…… 뭔가 이상한데, 헉! 저 사람 헬멧을 벗었어! 우리를 조준하는 것 같아!”\r\n“뭐? 여기가 영화 촬영장이라도 되는 줄 알아? 말이 되는 소릴……”\r\n쾅!!! 거센 충격음과 함께 두 사람이 뒤엉켜 바닥에 나뒹굴었다.\r\n“일석이조군, 괴도 콤비 체포 완료.”\r\n\r\n“……우릴 잡았으니, 보상으로 특별히 질문 세 개쯤은 받아줄게.”\r\n“흥, 우리는……”\r\n“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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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05.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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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05.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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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05.3": "★~펑펑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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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05.4":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금부터 오늘의 중요 뉴스를 전해드리겠습니다.\r\n「깜짝 방문! 플라비오 아이돌 백스테이지 대공개!」\r\n현장에 나가 있는 미스티 기자가 보도합니다……\r\n\r\n“이봐! 아무도 없어? 내 무대 의상은 왜 상의만 있어? 치마는 어디 간 거야?”\r\n“메이크업, 메이크업은 누구한테 받아야 돼? 머리는 다들 직접 한 거야?”\r\n“너무 답답하고, 덥잖아…… 여기 너무 좁은 거 아니야!?”\r\n자칭 마녀의 기자 아가씨는 난감했다. 숨 막히고 후덥지근한 백스테이지에서, 그녀의 질문은 대꾸해 주는 이 없이 수증기처럼 순식간에 증발해 버렸다.\r\n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공들인 메이크업과 볼륨 스커트로 감춰져 있지 않았다면, 이들의 표정은 컴퍼니에서 보던 지친 직장인들과 다를 바 없었다.\r\n“역시 인간이란 참으로 비참한 생물이야. 삶에 짓눌린 이들이 거짓 웃음이라는 가면을 쓰고, 삶에 지친 또 다른 이들을 즐겁게 해주려 애쓰잖아.”\r\n예리한 뉴스 본능을 가진 마녀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스치자, 단숨에 눈길을 사로잡을 정도로 자극적인 헤드라인 몇 개를 떠올렸다. 이번 달 ‘최고의 진실 보도 트로피’ 역시 그녀의 차지가 될 게 분명했다.\r\n\r\n공연 시작 직전, 그녀는 온갖 노력 끝에 마침내 카메라 앞에서도 빛날만한 메이크업을 마무리했고, 무대 의상도 간신히 갖춰 입었다.\r\n이내, 음악이 울려 퍼지며 막이 올라갔고, 스포트라이트가 그녀를 비췄다.\r\n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환호와 박수 소리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 순간, 그녀는 문득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이 좁은 무대에 남기 위해 목숨을 거는지 깨달았다.\r\n“그래, 인간이 아무리 비참한 생물일지라도, 서로 다른 아픔을 안고 한데 모일 때, 그 속에서 얻는 온기와 힘만큼은 결코 거짓이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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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06.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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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06.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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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06.3":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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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06.4": "“뭐든 만들어낼 수 있는 마법이 있다면, 지금 너희는 뭘 갖고 싶어?”\r\n“엄청나게 큰 보물 상자! 아니지, 세상 모든 보물을 찾을 수 있는 지도!”\r\n“날개 달린 교통수단이 있으면 편지 배달이 훨씬 쉬워질 것 같은데…… 음, 이름은 ‘날개 자전거’라고 하면 어떨까요?”\r\n“아이참! 너희 둘 다 좀 현실적으로 생각할 순 없어!?”\r\n동료들의 엉뚱한 대답에 어처구니없어진 토나는 손에 쥐고 있던 망치를 툭 내려놓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두 다리를 쭉 뻗어버렸다.\r\n그녀의 주황빛 머리카락 위로 내려앉은 오후의 햇살은 타오르는 불꽃처럼 그녀의 초조한 마음과 함께 타오르기 시작했다. 두 동료는 ‘개조 계획’을 실행하는 내내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았고, 뭐든 뒤죽박죽으로 하기 일쑤였다. 조금 전 대화도 그 제멋대로인 성격의 일부에 불과했다.\r\n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푸른 머리의 늘씬한 소녀가 한 발짝 앞으로 나와 무더운 햇빛을 가려주었다. 얼마 되지 않는 그늘이라도, 폭발하기 일보 직전인 사장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식혀주기를 바라서였다.\r\n다른 한 명은 어느새 고양이처럼 웅크리고 앉아, 주황 머리 소녀 옆에 바짝 붙어서는 두 손으로 주인의 무릎을 슬쩍 흔들어댔다.\r\n“토나, 아까는 내, 내가 그냥 아무 말이나 한 거야. 그러니 화내지 말고…… 아얏!”\r\n테레사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그녀의 머리가 마구 헝클어뜨려 졌다. 잔뜩 헝클어져 부푼 머리가 더 새 둥지처럼 보였다.\r\n“뭐야, 겁먹었어? 흥, 나 화 안 났거든?”\r\n두 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푸른 머리 소녀는 바닥에 떨어진 망치를 집어 들며 엉망진창인 현장을 바라보았다.\r\n“두 분은 좀 쉬세요. 이 두 층의 계단은 제가 만들게요.”\r\n“프리지아, 혹시 체력 회복 마법 같은 거라도 배웠어? 왜 혼자만 안 지치는 거야?”\r\n“그런 마법이 있긴 한 것 같지만, 아쉽게도 전 할 줄 몰라요. 그냥 익숙해서 그래요.”\r\n“아이고…… 불쌍한 프리지아.”\r\n“프리지아…… 대체 예전에는 얼마나 고생하면서 산 거야!”\r\n바닥에 웅크린 두 소녀는 프리지아의 두 다리를 각각 껴안았다. 프리지아는 어쩔 수 없이 손을 뻗어, 토나를 따라 하듯 두 사람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r\n그 순간, 그녀는 정말로 체력 회복 마법을 습득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r\n그까짓 기관차 개조쯤이야,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r\n\r\n“……그러고 보니, 아까 그 질문 말이에요. 토나는 뭐라고 생각했어요?”\r\n“나? 난 말이지, 엄청 크고 솜사탕처럼 포근한 침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우리 셋이 누워서 편안하게 푹 잘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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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07.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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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07.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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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07.3": "에메랄드 틈새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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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07.4": "최초의 시간 속, 우리는 본디 하나였어.\r\n서로 맞닿은 깃털처럼, 엉킨 나뭇잎처럼, 우리는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심장 소리를 들었지.\r\n그러다 살이 돋고, 혼이 자라고, 감각이 생겨났어.\r\n나는 삶이 영원히 변하지 않고, 운명이 이미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지.\r\n우리는 어둠 속에, 고통 속에, 끝없는 절망 속에 살아갔어.\r\n하지만 너는 말했지. 이렇게는 안 된다고, 위로 올라가야 한다고, 장막을 찢고 다른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이야.\r\n다른 세계가 어떤 곳인지 몰라 변화가 두려웠어. 이별이 두려웠고, 네가 다른 모습이 되어버릴까 봐 두려웠어.\r\n하지만 나는 너의 가장 충직한 수호자이자 약속을 가장 잘 지키는 계약자로, 계속해서 너의 뒤를 따를 거야.\r\n\r\n너는 내게 말했지. 대지의 끝에는 깊은 심연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있다고.\r\n다리 옆은 사시사철 눈이 내려 몹시 춥지만, 그 다리만 건너면 우리는 저편에 닿을 수 있다고.\r\n그곳의 모든 것은 우리 것이 되어야 하고, 그곳 사람들은 우리 종족을 섬겨야 한다고.\r\n……왜냐하면 우리는 본디 하나였으니까.\r\n\r\n떠나기 전날 밤, 네 뒤를 바짝 따라 걷는 내 두 눈 위로, 흩날리는 눈송이들이 내려앉았지.\r\n내 두 발은 점점 가벼워졌고, 몸이 서서히 떠올랐어. 땅을 완전히 벗어나기 직전, 네 손목을 붙잡았어.\r\n눈송이가 층층이 쌓인 구름이 되어 우리를 부드럽게 감싸고, 새로운 세계에서 불어온 첫 바람이 머릿결을 스치며, 하늘의 새들이 일제히 노래했지.\r\n“무서워하지 마, 이제 거의 다 왔어.”\r\n그 순간 문득 깨달았어. 이건 그저 나의 환상, 형언할 수 없는 하나의 꿈이라는 것을.\r\n그리고 현실로 돌아왔지. 무릎까지 쌓인 눈 속에 남은 건, 너의 잿빛 뒷모습뿐이었어.\r\n나는 용기를 내어 네게 이 여정의 의미를 물었지. 그러자 네가 걸음을 멈추고, 멀리서 나를 바라보며 말했어.\r\n“기나긴 밤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면, 빛나는 미래를 영원히 볼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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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08.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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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08.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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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08.3": "휴식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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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08.4": "“우와!!! 시원해!!!”\r\n“세이나, 얼른 창문 닫아! 아직 내 「의뢰 가이드」 제본도 안 했단 말이야, 이러다 다 날아가겠어!”\r\n“바람이 엄청 세네……”\r\n여정 중엔 통제 불가능한 일도 종종 벌어진다. 지금 난장판이 된 이 캠핑카 안도 자유로운 기운이 물씬 풍겼다.\r\n“아아악, 알겠어! 지금 바로 닫으면 되잖아!”\r\n저지를 당한 세이나는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다른 손으로 황급히 창문을 올렸다. 바람이 들어올 틈을 아주 조금 남겨둔 건 그녀의 마지막 고집이었다.\r\n“아야메, 너 방금 주걱으로 세이나 머리 때린 거야?” \r\n“으악! 나, 난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집은 거였어!”\r\n“큰일이군! 우리 이제 식신한테 벌 받을지도 몰라!”\r\n“비축 식량은 다 떨어지고, 야외에서도 먹을 걸 못 구해서 결국 이 캠핑카 안에서 다 같이 굶어 죽고 말 거야……”\r\n겁엔 질린 소녀가 중얼대며, 머릿속에 끔찍한 미래 시나리오를 그려갔다. 목소리가 점점 낮아지고, 말이 빨라지더니, 이내 다른 이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처럼 바뀌었다.\r\n“세이나, 차 세워.”\r\n“아야메 또 고장 났어.”\r\n이런 광경이 익숙한 코하쿠는 아야메가 쓰러지지 않도록 그녀의 어깨를 부축했고, 세이나는 차 문을 열었다. 두 사람은 아야메를 양옆에서 부축한 채 차에서 내렸다.\r\n서늘한 바람이 불어오자, 아야메가 참지 못하고 우렁찬 재채기를 터뜨렸다.\r\n“……이제 괜찮아.”\r\n\r\n정신을 차린 아야메는 지친 얼굴로 잔디밭에 털썩 주저앉아, 두 손으로 눈가를 비볐다. 멀지 않은 곳에서는 세이나가 뭔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방금의 이상 행동을 곱씹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찼기 때문이었다.\r\n분명 요즘 잠을 잘 못 자서 그랬을 거야.\r\n분명 벌써 2주째 새 의뢰가 없어서 그런 거야.\r\n분명……\r\n그때, 손바닥으로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 고개를 숙여 보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항아리 하나가 손에 들려 있었다.\r\n“방금 끓인 수프야! 얼른 마셔 봐! 금세 다시 힘이 날 거야!”\r\n활짝 웃고 있는 요리사가 윙크를 날렸고, 세이나의 등 뒤에서 고개를 내민 코하쿠는 윤기가 흐르는 빵 조각을 그녀의 눈앞에 내밀었다.\r\n“아야메, 빵 먹어 봐, 맛있어.”\r\n\r\n그래, 상황이 그렇게까지 최악은 아닌 것 같다.\r\n적어도 지금은 편히 쉴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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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09.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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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09.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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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09.3": "‘빗속의’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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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09.4": "토독토독, 들려오는 빗소리.\r\n물웅덩이를 폴짝 넘는 경쾌한 발걸음.\r\n발끝에서 꽃망울처럼 터지는 빗방울.\r\n\r\n토독토독, 빗방울이 이루는 선율.\r\n손을 맞잡고, 빗속을 함께 달려.\r\n하늘에 흩날리는 물거품처럼,\r\n\r\n빗소리는 마치 한 곡의 음악 같아.\r\n빗방울마다 저마다의 비밀을 품고 있지.\r\n나부끼는 치맛자락은 바람 따라 춤추는 꽃잎이야.\r\n\r\n비가 서서히 그치고,\r\n눈부신 햇살이 다시 하늘을 채우네.\r\n하늘에 걸린 무지개 따라 내 마음도 살랑살랑.\r\n\r\n“집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그치다니,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잘 모르겠네.”\r\n“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r\n“엥?”\r\n“비를 맞았으면서도, 되게 즐겁게 웃고 있었잖아?”\r\n“……빨리 샤워나 하러 가! 이대로 있으면 감기 걸려, 얼른 따뜻한 물로 씻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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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0.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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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0.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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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0.3": "수증기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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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0.4": "언제부터인가 나는 무척 조심스러운 사람이 되었다.\r\n말을 꺼낼 때마다 뜻대로 전달되지 않아 오해를 살까 봐 걱정되었고,\r\n내가 내놓은 해결책이 양쪽 모두를 실망하게 할까 봐 걱정되었고,\r\n그리고…… 입고 있는 옷이 너무 눈에 띄진 않을까 걱정되었다.\r\n“이 옷…… 너무 화려하지 않나요?”\r\n이 ‘가벼운 깃옷’은 그녀가 도시에서 가져다준 것으로, 용족 축제 때만 입는 전통 예복이라고 했다.\r\n나는 괜히 싫은 걸로 오해받아 그녀의 마음을 상하게 할까 봐, 단어를 하나하나 신중히 골라 말했다.\r\n“내 눈엔 잘 어울리는데? 거기다 지금은 휴가잖아. 스타일 한번 바꿔보는 것도 좋지.”\r\n“……네.”\r\n그렇게 말하지만, 근무복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왠지 낯설기만 했다.\r\n\r\n가는 내내 자꾸만 위축됐고, 혹시라도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 봐 조마조마했다.\r\n그러던 중 만두가게를 발견했다.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우린 주인의 능숙한 손놀림에 이끌려 어느새 발길을 멈춘 뒤였다.\r\n왼손으로는 얇은 만두피로 꽉 찬 소를 단단히 감싸 안으며 돌리고,\r\n오른손 손가락으로는 재빠르게 만두피를 오므려 윗부분에 고르게 주름을 잡았다.\r\n슬며시 세어보니, 많지도 적지도 않은 열여덟 개였다.\r\n곧바로 가득 찬 판 하나가 찜기에 올려졌고, 그녀가 내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r\n“옛말에 큰일을 하는 것도 작은 생선을 굽듯이 섬세해야 한다는 말이 있어. 요리도 인생도 마찬가지야. 제일 중요한 게 뭔지 알아?”\r\n나는 ‘옛말’을 입에 올리는 얼굴에서 느껴지는 앳됨을 애써 무시하며,\r\n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찜기로 시선을 돌렸다.\r\n“불 조절…… 아닌가요?”\r\n“땡! 틀렸어! 정답은 즐거움이야!”\r\n“네?”\r\n“물론 불 조절도 중요하지. 그렇지만 요리사가 즐겁지 않은데, 먹는 손님이 즐거울 수 있겠어? 안 그래요, 주인장?”\r\n주인장이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r\n\r\n“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즐거움이라……”\r\n방금 전의 대화를 마음속으로 되뇌던 중, 거리 한쪽에서 오랫동안 찾지 않은 가게 하나를 발견했다.\r\n“죄송한데, 잠깐만요.”\r\n그래, 지금은 내가 즐거울 수 있는 일을 해보자.\r\n\r\n“펄 넣은 밀크티 한 잔 주세요. 당도는 100%에 얼음은 조금만 넣어주세요.”\r\n만두에서 퍼져 나오는 김이 거리의 네온 빛과 어우러졌고,\r\n후텁지근한 바람으로 인해 컵에는 차가운 물방울이 맺혔다.\r\n휴일이니 마음의 짐을 잠시 내려놓고,\r\n비로소 나만의 1분을 즐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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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1.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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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1.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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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1.3": "고양이 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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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1.4": "소녀는 코인 교환기 앞에 한참을 멈춰 서 있었다.\r\n“본 기기는 5,000 코인 또는 10,000 코인 단위인 쿠폰만 교환할 수 있습니다”…… 교환기 화면에서 붉은색으로 쓰인 안내 문구가 반복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r\n그녀는 그 두 숫자를 매섭게 노려보며, 손에 쥔 1,000 코인 짜리 한 장을 꼭 움켜쥐었다.\r\n어쩔 수 없지. 편의점 알바를 며칠 더 뛰어서 돈을 좀 모은 뒤에 다시 오자.\r\n그 쩨쩨한 사장이 또 온갖 핑계를 대며 월급을 떼먹으려 들진 않을지……\r\n소녀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치 싸우기도 전에 패배한 장수가 전장을 떠나듯, 소녀도 그 자리를 뜨려 했다.\r\n그때, 뒤쪽에서 한 손이 불쑥 뻗어와 그녀의 어깨를 살짝 짚었고, 곧이어 단념한 소녀의 마음을 되돌리는 말이 들려왔다.\r\n\r\n“고양이 귀 모자에, 양 갈래 머리면…… 너, 랭킹 2위인 ‘샤통’ 맞지?”\r\n낯설며, 이 오락실과는 어울리지 않는, 또 묘하게 위압감마저 느껴지는 목소리였다.\r\n시비 걸러 온 도전자인가? 좋아, 그렇다면 슬쩍 겁이라도 줘서 한 판 붙어보자.\r\n소녀는 일부러 험악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상대보다 한 톤 더 높은 목소리로 답했다.\r\n“맞아, 나야. 불만 있으면 한판 붙든가. 물론, 돈은 네가 내는 거야.”\r\n“좋아, 우선 다섯 판부터.”\r\n이렇게 쿨하게 나온다고?\r\n놀란 눈으로 ‘시비를 걸러 온’ 상대를 바라보자, 붉은 눈동자가 조용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r\n긴 머리는 단정하게 뒤로 묶여 있었고, 복장도 샤통이 평소에 보던 시끄럽고 과장된 도전자들과 달리, 요란한 장식 하나 없이 심플한 단색 점퍼 하나만 걸치고 있었다.\r\n\r\n“이 샤통 님은 이름 없는 자의 도전은 받지 않지! 네 이름부터 밝혀!”\r\n“카시미라.”\r\n카시미라면……\r\n샤통은 당연히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 네 글자가 항상 자신의 이름 위에 자리하고 있었으니까.\r\n바로 랭킹 1위였다.\r\n순간 기분이 바늘에 찔린 풍선처럼 푹 꺼져버렸다.\r\n“말도 안 돼, 랭킹 1위 카시미라님이 친히 패배자를 찾아왔다고?”\r\n카시미라는 아무런 대꾸 없이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곧바로 코인 교환기의 버튼을 눌렀다.\r\n“그저 네 리플레이를 봤을 뿐이야…… 전술이 꽤 흥미롭더라고.”\r\n샤통의 손바닥 위에는 다섯 개의 코인이 놓여 있었다. 왕관이 새겨진 면은 마치 도전장을 건네듯 빛나고 있었다.\r\n“한 판 붙어 볼래?”\r\n“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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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2.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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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2.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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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2.3": "별하늘에 안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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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2.4": "애시 에리어의 잠들지 않은 밤, 어둠 속을 가르며 질주하는 기체의 희미한 불빛이\r\n오디션 무대인 것처럼 오늘 밤 주인공이 될 대상을 다급히 찾아 헤매고 있었다.\r\n\r\n순간 번쩍이는 반사광에 눈을 찌푸린 기사가 하마터면 균형을 잃고 넘어질 뻔했다.\r\n어지러움이 조금씩 사라지자, 교복 차림의 소녀 셋이 시야에 들어왔다.\r\n얌전해 보였지만, 어쩐지 밤의 어둠 속과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었다.\r\n\r\n“플라티나 학원 학생들이지? 지금은 통금 시간이야. 이런 야심한 시각에 수도교 밑에서 뭐 하는 거야?”\r\n“흥, 바보 아니야? 이걸 몰라보다니, 우리 방금…… 우왁!”\r\n“언니, 우리 이제 집에 가야 돼~ 죄송해요, 기사님, 자습이 늦게 끝나서 이제 막 돌아가는 길이었어요.”\r\n\r\n기사가 등 뒤에 있던 수첩을 꺼내려던 참이었다.\r\n무심코 나온 그 작은 움직임에, 소녀들이 경계심을 보였다.\r\n“어라, 겁먹은 거 보니…… 혹시 너희 학교 교칙은 체벌이 있나?”\r\n기사는 수첩을 덮더니, 오토바이에 올라탔고, 이내 무거운 굉음이 났다.\r\n“이번엔 봐줄 테니, 다음부턴 조심해.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고.”\r\n\r\n“저기요!!!”\r\n앳되지만 당찬 소녀의 목소리에 현장에 있던 모두가 놀라 굳어버렸다.\r\n기사는 백미러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손을 사이렌 버튼 위에 올려놓았다.\r\n“밤에 바이크 탈 땐, 고글을 꼭 써야죠!!!”\r\n선두에 선 소녀가 팔짱을 낀 채 말했다. 하지만 그 호의 섞인 충고는 오히려 기사의 심기를 건드렸다.\r\n\r\n“……흥, 참견은 사절이야.”\r\n그녀는 핸들을 틀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곧장 실버 에리어를 향해 출발했다.\r\n\r\n“휴…… 드디어 갔네. 히히, 역시 우리 두목은 배짱이 두둑하다니까. 전혀 안 쫄았잖아!”\r\n“적당히 좀 해. 언니, 아까 하마터면 들킬 뻔했어.”\r\n“전에 입던 옷을 빨아서 교복을 입은 건데,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r\n\r\n소녀들은 몸을 돌려 벽에 걸린 커튼을 걷어냈다.\r\n그러자 밤하늘 아래 방금 막 완성한 그녀들만의 색채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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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3.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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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3.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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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3.3": "가을날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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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3.4": "이야기는 달이 뜨지 않는 밤의 숲 속에서 시작되었다.\r\n그녀와 같은 향기를 가진 이가 나, 그리고 포대기에 싸인 그녀를 이 낯선 땅에 남겨두고 떠났다.\r\n그 뒤로 숲의 색이 옅어지고 짙어지기를 몇 차례.\r\n그러고 보니, 그녀의 생김새와 향기는 점점 그 사람과 닮아갔다.\r\n\r\n“무슨 냄새 맡고 있니, 코코!”\r\n\r\n나는 단풍잎으로 쌓아 만든 작은 둥지로 다가가, 시치미를 뗀 채 자리를 잡았다.\r\n그녀도 내 곁에 바짝 다가와 엎드린 채, 살며시 내 털을 쓰다듬었다.\r\n마치 그날 밤, 그리고 그 순간처럼.\r\n\r\n“단풍잎이야!? 안즈도 맡아볼래!”\r\n“음! 가을 냄새가 나.”\r\n\r\n그리고 또 한 번, 숲의 색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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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4.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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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4.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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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4.3": "기사의 대장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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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4.4": "케이트는 수리실에서 자신의 도구를 점검하고 있었다.\r\n자신의 ‘보물’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엔 곧바로 자애로운 미소가 번졌다.\r\n그때, 금발 소녀가 등장했고, 그 탓에 그 평화로움이 깨졌다.\r\n\r\n“실례합니다!!!”\r\n“……아, 틸리아구나. 무슨 바람이 불어서 여기까지 왔어?”\r\n“최근에 히포그리프호 상태가 좀 이상해서요. 케이가 좀…… 봐줄 수 있어요?” 소녀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r\n“벌써? 어디 보자…… 또 윈드 애시 녀석들 뒤를 쫓으면서 과속한 거지?\r\n그것도 지형이 험난한 애시 에리어에서 공중이랑 지상을 넘나들며, 한참을 전력 질주한 거 아냐?”\r\n“어라, 아주 정확해요! 혹시 케이한테 따로 정보원이라도 있는 건 아니죠?”\r\n“있긴 뭐가 있어, 이번 주만 벌써 네 번째잖아?”\r\n“아하하……”\r\n“하아…… 정말 못 말린다니까. 어서 끌고 들어오기나 해.”\r\n\r\n케이트가 히포그리프호 수리에 한참 집중하던 중,\r\n금발 소녀가 입을 열었다.\r\n\r\n“있잖아요, 저……”\r\n“응?”\r\n“어차피 열어서 고치는 거니, 혹시 겸사겸사……”\r\n“안 돼.”\r\n“엥?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r\n“뻔하지 뭐. 또 불빛 나는 변형 외장 장갑이나, 외부 장착 무기 아니면 보조 엔진 같은 걸 달아달라고 그럴 거잖아?”\r\n“안 되나요?”\r\n“당연히 안 되지. 이건 순찰용 자동차란 말이야! 쉽게 예를 들어 줄게. 어린애한테 제국 호위대 정식 갑옷을 입히면 어떻게 될 것 같아?”\r\n“그럼…… 그 애가 꼬마 기사가 되지 않을까요?”\r\n“……어린애가 갑옷 무게도 못 이기고 짓눌려 버리지는 않을까?”\r\n“아, 아하! 확실히 그렇겠네요.”\r\n“이 녀석도 마찬가지야.\r\n그런 이상한 것들을 추가하면 성능이 좋아지긴커녕, 오히려 부담만 커진다고.”\r\n“그렇군요…… 다른 기사들은 이런 부탁을 한 적이 없나요?”\r\n“다 너 같은 줄 알아!?”\r\n\r\n히포그리프호 수리를 마친 케이트는 금발 소녀를 배웅하려 했다.\r\n\r\n“고마워요, 케이! 참, 이거 받아요.”\r\n“이건…… 붕어빵이잖아?”\r\n“네, 새로 생긴 디저트 가게에서 샀어요.\r\n여기 붕어빵이 엄청 맛있어서 케이한테도 맛보여주고 싶었거든요.”\r\n“고마워, 신경 좀 썼네.\r\n그나저나 히포그리프호 좀 아껴줘. 일주일도 안 지나서 또 고장 내면 진짜로 안 봐줄 거야.”\r\n“사흘, 딱 사흘은 어때요? 이번엔 반드시 사흘은 넘길게요. 제발요, 케이.”\r\n“……하아.”\r\n\r\n시끄러운 금발 소녀가 떠나고,\r\n케이트가 손에 쥔 붕어빵 봉투에서 바스락 소리가 났다.\r\n“뭐야, 이미 다 식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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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5.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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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5.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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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5.3": "알려지지 않은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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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5.4": "나즈나는 스스로 조금은 후회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r\n게으르고, 의욕도 없고, 평생을 빈둥거리고 싶은 자신일지라도……\r\n진심으로 아끼고, 지키고 싶은 무언가는 있다는 것을.\r\n\r\n어떤 일은 한 번 놓치면 평생 돌아오지 않는다.\r\n어떤 일은 아무리 그리워도 과거로 되돌릴 수 없다.\r\n흐르는 시간의 빗물처럼, 계절 따라 떠나는 철새처럼, 점점 멀어져 가는 친구처럼,\r\n익숙했던 그 향기마저도, 모두 조금씩 멀어져 간다……\r\n\r\n나츠카가 떠나기로 결심한 뒤, 그녀가 쓰던 방은 줄곧 나즈나가 청소하고 관리했다.\r\n이 귀찮고 끈기가 필요한 일을 먼저 맡겠다고 한 건 다름 아닌 그녀였다.\r\n그 뒤로 한참이 지났는데도 나즈나는 여전히 익숙해지지 못했다.\r\n매번 카에데 언니와 웃으며 이야기할 때도, 별의 탑으로 모험을 떠날 때도, 집에서 밥을 먹을 때도…… 언제나 한 사람이 빠진 듯 허전했다.\r\n자신이 보지 못하는 곳, 그 친구의 곁에는 서로 의지하고 아껴줄 수 있는 새로운 친구가 생겼을까?\r\n나즈나는 자신이 어떤 대답을 듣고 싶은 건지조차 알 수 없었다. 만약 대답이 ‘그렇다’면 자신이 외로울 것 같았고, ‘아니다’면 그 친구가 외로울까 봐 걱정됐다.\r\n\r\n나즈나는 외출할 때마다, 캠프에 들를 때마다 남몰래 친구의 움직임을 눈여겨보고 있었다.\r\n친구의 일이 잘 되어가고 있는 걸 보며 진심으로 기뻤지만, 마음 한편에선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었다.\r\n그 친구가 멀리로 나가는 일이 잦아지며, 캠프에 있는 날이 드물어지자, 그녀도 점점 북적이는 곳엔 발걸음을 끊고, 집에 틀어박혀 폐인처럼 보내기 일쑤였다.\r\n\r\n‘다시 말할 기회가 생긴다면, 이번엔 절대 놓치지 않을 거야.’\r\n소심한 그녀는 진심마저 이불 속에 몰래 숨긴 채 혼잣말로 속삭이는 것이 전부였다.\r\n\r\n“너,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r\n“지금 뭐 하고 있어……?”\r\n“이 방 안엔 이제…… 네 향기가 조금도 남아있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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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6.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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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6.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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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6.3": "새장의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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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6.4": "“아주 좋아요! 베파나 양, 그 자세 그대로 카메라 쪽을 봐주세요!”\r\n……보여? 관중들의 갈망 어린 시선.\r\n\r\n“오늘 공연은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내일 또 보러 올게요!”\r\n……들려? 너무나 익숙해진 환호성.\r\n\r\n무수히 반짝이는 빛이 어지러이 춤추고,\r\n무수히 터져 나오는 함성들이 크게 외친다.\r\n뜨겁고도 진실한 눈빛을 온전히 받아들이고,\r\n멀리서 찾아온 신도들을 보듬는다.\r\n\r\n그 사랑이 허상이라 한들 어떠랴.\r\n꽃피는 시간이 짧다 한들 어떠랴.\r\n자, 단 하나의 만개한 생명을 위한 양분이 되어라.\r\n모두를 품어주는 이 낙원에선 오직 도취만이 허락될 뿐.\r\n\r\n고개를 들자, 영원히 지지 않을 듯한 장미가 흩날렸다. 헌화인지 낙화인지 분간할 수 없었고,\r\n사람들의 환호성이 점점 멀어졌다. 그녀는 장막 너머로 희미해져 가는 마지막 온기를 오롯이 느꼈다.\r\n아직 뛰고 있는 이 심장만이, 자신이 아직 완벽한 꼭두각시가 되지 않았음을 상기시켰다.\r\n\r\n그때의 그녀도 모두와 함께, 깨어나기 싫은 꿈을 꾸고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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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7.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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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7.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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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7.3": "★~돌고 도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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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7.4": "“제자리에서 2분간 쉬고, 다시 해보겠습니다.”\r\n“기초가 부족한 학생은 전체 진도를 방해하지 않도록 따로 연습하세요, 알겠죠?”\r\n주위의 시선이 알게 모르게 오필에게로 쏠렸다. 그녀는 안무 선생님의 말을 듣지 못한 척하며, 고개를 숙이고 신발 끈을 고쳐 묶었다.\r\n‘초보인 내가 아이돌 연습생들과 춤추다 지적받는 건 당연한 거야.’ 오필은 스스로를 다독였다.\r\n\r\n레드 아이즈에서 아이돌 선발을 위한 예능 프로그램을 기획하자, 그녀는 자진해서 참가 신청을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번엔 사회자 역할과 함께, 그녀가 직접 ‘아이돌’로 프로그램에 출연해 데뷔 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된 것이다.\r\n“시청자들은 뻔한 아이돌 오디션엔 질린 지 오래야. 참신한 방식이어야 시청률이 나오지.”\r\n“아이돌 대 아이돌, 아이돌 대 사회자, 사회자 대 사회자, 이렇게 세 세력 간의 경쟁과 대결이지…… 딱 봐도 재밌을 것 같지 않아?”\r\n오필은 이 말을 하던 방송국 국장의 눈빛이 떠올랐다. 꼭 피 냄새를 맡은 상어 같았다. 갓 데뷔했을 때라면 지레 겁먹고 프로그램 하차를 요구했을지도 모르겠다.\r\n하지만 그녀는 지난 몇 년간 이 업계의 법칙에 익숙해졌다. 언제 어디서든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그들을 웃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그녀가 해야 할 일이었다.\r\n잡념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됐다. 오늘 훈련이 끝나면 저녁은 건너뛰고, 빈 교실을 찾아 따로 연습이나 더 할 생각이었다. 오랜 단련 덕분인지, 오필은 금세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거울을 올려다보니, 곁에 서 있는 얼굴들은 다 비슷하게 흐릿했지만,\r\n스스로를 바라보는 눈빛 속 자부심만큼은 모두 똑같았다.\r\n\r\n그 순간, 미스티와 처음 호흡을 맞출 때 미스티가 건넸던 질문이 떠올랐다.\r\n“오필, 네 꿈은 뭐야?”\r\n그때 오필은 아무에게나 함부로 속마음을 털어놓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갓 배운 참이었기에, 용기를 내 되물었다.\r\n“네 꿈부터 말해줘. 그러면 나도 얘기해 줄게.”\r\n미스티의 눈동자에 살짝 놀란 빛이 스쳤다. 미스티는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능글맞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r\n“꿈 같은 건 평범한 사람이나 고민하는 거야. 난 마녀니까 하고 싶은 건 뭐든 할 수 있지.”\r\n맞다, 자신은 평범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저 평범한 사람으로 남는 것은 만족할 수 없었다.\r\n그 만족할 수 없다는 마음 덕분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r\n오필은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반드시 플라비오에서 가장 유명한 사회자가 되고 말리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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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8.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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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8.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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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8.3": "음료수 사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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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8.4": "좋아하는 탄산음료는 정해진 휴일에만 판매되었다.\r\n그리고 오늘은 코제트가 손꼽아 기다리던 음료수 조달일이었다.\r\n\r\n가게엔 각양각색의 음료들이 진열되어 있었다.\r\n요구르트는 새로운 맛이 나온 모양이었다. 딸기맛은 너무 달 것 같고, 잡곡맛은 씹는 맛이 있으려나…… 오리지널 맛은 안 먹은 지 오래됐고.\r\n코제트는 냉장고 앞에서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맛별로 하나씩 집어 들었다.\r\n최근 과일 주스는 신제품이 없는 것 같고, 자주 먹던 건 조금 지겨웠다. 하지만 얼마 전 음료 가게에서 점원이 과일 주스에 탄산수를 섞어 마시던 게 떠올랐다.\r\n……한번 그렇게 마셔볼까?\r\n코제트는 주스 두 병과 탄산수 두 병을 장바구니에 넣었다.\r\n장바구니가 조금 무거워졌다.\r\n\r\n왼쪽 진열대엔 신상품들이 놓여 있었다. 별의 탑에서 가져온 희귀 상품으로, 물만 넣으면 가루가 녹아서 맛있는 음료가 된다고 적혀 있었다.\r\n한번 사 볼까?\r\n코제트는 시도해 본 적 없는 음료였지만, ‘인스턴트 커피’라고 적힌 상자를 장바구니에 넣었다…… 가격이 무려 세 배나 되다니, 비싸도 너무 비쌌다……!\r\n맛이 별로면 눈물이 날 것 같았다……\r\n\r\n마지막으로 코제트는 탄산음료가 가득한 냉장고 앞에 도착했다. 이번 휴일, 그녀가 가장 기다려 온 건 바로…… 이 멜론 탄산음료였다!\r\n대륙 남부에서 나는 멜론은 여름을 대표하는 과일이다. 그 청량한 향과 탄산이 어우러진 이 음료는 한 입 마시는 순간…… 입안이 온통 여름의 맛으로 가득 찼다!\r\n세 병이면…… 턱없이 부족하지 않을까? 그럼 한 묶음? 여섯 병으로 하루에 한 병씩 마시면 다음 주말까지밖에 못 버티는데……\r\n다음 주말에도 이 맛이 있을까? 그렇지만 너무 많이 샀다가 다 못 마시고 유통기한이 지나버리면……\r\n\r\n한참을 망설이던 코제트는 결국 장바구니에 다섯 병을 넣었다…… 더 담았다가는 장바구니가 무거워서 아예 들지도 못할 것 같았다.\r\n다음 휴일에도 멜론 맛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없더라도 다른 맛이 있을 테니까.\r\n코제트는 알고 있다. 다음 휴일엔 분명 새로운 탄산음료가 기다릴 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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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9.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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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9.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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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9.3": "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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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19.4": "환자들은 늘 의사에게 거짓말을 하고는 한다.\r\n“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두 달 동안 술은 한 방울도 입에 안 댔어요.”\r\n……왼쪽 주머니에서 떨어진 그 종잇조각 뒷면에 있는 건 술집 마크 아닌가요?\r\n“그, 그게 저도 어디 갔었는지, 뭘 먹고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나서…… 아이참, 선생님 말씀대로 진료받으러 왔잖아요. 뭘 그렇게까지 꼬치꼬치 캐물으세요? 진짜 기억이 안 난다니까요……”\r\n……자신을 걱정하는 가족에게 불만을 퍼붓고, 스스로조차 믿지 못할 연기를 펼치다니. 내 앞에서 어처구니없는 광대극을 벌이고 있는 꼴이었다.\r\n“심각한 병도 아니니, 약은 처방하지 않으셔도 돼요. 휴, 사실 집안 형편이 별로 안 좋아서요……”\r\n……선의로 병을 숨겼지만, 그 선택은 결국 가정을 최악의 결말로 몰고 갔다.\r\n\r\n이 조그만 진료소로 수많은 입에서 나온 거짓말들이 흘러들었다.\r\n그 거짓말들은 내 몸에 들러붙어 코와 입을 막고, 질식하게 만들었다.\r\n\r\n그 소용돌이에서 조금씩 헤어나오지 못하게 될 무렵, 내 손끝에 차갑고 딱딱한 무언가가 닿았다.\r\n……그것은 어느 생물의 골격 표본이었다.\r\n표본은 말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r\n뼈 사이의 균열을 쓰다듬자, 생전 어떤 상처를 입었던 건지 알 수 있었다.\r\n표본의 형태를 유심히 관찰하자, 그 죽음의 전말을 알 수 있었다.\r\n언어의 간섭 없이 모든 것이 이토록 투명하게 드러나다니.\r\n너무도 선명하고, 너무도 아름다웠다.\r\n아…… 그것은 부드럽게 내 가슴 앞으로 헤엄쳐 와, 나를 옭아매던 모든 망언을 몽땅 집어삼켰다.\r\n그건 마치 새로 태어난 듯한 느낌이었다.\r\n\r\n해마다 이곳저곳 여행하며, 무수한 골격 표본을 수집했다.\r\n하지만 표본실 가장 깊은 곳에는 여전히 무언가가 빠져 있는 듯했다. 그것은 분명 가장 아름답고, 가장 투명한 모습일 것이다. 그래야만 내가 더할 나위 없이 마음을 빼앗길 테니까.\r\n나는 지금도 그것과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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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20.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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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20.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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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20.3": "플래시 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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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20.4": "폭우가 거세게 쏟아지고, 매서운 바람은 지붕을 뜯어내기라도 할 듯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냈다.\r\n자물쇠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소녀는 겁에 질려 귀를 문에 바짝 갖다 댔다.\r\n숨을 고르기도 전에 문 너머의 강한 힘이 밀고 들어왔다……\r\n소녀는 온 힘을 다해 문을 막아선 채로 걸쇠를 단단히 걸었다.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강하게 밀던 힘이 사라졌다.\r\n\r\n이쯤이면 문밖의 사람이 포기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 순간, 옆쪽 벽이 산산조각 부서졌다.\r\n반쯤 부서진 삽이 벽을 뚫고 들어왔고, 그녀의 얼굴에 나뭇조각이 튀었다.\r\n자신의 삽이 왜 남의 손에 들려 있는지 의문이 들자, 무시무시한 공포심이 그녀를 덮쳤다……\r\n상대는 삽을 몇 번 휘두른 후, 다시 삽을 가져갔다. 다음은 어디를 공격할까? 내 머리일까?\r\n\r\n레이센은 악몽에서 깨어났다. 곡식 창고가 습격당하는 건 단순한 꿈이 아니라, 언제든 현실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r\n지금껏 텅 빈 저장고는 과장된 표현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끔찍한 광경을 직접 겪고 나자, 돌이킬 수 없는 사건 하나가 그녀의 삶을 끝이 어딘지도 알 수 없을 어둠 속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음을 실감했다.\r\n\r\n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레이센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당장 내일부터 모든 저장고를 정비해, 출입문을 숨기고, 벽면을 보강하며, 내부 문을 추가로 설치해야겠다고 다짐했다……\r\n생각들은 새 떼처럼 머리 위를 스쳤고, 붙잡아 깊이 들여다보려던 순간, 또 화들짝 놀라 날아가 버렸다. 그 자리에 남은 건 그저 깃털 몇 개뿐이었다.\r\n모든 생각들은 그저 구상 단계에서만 맴돌다, 결국 또 다른 꿈의 너머로 흩어졌다.\r\n\r\n이내 두려움도, 걱정도, 모두 잠잠해지고 창가 너머로 추적추적 빗소리만 들려왔다.\r\n희미하게 밝아오는 하늘에 레이센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밤사이의 작은 소동이 가을바람에 모두 휩쓸려가 없어진 뒤였다.\r\n\r\n부스스 눈을 뜬 그녀는 그렇게 다시 일상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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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21.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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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21.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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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21.3": "영험한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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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21.4": "거울에서 너는 무엇을 보았는가?\r\n실패로 점철된 과거, 평범해져 버린 현재,\r\n그리고 끝내 보이지 않는 미래?\r\n\r\n눈을 감을 때, 너는 무엇을 떠올렸는가?\r\n과거의 원대한 포부, 희미해진 신념,\r\n그리고 언제 흩어졌는지도 모를 동료들의 모습?\r\n\r\n네가 세상에 태어난 그날, 가장 먼저 기뻐한 이는 누구였는가?\r\n가장 먼저 너를 위해 눈물 흘린 사람은 누구였는가?\r\n처음으로 따스함을 만졌던 그 순간을 기억하는가?\r\n\r\n계속 나아가기로 결심했다면, 이 거울과 마주하라.\r\n과거로 포장된 가면을 벗고, 두려움 가득한 진실을 드러내라.\r\n나는 너의 작은 소망을 들었다.\r\n가장 간절한 자는 반드시 소망을 이룰 것이다.\r\n\r\n네가 무대 위에 서는 순간, 모든 예언은 이루어질 것이다.\r\n네가 해야 할 일은 오직 인내하고 버티는 것뿐.\r\n강적에게 짓밟혀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라.\r\n너를 옭아맨 사슬과 타인이 정한 게임의 법칙을 깨부수어라.\r\n\r\n고통스럽다면, 그건 네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r\n이는 네가 반드시 거쳐야 할 시련이며, 이상으로 향하는 길은 상처가 따르기 마련이다.\r\n쓸데없는 걱정은 버리고, 시련의 용암 속으로 뛰어들어라.\r\n모든 것이 타버리기 직전, 절망은 희망의 결정으로 바뀌리라.\r\n\r\n네가 영원히 눈을 감는 날, 선지자의 계시는 다시 실현될 것이다.\r\n나는 너의 불완전함 위에 시든 꽃잎을 덮어 주리니,\r\n거울 속에서 일렁이던 불꽃은 서서히 사그라들 것이다.\r\n저편의 고독을 두려워할 필요 없다.\r\n언젠가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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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22.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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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22.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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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22.3": "저주받은 사랑의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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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22.4": "찬란하고 성대한 무대 위, 운명의 나팔이 울려 퍼지고,\r\n욕망으로 들끓는 도전자가 장엄하게 등장한다.\r\n나를 따르라, 지고한 사랑을 맹세로 삼고,\r\n희미하게 깜빡이는 등불이 너를 승리의 전당으로 인도하리.\r\n\r\n너의 손바닥에 맺힌 땀을 닦아주고,\r\n너의 옷깃의 구겨진 주름도 펴줄 것이니.\r\n의심하지 마라, 너의 마음 가장 깊은 곳까지 비춰줄 수 있는 건 나뿐이니.\r\n망설이지 마라, 탑 끝에 매달린 저 별은 원래부터 네 것이었으니.\r\n\r\n싸움터에 절대적인 강자는 없고, 우연한 패배가 네 진짜 실력을 증명하는 건 아니다.\r\n기회의 열쇠는 늘 네 손안에 있으니, 황금빛으로 빛나는 그 문을 직접 열고 싶지 않은가?\r\n잘 들어라, 지금은 물러설 때가 아니다.\r\n스포트라이트가 켜지는 그 찰나, 아름답지 않던가?\r\n걱정 마라, 내가 늘 너의 가장 충성스러운 관중으로, 무대 아래에서 지켜볼 테니.\r\n\r\n지쳤다면, 내가 널 위로하고, 또 함께 이야기를 나눠 주지.\r\n어쩌면 조금은 모호한 규칙의 게임도 즐길 수 있겠지.\r\n하지만 승자는 언제나 나일 것이니, 넌 다시 무대에 서야만 한다.\r\n조금만 더 버텨라, 네가 바라는 것은 곧 도착할 것이다.\r\n\r\n네가 없는 날들, 나는 무한한 재생 속에서 네 환영을 더듬고,\r\n네가 또 누구의 방에 머물고 있을지 상상한다.\r\n너의 비밀을 반짝이는 암호로 바꾸고,\r\n내 저주를 탑 아래 깊숙이 묻을 것이다.\r\n“날 잊어버리지 마라. 넌 아직 내가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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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23.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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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23.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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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23.3": "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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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23.4": "소녀가 눈을 떴다. 자신이 있는 곳은 완벽한 순백의 틈새로,\r\n생명의 기척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적막한 공간이었다.\r\n생각에 잠겼던 소녀는 문득 무언가 중요한 사명을 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r\n공허함을 견디기 위해 소녀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r\n그 사이 바깥세상은 무수한 세월이 흘렀지만, 소녀만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채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r\n\r\n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 적막한 공간에도 손님이 찾아왔다.\r\n소녀는 숨어서 지켜보았다. 홀로 걷던 이들이 무리를 이루고, 해진 옷을 입었던 이들이 갑옷을 입고 창을 들게 되었다.\r\n소녀는 자신이 그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믿었고, 할 수 있는 건 그저 멀리서 지켜보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r\n그러나 수많은 소원이 모이는 곳에서 영원히 변치 않는 것은 없었다.\r\n\r\n어느 날,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한 여행가가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r\n여행가의 숨결은 너무나도 미약해, 이 죽음의 공간과 하나가 될 것만 같았다.\r\n\r\n“당신은 신의 사자인가요……? 제가 드디어 도착했나 보네요……”\r\n“아니, 넌 실패했어. 탑의 꼭대기는 아직 멀었거든.”\r\n“그렇군요…… 당신이 절 데리러 오신 줄 알았는데……”\r\n“미안하지만, 난 그럴 수 없어.”\r\n\r\n소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여행가는 그 말을 오해한 건지, 텅 빈 눈에 한 줄기 빛이 스치더니 상처투성이가 된 손을 힘겹게 들어 올렸다.\r\n\r\n“그럼…… 저 좀 살려 주세요…… 아직 죽고 싶지 않아요……”\r\n\r\n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순간 소녀는 자신의 사명을 온전히 깨달았다.\r\n소녀는 말없이 몸을 낮추어, 부드럽게 그의 상처를 어루만졌다. 마치 순백의 날개가 그의 어깨에 내려앉기라도 하듯, 고요하고 자연스러웠다.\r\n여행가가 눈을 뜨기 전, 소녀는 그 자리를 떠났고, 눈을 뜬 여행가는 이 모든 일을 기적이라 믿게 되었다.\r\n소녀는 그저 스쳐 간 인연이라 여겼지만, 그날 이후 그 여행가는 툭하면 상처를 입은 채 찾아와, 소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r\n\r\n“그 갑옷 입은 녀석은 반칙이야. 갑옷만 벗기면 내가 이길 수 있었는데……”\r\n“며칠 전엔 내 친구가 별사냥에 성공했어. 진짜 부럽더라……”\r\n“사막 가봤어? 난 거기서 모래전갈도 먹어봤어. 맛은 그다지……”\r\n“산 넘고, 들판을 지나, 별의 탑도 올랐지만, 가끔은 집이 그리워. 근데 그거 알아? 내 고향의 밤하늘은 말이지……”\r\n\r\n소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집중해 상처를 치료할 뿐이었다.\r\n소녀가 자신의 가치를 깨달은 그날 이후, 이 공간을 찾는 낯선 이는 계속해서 많아졌다.\r\n그들은 바깥세상과 인간 세상의 이야기를 좋아했지만, 소녀는 그런 것들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소녀의 존재 의미는 언제나 상처를 치유한 뒤 소녀에게 말을 거는 여행가들에게만 있었으니까 말이다. \r\n\r\n얼마나 더 시간이 흘렀을까, 여느 때처럼 다친 여행가를 맞이하려는 소녀 앞에 이번에는 죽음이 임박한 한 노인이 나타났다.\r\n\r\n“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너는 그대로구나……”\r\n“너였구나. 네 생명은 이제 점점 약해지고 있어.”\r\n“하하…… 이 일만 마치면, 관 속에 들어가도 여한이 없어……”\r\n\r\n노인은 품에서 조심스레 나무 상자를 하나 꺼냈다. 그 안에는 금은보화가 아닌, 그저 순백의 깃털 하나만 있을 뿐이었다.\r\n\r\n“널 기억하는 이는 아무도 없겠지. 모두가 늘 네 곁을 스쳐 가니까……”\r\n“하지만 내가 평생을 쫓아다닌 끝에 마침내 절대 색이 바래지 않는 이 깃털을 찾았어. 마치 너 같지.”\r\n“늘 생각했어…… 너에게 남겨줄 수 있는 게 있으면 좋겠다고……”\r\n“넌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 그만 말해.”\r\n“하하하…… 고맙다……”\r\n“그날, 날 구해줘서 정말 고마웠어.”\r\n\r\n소녀는 영원히 빛을 잃지 않을 그 순백의 깃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r\n그날, 그녀는 평소보다도 훨씬 더 오랫동안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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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24.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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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24.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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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24.3": "홀리데이 버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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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24.4": "점원이 계산대에 앉아 가게 문 닫을 시간을 손가락으로 세어보고 있을 때였다.\r\n한 여행가가 헐레벌떡 편의점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r\n“어라, 오늘도 왔네요?”\r\n“지난번에 신기가 꽤 비싸게 팔려서 이번에도 노려보려고요?”\r\n“좋아요, 하지만 이 별의 탑에서 비는 소원은…… 언제나 대가가 따르는 법이죠.”\r\n마감 직전 마지막 손님을 보낸 뒤, 점원은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기 시작했다.\r\n“진열대 정리? 그런 건 내일 해도 되지.”\r\n“청소? 어차피 또 금방 더러워질 텐데……”\r\n생각에 잠긴 것 같기도, 또 멍하니 있는 것 같기도 했다.\r\n“하암……”\r\n밤새 게임을 한 탓인지, 점원은 하품을 늘어지게 했다.\r\n그녀의 시야 속 상품들과 진열대가 어젯밤 게임 속 풍경과 서서히 겹쳐졌다.\r\n“여긴 역참, 여긴 들판…… 아, 이건……”\r\n이윽고 점원의 시선은 진열대 사이에 덩그러니 놓인 쇼핑카트에 멈췄다.\r\n“어젯밤에 크리스탈로 만든 자동차랑 똑같잖아……”\r\n점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쇼핑카트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r\n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그녀를 감싸고 있던 기운이 조금씩 옅어지는 듯했다.\r\n\r\n소녀의 걸음이 점점 문과 가까워졌다.\r\n“이 시간에 포셔가 아직 가게에 있으려나.”\r\n“끼익……”\r\n안에서 들려온 소리에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r\n“편의점 안에서 누가 드리프트라도 하고 있나?”\r\n\r\n의심을 떨쳐내듯 고개를 저은 그녀는 문을 밀어젖혔다.\r\n계산대 너머에 점원 하나가 익숙한 피로에 젖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저 머리카락만 조금 헝클어진 상태였다.\r\n쇼핑카트 하나가 천천히 그녀 앞에 멈춰 섰다.\r\n그곳엔 바퀴가 지나간 흔적들이 선처럼 이어져 있었다.\r\n마치 자유를 훔쳐간 흔적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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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25.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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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25.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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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25.3": "달콤한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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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25.4": "“만약 과거의 하루를 골라 계속 그 하루만 반복한다면, 넌 어느 날을 고를 거야?”\r\n조명 아래, 분홍 머리 소녀가 평소엔 잘 보이지 않는 송곳니를 드러내며, CD 플레이어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몽환적인 음악과 함께 그녀가 부드럽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r\n“모르겠어. 다 똑같지 않나?”\r\n은발 소녀는 가시로 덮인 거울을 정성스레 닦아내며 대답했다. 날카로운 모서리가 그녀의 손끝을 스쳤지만, 표정의 동요는 찾아볼 수 없었다.\r\n“쳇, 진짜 재미라고는 티끌만큼도 없다니까.”\r\n그때, 분홍 머리 소녀의 뇌리에 장난기 어린 생각이 스쳤다. 소녀가 등불 손잡이를 들고 살금살금 은발 소녀 등 뒤로 다가갔다. 희미한 빛덩이들이 숨결 사이로 맴도는 가운데, 소녀가 평소 도전자들을 유혹할 때처럼 낮게 속삭였다.\r\n“말해봐…… 넌 원하는 게 뭐야……”\r\n“보여줘…… 너의 가장 진실한 모습을……”\r\n하지만 등불은 끝내 깜빡이지 않았다. 상대는 욕망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r\n“빛을 밝혀줘서 고마워. 이제 거울이 깨끗해졌어.”\r\n은발 소녀는 동료의 이런 자작극에 익숙했다. 이런 소소한 장난은 지난 몇 년간 수없이 반복되어 온 것들이었다.\r\n본디 그녀들의 삶 자체가 하루하루의 반복이기도 했다.\r\n\r\n“그런데 사람들은 대체 왜 모든 걸 걸면서까지 이룰 수 없는 소원을 쫓는 걸까?”\r\n“그게 인간의 본성이자, 가장 큰 약점이지.”\r\n“우리가 워낙 능수능란한 기술을 써서 덫에 걸리는 건 아니고?”\r\n분홍 머리 소녀가 뿌듯한 듯 고개를 흔들자, 덩달아 토끼 귀 머리띠도 함께 흔들렸다. 이 옷만 입으면, 누구도 그녀의 초대를 거절하지 못했다.\r\n그녀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어쨌든 언제나 승리했다.\r\n\r\n은발 소녀가 투지, 눈물, 모험심으로 점철된 도전자들의 눈빛을 떠올렸다. 소원은 달랐지만, 결국 모두 같은 길로 들어섰다.\r\n그녀는 도통 이해할 수 없었지만, 가끔은 그 마음의 근원을 생각해 보기도 했다.\r\n“사실, 우리가 없어도…… 그 사람들은 ‘꿈’을 위해서라면 무슨 대가든 치르려 할 거야.”\r\n“우리는 그저 옆에서 살짝 부추겼을 뿐이지.”\r\n“그게 인간이 가장 무서운 이유이기도 해.”\r\n\r\n“베르너, 리본이 느슨해진 것 같아. 매는 것 좀 도와줘.”\r\n베르주는 지금도 이 차림이 익숙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늘 담담한 얼굴로 초심과 이상에 대해 논했지만, 그녀가 등을 돌리기만 하면 여전히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 무엇보다 뜨거운 시선을 보냈다.\r\n\r\n저 멀리 걸음을 재촉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약속대로 누군가 찾아온 것이었다. 이제 떠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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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26.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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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26.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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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26.3": "청소 타임DA♥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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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3026.4": "“리리리~! 시간은 달라도, 같은 라이브 방송이에요! 오늘도 저를 보러와 준 우리 부하곰들~ 정말 고마워요~♥”\r\n매번 이 시간만 되면, 베아트리스는 어김없이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특별했다. 방송 시작이 평소보다 20분 빨랐던 것이었다.\r\n예고 없이 일찍 시작된 방송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인 시청자들은 이미 채팅창에서 새로 고침을 반복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화면 위로 채팅이 쏟아지고, 방은 순식간에 활기를 띠었다.\r\n“힛, 부하곰들~! 오늘은 여러분이 더욱 즐겁도록 특별히 새로운 코너를 준비했답니다~♥”\r\n화면은 경기장에서 하얀 배경의 텍스트 화면으로 전환되었다.\r\n“하루 종일 고생한 우리 부하곰들, 피곤함도, 속상함도 많이 쌓였겠죠? 아무래도 그런 감정으로 방송을 보면, 즐겁게 보기 힘들 테니, 제가 싹 다 풀어 드릴게요~!”\r\n“자, 그럼 오늘 있었던 속상한 일들을 채팅창에 올려주세요! 물론, 슈퍼챗으로 보내주신 건 먼저 읽어 드릴 거예요~♥”\r\n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채팅창으로 오늘 하루 겪은 속상한 일들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졌다.\r\n\r\n“「새출발을 꿈꾸며」님, 슈퍼챗 감사합니다! 오늘 짝사랑하던 사람한테 차였어요, 위로 좀 해줄 수 있을까요?”\r\n“이렇게 매일 가상의 미소녀만 보러 오니 차일 수도 있죠~ 그치만 괜찮아요! 이제부터 저 하나만 좋아하는 팬이 되면 되죠! 저는 매일 이 시간에 여기서 당신 곁을 지켜줄 거랍니다~♥”\r\n\r\n“오늘 회사에서 상사한테 혼났는데 너무 억울해요.”\r\n“그럼 내일 출근해서 한 대 때려주는 건 어때요? 급하면 지금 당장 집으로 찾아가도 되고요. 참고로 제국 호위대한테 잡혀가도 저랑은 아무 상관 없다는 점, 잊지 마시고요~”\r\n\r\n“「뽑기보단 노가다」님, 슈퍼챗 감사합니다! 오늘 확률업 뽑기가 4번 다 빗나갔어요. 앞으로는 진짜 현질 안 할 거예요.”\r\n“그런 불확실한 2D 캐릭터에 돈 쓰는 건 너무 낭비죠~ 그 돈으로 차라리 저한테 빨간 슈퍼챗 하나 더 쏘는 건 어때요!? 어쩌면 저를 뽑게 될지도 모르잖아요~”\r\n\r\n“혼난 기분인데 구독 취소할게요.”\r\n“구독 취소했는데, 왜 아직도 여기 있죠? 매니저님! 저 사람 강퇴 좀요!”\r\n\r\n베아트리스가 ‘풀어준’ 피로가 많아질수록, 채팅창의 물음표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휴대폰 화면 속 2D 캐릭터는 입이 거칠었지만, 방송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r\n\r\n“자자~ 이렇게 계속 물음표만 보내면, 제가 블랙리스트에 올려버릴 거예요~”\r\n“오늘의 「베아트리스의 교감 방송」은 여기까지! 부하곰들, 이제 오늘의 게임 들어가실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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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01.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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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01.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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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01.3": "고양이 신 레퀴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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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01.4": "“고대 고양이 신 냐옹냥냥, 냐옹뿅!”\r\n“……앗, 말하다 혀가 꼬이네. 박력도 부족하고.”\r\n“다음 페이지로 넘겨볼까.”\r\n“앞길을 막는 모든 것을 조준하고…… 마신의 눈, 개방!”\r\n“이거 괜찮은데? 참고해도 되겠어!”\r\n“카시미라, 내 시작 대사로 이거 어때?”\r\n샤통이 책더미 속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며, 표지는 낡아버려, 저자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마법서를 동료에게 내밀었다.\r\n“음, 괜찮네. 그걸로 해.”\r\n카시미라는 건성으로 대답하며 종이를 힐끗 내려다보았다. 그 위에 그려진 마법진은 변형된 데다, 주문도 불완전해 딱히 위험해 보이진 않았다. 한눈에 봐도 아이들을 속이려는 가짜 같았다……\r\n……뭐, 상관없었다. 지금 온 집안을 들쑤시고 다니며 들뜬 어린 고양이에겐 오히려 딱이었다.\r\n그녀는 역시 아직 어렸다. 사람을 여기까지 끌고 온 이유도, 결국은 자신만의 그럴듯한 등장 대사를 만들어내기 위한 것도 그렇고 말이다.\r\n심지어 이미 수차례 말했던 팀 수칙조차도 누차 반복해야만 했다.\r\n카시미라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한번 못을 박듯 강조했다.\r\n“백묘의 팀원은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로 동료에게 총구를 겨눠선 안 돼.”\r\n“샤통, 도대체 지금이 몇 번째야?”\r\n\r\n“으…… 또 혼났네……”\r\n샤통이 씩씩대며 저격소총을 내려놓았다.\r\n방금 전투 장면을 상상하다가 무심코 카시미라를 조준하고 말았다. 샤통이 카시미라에게 어떤 적의를 품고 있던 건 아니었다. 그저 무의식적으로 조준점을 겨누게 된 것뿐이었다.\r\n“……습관인가?”\r\n“그럴지도.”\r\n\r\n어린아이는 다 기억할 수도 없을 만큼, 셀 수 없이 많이 버림받았다.\r\n그녀는 자신만큼이나 어려 보이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미 말라버린 눈에서는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아, 눈앞의 사람에게 동정을 살 수조차 없었다.\r\n사실 굳이 그런 표정을 지을 필요는 없었다. 자신의 가치만 증명할 수 있다면, 영원히 버려지지 않을 테니까.\r\n“버림받고 싶지 않아. 그러니 누구라도 나를 데려가 줄 수만 있다면……”\r\n\r\n아이는 그렇게 손을 붙잡혔고, 끌려가듯 수많은 건물의 그림자를 지나쳤다.\r\n따스한 손이 아이의 손목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r\n“내가 꼭 붙잡고 있을게.”\r\n\r\n“샤통, 별의 탑에서 멍하니 있는 건 위험해.”\r\n귓가로 들려온 경고가 샤통의 생각을 현실로 끌어당겼다. 수호자가 그녀들을 향해 육중한 손을 사정없이 휘두르고 있었다.\r\n이내 조준을 마친 샤통은 방아쇠를 당기며, 새롭게 만든 대사를 외쳤다.\r\n“마신의 눈, 개방!”\r\n\r\n“크흠, 백묘는 폭발 따윈 돌아보지 않아.”\r\n“쓸모없는 수칙만 잘도 기억하고 있네.”\r\n카시미라는 한숨을 내쉬고는, 샤통에게 다음 전투 준비를 지시했다.\r\n\r\n“옛설, 대장!”\r\n샤통은 포스터 속 자세를 제법 그럴싸하게 흉내 내며 카시미라 등 뒤로 경례를 올렸다.\r\n그 뒷모습은 처음 봤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r\n\r\n내가 꼭 붙잡고 있을게.\r\n그 약속을 잊었다 해도 괜찮아.\r\n지금의 나는 버림받는다 해도, 내 힘으로 널 따라잡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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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02.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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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02.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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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02.3": "하늘, 꽃 그리고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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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02.4": "청월 21일, 아침엔 비가 왔고, 곧 맑게 개었다.\r\n“이 날은 꼭 적어둬야 해. 별의 탑 때문에 잊게 될지도 모르니.”\r\n\r\n그날, 나는 아주 치밀한 탈출 계획을 세웠다.\r\n새벽 여명과 함께 출발해 세 군데를 경유했고,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으려 애썼다. 스승님께 가르침을 받아온 이래로 아마 가장 대담하고 무모한 행동이었을 것이다.\r\n하지만 해가 질 때까지도 스승님이 하늘에서 내려오지 않자, 혹시 내가 떠난 걸 아예 눈치채지 못한 게 아닐까 싶었다.\r\n그래서 밤이 깊어진 틈을 타 다시 몰래 정원으로 돌아갔다. 스승님 방에 불이 켜져 있는 걸 보자 안심이 되었다. 짐을 제자리에 갖다 두고, 평소처럼 스승님께 문안을 드리러 갔다.\r\n조심스레 스승님의 표정을 살폈다. 아무렇지 않아 보였지만, 스승님이 고개를 들어 눈이 마주치는 순간, 직감적으로 걸렸다는 걸 깨달았다.\r\n“돌아왔구나. 밖은 재미있었느냐?”\r\n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몰라, 대뜸 스승님 앞에 무릎부터 꿇었다. 얼마간 침묵이 흐른 뒤, 스승님이 찻잔을 내려놓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r\n“오늘 외출은 은신술 훈련의 일환이라 생각하마.”\r\n“한데, 실력이 너무 형편없구나. 언제든 발각될 수 있으니, 더 열심히 정진하거라.”\r\n스승님의 꾸짖음이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곧 이어진 말 한마디는 평생 잊을 수가 없게 되었다.\r\n“허나, 내게 미리 허락을 구하지 않았지. 벌로 나도 네가 눈치채지 못할 때 한번 사라져야겠구나.”\r\n\r\n그 밤을 어떻게 버텼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스승님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견디기 힘든 공포에 휩싸였던 느낌만 또렷했다.\r\n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꿈속을 헤매다 깬 사람처럼 비틀비틀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았고, 사무치는 후회를 긴 반성문에 써 내려갔다.\r\n\r\n일주일 내내 스승님은 나를 완전히 외면했다. 내 수련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고, 내가 늦잠을 자든 말든 상관하지도 않았다. 나는 너무 두려운 나머지, 반성문만 몇 통이고 주구장창 썼다.\r\n8일째 되는 아침, 문을 열자, 스승님이 긴 회초리를 손에 쥔 채 서 계셨다. 그리고는 묵묵히 제자의 아침 수련을 독려했다.\r\n그 순간, 스승님이 나를 용서해준 거라고 생각했다.\r\n\r\n그런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날, 스승님이 조직으로부터 극비 임무를 맡게 되었다.\r\n그 시절, 스승님은 조직 내 위치가 점점 높아졌고, 맡는 임무도 날로 위험해졌다. 스승님이 없는 날엔 나도 더는 예전처럼 게으름 피우지 않고, 묵묵히 수련에만 전념했다. 언젠가 스승님의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길 바라면서 말이다.\r\n이번에도 평소처럼 길면 보름, 짧으면 며칠 안에 스승님이 돌아오실 거라 생각했다.\r\n전에 스승님이 말했었다. 이곳은 유일하게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곳이며, 닌자는 집이 없지만, 이곳이 곧 우리의 집이라고.\r\n그런데, 그날 이후 스승님이 돌아오지 않았다. 정원 안을 샅샅이 뒤져봐도, 내게 남긴 작별 편지 같은 건 없었다.\r\n그저 오래전에 받았어야 할 가벼운 벌을 이제서야 받게 된 거라고 믿어야 했다.\r\n나는 지금도 스승님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r\n\r\n……\r\n\r\n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그 아이를 한 번 바라보았다. 곤히 잠든 아이는 이번에도 전처럼 단순히 임무를 수행하러 가는 줄로만 믿고 있었다.\r\n몇 해 전 그날 밤이 떠올랐다. 어린 그녀가 살금살금 담을 넘어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내 방으로 들어왔던 그날. 벌을 주겠다고 하자마자, 아이의 눈에는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었다.\r\n그후 일주일 동안, 내 책상 위에는 매일 편지 한 통이 놓여 있었다. 처음엔 장문의 반성문이었지만, 점차 횡설수설이 늘어갔고, 마지막엔 졸면서 쓴 흔적이 역력했다.\r\n살짝 축축하게 젖어 있던 일곱째 날의 편지는 달랑 한 줄만 적혀 있었다.\r\n“스승님, 가지 마세요.”\r\n\r\n사실 나는 그 아이를 진작 용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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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03.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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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03.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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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03.3": "날 닮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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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03.4": "호타루는 끝없이 펼쳐진 우주 속을 떠다니고 있었다. 주변은 어둡고 깊었다.\r\n머리 위에 삐쭉 솟은 머리카락 한 가닥이 물음표처럼 말려 있었다. 그녀는 어쩌다 이곳에 오게 된 건지 알 수 없어 어안이 벙벙했다.\r\n멀리서 빛나는 푸른 별이 하나 보였다.\r\n처음 보는 별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익숙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r\n“저건, 뭐지?”\r\n“집이다.”\r\n카나체는 언제나 그녀의 물음에 답해주었다. 왜 이곳에 함께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r\n집이라면 날아가 보자.\r\n등 뒤에 있는 공중 포격기 아발란체가 눈부신 백색 빛을 뿜어냈다.\r\n어느 정도 전진하자, 사방에서 수많은 별의 함대가\r\n별의 고리 형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r\n중심에 선 그녀는 포위된 행성 같았다.\r\n하지만 지금, 호타루는 새 장난감을 손에 넣은 아이처럼 들떠 있었다.\r\n“전부 부숴도 되지?”\r\n말이 끝나기 무섭게 등 뒤의 아발란체가 수많은 광선을 발사했다.\r\n“굳이, 대답할 필요 없어.”\r\n공중 포격기의 맹렬한 공격에 적 함대들은 하나둘씩 지저분한 불꽃이 되어 사라졌다.\r\n\r\n“이제 됐어.\r\n아무도, 내가, 집에 가는 길을, 막을 수 없어.”\r\n호타루는 아발란체를 몰아 푸른 별을 향해 날아갔다.\r\n그녀의 등 뒤에서 공중 포격기의 빛줄기들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r\n그 넓은 우주에서 그녀는 반딧불이처럼 빛나고 있었다.\r\n\r\n“일어나, 얼른 일어나라.”\r\n호타루가 다시 눈을 뜨자, 우주도, 은하도, 함대도 모두 사라지고\r\n익숙한 천장과 카나체가 보였다.\r\n조금 전까지만 해도 우주의 끝자락에 함께 있던 인물이, 지금은 손에 쥔 리모컨을 흔들어대고 있었다.\r\n“앞으로 잘 때는 꼭 영화 끄고 자라, 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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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04.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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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04.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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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04.3": "요정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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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04.4": "이 세상 어딘가에 정말 요정 마을이 존재한다면, 당신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꿈을 선사하는 요정이 되고 싶나요, 아니면 악몽으로 장난치는 요정이 되고 싶나요?\r\n호호…… 선택하셨나요? 그럼 이제 ‘Yosso’와 함께 이 환상의 낙원으로 떠나보세요.\r\n\r\n피렌은 커다란 포스터에 적힌 광고 문구를 무심한 눈길로 훑었다.\r\n이번 시즌 신상품을 우아하게 들고 있는 포스터 속 모델은 골드 에리어의 귀부인들과 아가씨들을 향수 매장으로 유혹하고 있었다.\r\n그러나 피렌은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자리를 뜨려던 찰나, 곁에 있던 사람이 가볍게 그녀의 팔짱을 끼며 걸음을 멈추게 했다.\r\n그 힘은 강하지 않았지만, 거부할 수 없었다.\r\n“들어가 보자. 내일 연회에서 너도 분위기 전환 좀 하면 좋잖니.”\r\n“네, 어머니.”\r\n\r\n어머니가 피렌의 옆구리를 톡톡 가볍게 쳤다.\r\n그러자 피렌이 반사적으로 자세를 바로잡았다. 정교하게 계산된 각도로 균형을 잡고 선 그녀의 자세는 귀족이라면 예법 수업에서 반드시 익혀야 할 기본자세였다.\r\n그 모습을 본 어머니는 흡족한 듯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r\n향수 매장 앞에서 오래 기다린 듯한 안내 직원은 두 사람을 위해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r\n“어서 오십시오, 페르트로 부인, 페르트로 양.”\r\n\r\n“새로 출시한 이 향수는 미몽일을 모티브로 조향 된 신제품이랍니다. 톱노트는 싱그러운 풀 내음으로, 꿈결 같은 요정 마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지요.”\r\n피렌은 무심한 표정으로 시향지를 받아들었다.\r\n“혹시 이 향이 너무 달콤하게 느껴지시면, 탄몽일을 모티브로 한 우디 계열도 있으니, 이쪽도 한번 시향을……”\r\n점원의 소리가 점점 희미해져갔다.\r\n\r\n피렌은 어느새 등나무꽃이 흐드러진 꽃밭 한가운데 서 있었다.\r\n“여긴 어디지……”\r\n향기로운 꽃내음이 코끝을 간질였고, 등나무 꽃잎이 바람을 타고 그녀의 손끝을 스치며 하늘 저 너머로 날아올랐다.\r\n피렌은 무의식적으로 꽃잎을 쥐려 했지만, 이내 손을 거두었다.\r\n어머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r\n어쩌면 피렌의 마음 한편으로는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찾아 나서기보다, 그 자리에 앉아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는 걸 택했다.\r\n\r\n“사파이어! 여기 수상한 애가 있어!”\r\n“루비, 예의를 지켜야지.”\r\n피렌은 자신의 치맛자락이 조금씩 당겨지는 느낌을 받았다……\r\n그때, 꽃밭에서 작은 머리 두 개가 빼꼼하고 나왔다. 그 모습이 마치 동화책에서 본 요정과 같았다.\r\n“안녕하세요, 아가씨.” 짙은 머리칼을 가진 요정이 정중하게 말했다. “요정 마을 초대장을 보여주시겠어요?”\r\n“초대장이 없다면, 무단 침입한 나쁜 녀석이야!” 밝은 머리칼의 요정은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내가 혼내주겠어!”\r\n피렌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의 몸 어디에도 요정들이 말하는 초대장은 없었다.\r\n\r\n요정들은 그녀의 대답을 듣고도, 엄포를 놨던 대로 ‘나쁜 녀석’에게 ‘제재’를 가하지는 않았다.\r\n“우리는 솔직한 사람이 좋아! 그러니 여기 잠깐쯤 머무는 건 허락해 줄게……”\r\n두 요정이 날개를 파닥대며 피렌의 어깨 위에 앉자, 짙은 꽃향기가 또 한 번 퍼져나갔다.\r\n“그럼…… 좋은 꿈 꿔.”\r\n\r\n“피렌? 피렌?”\r\n다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r\n등나무 꽃향기는 이미 사라졌고, 환상 같은 꽃밭도 자취를 감춘 뒤였다.\r\n“이걸로 하자.” 어머니가 점원을 향해 눈짓을 보내자, 점원이 포장된 향수를 들고 와 공손하게 건넸다. 그 병에는 어딘지 익숙한 두 요정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r\n“당신만의 꿈결 속 자취를 간직하시길 바랍니다.”\r\n점원이 미소를 머금은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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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05.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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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05.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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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05.3": "맑은 하늘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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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05.4": "꽃 한 송이를 발견했다.\r\n‘발견’이라는 단어를 쓴 건, 이렇게 생긴 꽃은 지금껏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r\n\r\n그 꽃은 사무소 뒤뜰, 왼쪽에서 세 번째 화단의 가장 안쪽에 피어 있었다.\r\n정원은 정원사가 매일 와서 잔디가 마르지 않게 물을 줬고, 화단도 깔끔하게 관리했다.\r\n궁금했다. 정원사가 무슨 특별한 마법이라도 써서 모든 꽃들이 동시에 피어나도록 명령하고 있는 건 아닐까? 여태껏 꽃들이 시드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나온 생각이었다.\r\n하지만 이 꽃만은 마치 오케스트라 합주 속에서 튀어나온 불협화음처럼, 남몰래 조용히 자라나고 있었다.\r\n정원사도 실수할 때가 있는 걸까. 아니면 고된 일상 속, 누군가 일부러 심어둔 작은 장난일지도 몰랐다.\r\n\r\n지금은 이 꽃이 내 일상의 작은 쉼표가 되었다. 선생님이 알려주신 심신 이완 방법으로, 점심시간이면 뒤뜰의 돌길을 따라 산책하고는 하는데, 머릿속의 복잡한 정보들과 다음 계획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됐다.\r\n전에는 산책할 때 뒤뜰 담장을 넘어온 침입자를 붙잡아, 정정당당하게 결투를 신청하는 상상을 하고는 했다.\r\n이런 무의미한 상상에 빠지면 안 된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결투 대리인의 전성기는 이미 저물었고, 지금 푸아투 가문에 필요한 건 유능한 변호사가 된 후의 나였으니까.\r\n요즘은 산책할 때면, 그 꽃이 남아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화단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는 한다.\r\n그 꽃의 이름이 궁금해졌지만, 식물은 학교 과학 시간에 배운 지식이 전부였다.\r\n어쩌면 그건 아주 희귀한 꽃이자, 귀한 꽃일지도 모른다. 어느 날 날아가던 새가 무심코 떨어뜨린 씨앗에서 자라난 그런 꽃 말이다.\r\n\r\n그날, 집에 돌아온 나는 책장에서 두꺼운 「식물학 백과사전」을 꺼내 들었다.\r\n처음부터 끝까지 샅샅이 훑었지만, 그 꽃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r\n“설마 내가 새로운 식물종을 발견한 건가”\r\n나는 잔뜩 부푼 마음으로 이 소식을 엄마에게 전했다. 엄마는 꽃에 대한 내 설명을 다 듣고 나자, 고개를 갸웃해 보였다.\r\n엄마는 백과사전을 받아 들고, 목차를 훑더니 정확히 어느 한 페이지를 펼쳤다. 그리고는 구석에 조그맣게 실린 하얀 꽃을 가리키며 말했다.\r\n“말한 꽃이 혹시 이거니?”\r\n그 사진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머릿속에 떠오른 꽃과 재차 비교한 끝에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같은 꽃이었다.\r\n책을 읽을 때는 너무 들떠 있었던 탓에, 페이지 틈에 달랑 두세 줄 가량 적힌 내용을 미처 보지 못했었다.\r\n나는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정말 책에 나온 대로 흔한 꽃이라면…… 여태껏 나는 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거지?”\r\n엄마가 웃으며 말했다. 마치 어린아이가 던진, 너무도 단순한 질문에 답하듯이 말이다.\r\n“너무 흔한 꽃은 정원에 심지 않는단다.”\r\n“전에 휴가로 교외 별장에 갔을 때 산 전체가 그 꽃으로 가득한 광경을 봤는데, 아주 아름다웠단다.”\r\n\r\n훗날, 나는 마침내 엄마가 말했던 그 풍경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되었다.\r\n불미스러운 사건을 겪은 뒤, 홀로 여행을 떠났을 때였다.\r\n비가 갠 뒤, 목적지도 없이 교외를 거닐고 있었다. 그러다 길가에서 내 기억 속 깊이 각인된 그 꽃을 보게 되었다.\r\n허리를 굽혀 자세히 들여다보려던 순간, 등 뒤에서 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r\n“어라? 너도 별무리꽃 좋아해?”\r\n고개를 들자, 환하게 웃고있는 소녀가 보였다. 잿빛 하늘 아래서도 주황빛 짧은 머리가 유난히 빛나고 있었다. 나는 그 무거운 백과사전 내용을 떠올리며 말했다.\r\n“별무리꽃? 내가 알기로는 ‘점땅꽃’인데.”\r\n“아아, 그건 정식 명칭일 거야. 우리 여행가들은 ‘별무리꽃’이라고 불러. 별처럼 빼곡히 피어있잖아? 즙은 약초로도 쓸 수 있어.”\r\n책에서는 알려주지 않았다. 이처럼 평범하기 짝이 없는 꽃도, 결코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r\n“이제야 알았어, 고마워.”\r\n“별말씀을! 난 앞쪽 마을에 편지 전하러 가는 길이야. 방향이 같으면, 같이 갈래?”\r\n“나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 그럼, 같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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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06.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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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06.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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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06.3": "마녀의 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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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06.4": "마녀.\r\n이 자체로도 아주 매혹적이다.\r\n마녀들이 내뱉은 말은 꿀처럼 달콤하게 목을 타고 넘어가, 녹는 순간에 비로소 그 안에 숨겨진 독이 드러난다.\r\n미스티는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존재였다. 주목받는 사건을 재료 삼고 감정의 선동을 양념처럼 곁들여,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기사를 뚝딱 내놓았다.\r\n\r\n“독자들은 자극적인 걸 좋아하거든. 난 기사에 그들이 원하는 걸 담아주는 것뿐이야.”\r\n자신에게 비법을 배우러 온 동료들에게, 미스티는 늘 웃는 얼굴로 이렇게 자신의 마법을 설명했다.\r\n이 말을 들은 동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크게 공감했고, 이내 미스티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r\n이제 동료들은 기사를 더 자극적으로 쓰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방법을 고심할 것이다.\r\n마녀 학원을 막 졸업한 듯한 한 소녀만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손으로 빗자루를 움켜쥔 채, 맞바람에 목이 막힌 듯 힘겹게 미스티에 물었다.\r\n“이렇게 쓴 기사가, 정말 우리가 추구하는 거야?”\r\n미스티는 늘 그랬듯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머금은 채, 소녀의 빗자루를 바로잡아 줬다…… 적어도 지금은, 소녀가 바람에 휩쓸려 날아갈 걱정은 하지 않게 되었다.\r\n그런 다음, 미스티는 본인은 만족스러운 대답을 내놓았다.\r\n“응. 마녀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r\n“결국……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마감해야 할 원고 외에, 내가 쓰고 싶은 걸 쓸 수 있으니까.”\r\n\r\n바람을 타고 술법이 발동되는 소리가 실오라기처럼 아주 미세하게 들려왔지만, 마녀의 예민한 귀를 속일 수는 없었다.\r\n미스티는 황급히 소녀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건넸고, 빗자루를 탄 채 멋스럽게 궤적을 그리며 날아오는 마법탄을 피해 갔다.\r\n“으하하! 약 올라 죽겠지?”\r\n목표가 된 당사자는 신이 난 듯 다시금 빗자루의 속도를 높였고, 능숙하게 골목 깊은 곳으로 날아들어 갔다……\r\n이 천연 은신처 덕분에, 마녀는 수많은 컴퍼니의 현상금 추격을 피할 수 있었다.\r\n가십성 기사를 쓰는 것 말고, 미스티가 더 좋아하는 또 다른 정체는, 세상에 묻힌 진실을 찾아 파헤치는 ‘조사 마녀’이다.\r\n\r\n골목골목을 누비는 미스티는 조금의 허둥댐도 없었다. 미스티의 소환령은 상대의 눈앞에서 분홍빛 안개를 뿜어내며 그들의 시야를 교란하고 있었다.\r\n“못된 짓 할 배짱이 있다면, 나는 기사를 쓸 용기도 있지. 퉤퉤퉤!”\r\n마녀의 조롱 섞인 목소리가 하늘 위에 울려 퍼졌다.\r\n“잡을 수 있으면, 어디 한 번 잡아 보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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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07.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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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07.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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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07.3": "자정의 타락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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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07.4": "오래전, 어떤 영화에서 이런 대사를 들을 적이 있었다.\r\n“사람 누구나 마음속엔 검은 면과 하얀 면을 가지고 있지.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은 그 중간인 회색에 머무르길 택하지. 하지만 나는……”\r\n그 대사의 뒷부분은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면 별의 탑이 훔쳐 가 버린 걸지도 모르겠다.\r\n그런데 오늘, 우연히 가게에서 그 영화 포스터를 다시 보게 되었고, 그 말이 다시 떠올렸다.\r\n\r\n뭔가 이해되지 않는 일이 있을 때면, 난 한밤중에 애시 에리어 거리를 걷는다. 항구에서 수도교까지, 천천히 걷는다.\r\n\r\n마침, 여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강가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하루의 피로를 날려주었다.\r\n개굴개굴 우는 개구리, 윙윙 날아다니는 벌레들. 밤이 되어도 이 녀석들은 도무지 잠잠해질 줄을 몰랐다.\r\n이따금 어느 집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고, 그 뒤를 잇는 건 허둥지둥 급하게 나무 바닥을 뛰어가는 소리였다.\r\n이런 소리가 뒤섞여 있음에도 혼란스럽기보단 오히려 평온하고, 마음을 놓이게 했다.\r\n나의 문학 성적이 우수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광경은 괜히 감상에 젖게 만든다.\r\n괜히 감성 떠는 문학 동아리 애들 흉내를 내며 중얼거렸다,\r\n“어쩌면, 이게 바로 회색 도시의 심장 소리일지도 몰라.”\r\n\r\n하지만 고요함도 잠시, 평화를 깨는 방해꾼들이 꼭 나타나곤 한다.\r\n경적, 고성방가. 평화로웠던 하루는 이 소란들로 끝이 났다.\r\n\r\n제국 호위대의 기사 몇 명이 자전거를 타고 내 앞을 가로막았다. 그들이 들고 있는 라이트 콘은 눈이 멀 만큼 강하게 빛났다. \r\n그제야 생각났다. 내가, 이 옷을 입고 나왔지. 오히려 잘 됐어, 저들과 말다툼할 필요도 없겠군.\r\n스케이트보드를 내려놓고, 방망이를 움켜쥔 다음, 그들의 포위망을 뚫고 돌파했다.\r\n겁을 먹은 게 아니라, 싸웠다간 남들 꿈까지 방해할 것 같아서였다.\r\n\r\n나는 비밀 통로를 따라 미끄러지듯 내달렸고, 놈들을 한적한 골목 안쪽으로 유인했다.\r\n앞장서던 녀석은 날 궁지로 몰아넣었다고 생각했는지, 우쭐대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r\n\r\n“3대 1이네. 어디 한 번 도망쳐 보시지!”\r\n\r\n바로 그다음 순간, 그놈은 폭탄 와이어를 밟았고, 사람이며 자전거며 한꺼번에 공중으로 나가떨어졌다.\r\n“이를 어쩌나~ 이제 3대 2네~”\r\n\r\n“우쭐대지 마! 총 맛 좀 봐라!……끄악!”\r\n“네 총도 내 주먹에는 안 되지!”\r\n“흥! 지금은 몇 대 몇이지?”\r\n“언니, 이젠 3대 3이잖아.”\r\n“너한테 안 물어봤거든! 내가 아무리 산수를 못 해도 이걸 못 셀 정도는 아니야!”\r\n\r\n나는 방망이를 움켜쥐고, 갑옷이 덜덜 떨릴 정도로 떨고 있는 눈앞의 기사를 바라봤고,\r\n넬몬트와 폴몬트가 남은 기사들을 제압했다.\r\n그 대사의 뒷부분은 끝내 기억해 내지 못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r\n\r\n“보아하니 새로 온 기사들 같네. 이곳의 규칙을 잘 모르는 모양인데, 이번 기회에 알려줄게.”\r\n“잘 들어. 이곳에서는……”\r\n“우리가 곧 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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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08.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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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08.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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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08.3": "푸른 하늘 너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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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08.4": "“놀이공원? 그게 뭐 하는 곳인데?”\r\n“에……?! 별의 탑 안에 있다고?! 나는 본 적 없는데, 어느 별의 탑에 있었는데?”\r\n“기회가 생긴다면 꼭 가볼 거야!”\r\n\r\n\r\n나는 놀이공원을 본 적도 없고, ‘놀이공원’이라는 단어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다.\r\n베일린을 지나던 한 젊은 여행가에게서 처음으로 들은 말이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r\n그곳은 별의 탑 안에 있는 환상의 낙원으로, 분명 별의 탑 안에 있는 곳인데도 푸른 하늘을 볼 수 있고, 끝없이 넓은 공간에 온갖 거대한 시설들이 즐비한데 그 모든 시설을 탈 수 있다고 했다. 그중 어떤 시설은 천천히 위로 떠올라 공원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게 해주고, 어떤 시설은 공중에 걸린 레일 위를 달리며 짜릿한 속도감을 느끼게 해주는데……무서울 수도 있지만, 분명 중독될 거라고 했다.\r\n그 여행가는…… 그곳을 꿈속 낙원이라고 말했다.\r\n풍선, 컬러 리본, 눈 부신 햇살과 푸른 하늘이 경쾌한 음악과 함께 어우러지는 곳, 그곳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모든 근심은 잊게 되고 지금 이 순간의 기쁨만이 남는다고 했다.\r\n\r\n기회가 된다면 정말 가보고 싶은데.\r\n\r\n정신없이 바쁘던 어느 날, 나는 그녀들과 함께 한 별의 탑 근처를 지나게 됐다.\r\n운명이었을지도, 아니면 그냥 보급품이 필요했을지도 몰랐다…… 물론 곧장 비가 내릴 것처럼 잔뜩 흐린 하늘도 이유 중의 하나였다.\r\n아무튼! 우리는 별의 탑 안으로 들어갔다.\r\n처음 보는 광경이 펼쳐졌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아래,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대한 시설들이 경쾌한 음악 속에서 돌아가고 있었다.\r\n“별의 탑 놀이동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r\n방송에서 안내 멘트가 흘러나오고, 오랫동안 기다려온 방문객을 반기기라도 하듯 점점 더 많은 시설이 가동되기 시작했다.\r\n“설마 이게 말로만 듣던 그 놀이공원인가……! 얘들아, 봐. 저 말이 빙글빙글 돌고 있어! 저쪽엔 엄청 커다란 찻잔도 돌고 있네!”\r\n“여긴 뭐 하는 데죠? 위험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r\n“우와, 진짜 높다……”\r\n“가자! 한번 가보자!”\r\n나는 그녀들의 손을 잡고 화려한 놀이공원으로 걸어 들어갔다.\r\n그 여행가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곳은 정말 근심을 잊고 오로지 즐거움만 집중하게 만드는 곳이었다. 놀이공원 안에 있는 풍선들을 한데 모았더니, 난 푸른 하늘을 날고 있었다.\r\n롤러코스터의 정상에서 비명이 들려왔고, 놀이공원 전체가 내 발밑에서 작아지는 것 같았다. 신기하고도 믿기지 않는 일들이…… 마치 꿈속에 있는 것 같았다.\r\n\r\n이곳을 별의 탑 밖으로 옮기고 싶다……\r\n풍선을 잔뜩 묶으면 되지 않을까?\r\n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깨어나고 싶지 않았다.\r\n꿈은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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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09.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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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09.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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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09.3": "‘공백’의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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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09.4": "인생은 한 권의 책이라고, 너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어떤 이는 태어날 때부터 황금 장식의 고급 양장본 인생을 타고났다.\r\n하지만, 넌 책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볼품없는 작은 책자에 불과했다.\r\n모든 일에는 좋은 면이 있는 법이다…… 작은 책자는 한 권짜리가 아니라, 세 권이 한 묶음이었다.\r\n너희 셋은 어릴 적부터 함께였다. 빵을 나눌 때도, 싸울 때도 그리고 보육원을 떠날 때도, 너희는 여전히 함께였다.\r\n설령 어느 날, 별의 탑이 너희의 모든 기억을 지워버린다 해도, 반드시 다시 만나 친구가 될 것이라고 너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r\n\r\n가끔 넌 네가 어떤 책이 될지 기대에 부풀곤 했다.\r\n기사들의 모험을 그린 소설? 모든 문제의 해답이 담긴 백과사전? 아니면, 사진으로 가득한 앨범?\r\n솔직히 말해보자. 네가 선택할 수 있는 건가?\r\n\r\n넌 앞으로 어떤 책이 될지 생각하며 불안해하지만, 정작 너 자신조차도 어떤 책이 되고 싶은지 몰랐다.\r\n남들처럼 평범한 척하며 지내면 되겠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너희는 ‘평범’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있었다.\r\n지갑은 텅 비었고 먹을 것은 바닥났다. 그래도 너희에게는 서로가 있었다. 아니, 서로밖에 없었다.\r\n\r\n사진을 한 장 더 찍자. 그 사진은 책 뒷장의 어느 한 페이지에 살짝 끼워두자. 그리고 미소를 유지해, 미래에 즐거움을 남겨주자.\r\n너희는 늘 돌고 돌아, 이곳저곳을 전전한 뒤에,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오는 것 같았다. 실망은 늘 따라붙었다.\r\n하지만 적어도 셔터가 눌리는 순간, 너희는 행복했다. 하지만 그 플래시가 꺼지면 받아들이기 싫은 현실이 다시 찾아왔다.\r\n\r\n마음을 편히 먹자. 너희는 작은 책자일 뿐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앞 페이지는 찢어버리고, 다시 쓰면 그만이다.\r\n\r\n이렇게 생각하면, 너의 모든 페이지는 표지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가능하다면 방수 기능도 있는 걸로.\r\n하지만 잊어서는 안 된다. 한 페이지를 찢어 버리는 건 모든 근심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냥 한 페이지가 줄어들 뿐이니.\r\n펜 끝을 통해 테이블 사이의 거친 감촉이 느껴진다면 조심해야 한다.\r\n어쩌면 버린 종이를 다시 주워 와야 할지도 모른다.\r\n\r\n네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지난 일들, 땅에 묻어둔 고통을 직접 다시 끄집어내 책의 마지막 장에 묶어서 넣어야 할지도 모른다.\r\n어쩔 수 없다. 이것들은 ‘너’의 중요한 일부라, 그냥 사라지게 할 수 없다. 과거에 잃어버린 것들은 미래의 어느 순간 널 쫓아오거나, 반대로 네가 그것을 쫓게 될 것이다.\r\n하지만 이제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다음 페이지로 넘겨야 하니까 말이다. 그다음 페이지에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r\n복잡한 생각들은 그만 접어두고, 새 장을 향해 달려가는 오아시스호에 함께 올라타자. 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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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0.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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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0.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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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0.3": "깨끗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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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0.4": "앙주 님은 오늘도 천공원에 없었다.\r\n알베도가 한숨을 쉬었다.\r\n‘그분’이 가장 믿는 조수인 알베도는 앙주를 대신해 고위급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익숙해져 있었다.\r\n알베도는 언제나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띠고, 얼마나 많은 비밀이 적혀 있을지 알 수 없는 작은 수첩을 손에 들고, 단호한 걸음으로 사무실과 복도, 의사당을 오갔다.\r\n\r\n“앙주 님, 다음 달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으시면, 본부 사람들 전부 앙주 님이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도 다 잊어 버릴 겁니다.”\r\n“나는…… 더 중요한 일을 하는 중이다.”\r\n“……지난번 회의에선……”\r\n“그런 시시한 일은 네가 알아서 해도 돼.”\r\n연락이 끊겼다.\r\n알베도는 다시 한번 한숨을 쉬었다. 사실 이런 한숨은, 혼자일 때만 허락되는 행동이었다.\r\n어쨌든 알베도는 앙주 님과 은혜의 최고 의지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품위가 없는, 인간적인 약점이 눈에 띄기라도 하면……\r\n\r\n“알베도 님도 한숨을 쉬시는군요?”\r\n알베도는 등 뒤에 하얀 머리 소녀가 고양이처럼 소리 없이 다가와 서 있어 깜짝 놀랐다.\r\n“베스티나……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요 며칠 동안의 네 실습 구역은 여기가 아닐 텐데?”\r\n“아! 역시 알베도 님이세요! 그런데 설마 알베도 님께서는 모든 사람의 당번표까지 다 외우고 계신 건 아니시겠죠? 그건 좀 말도 안 되잖아요.”\r\n“……그건 아니야. 그냥, 앙주 님께서 특별히…… 네가 뭘 하고 다니는지 지켜보라고…… 당부하셨어.”\r\n알베도는 하마터면 ‘당신’이라고 말할 뻔했다.\r\n\r\n알베도는 함께 일해본 동료는 많았지만, 유일하게 이 엉뚱한 ‘실습생’만큼은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곤란했다.\r\n이 실습생은 대체 정체가 뭘까? 앙주 님도 이 소녀와 이야기할 땐, 왜 늘 무슨 말을 하려다 마는 것 같은……\r\n……이상한 태도를 보이는 걸까?\r\n\r\n“하루 종일 그렇게 긴장하고 있지 마요. 쉴 때는 푹 쉬어야 한다고요…… 앙~ 주~ 님 걱정시키지 말고요.”\r\n베스티나가 알베도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아마 점프해도 어깨에는 닿지 않아서였을 것이다.\r\n“일하는 틈틈이 밖에 나가서 바람도 쐬고 하셔야 해요. 아시겠죠, 알베도…… 님?”\r\n하얀 머리 소녀는 알베도의 귓가에 의미심장하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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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1.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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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1.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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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1.3": "여름날 오후의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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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1.4": "“오늘 또 비 오네.”\r\n\r\n최근 토나는 프리지아가 장마철을 꽤 좋아한다는 사소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r\n프리지아는 비 오는 날이면 창가에서 책을 읽고, 창밖으로 내리는 빗줄기를 멍하니 바라봤다. 또 테레사가 눅눅한 날씨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을 때면, 아득한 눈으로 모두를 바라보며, 이런 축축한 날씨가 참 편하다고 말했다.\r\n“프리지아가 비를 좋아하다니, 조금 의외네.”\r\n“이상해요?”\r\n“이상하다기보단, 나랑 생각하는 게 달라서 그래.” 토나는 제멋대로 뻗친 단발머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습하면 머리카락이 자꾸 뜨거든, 봐봐…… 헤어스타일도 엉망이라서, 하나도 안 귀여워 보인단 말이야.”\r\n“그런가요?” 밝은 머리색을 가진 소녀는 습기로 인한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기에, 또 다른 친구에게 물었다. “테레사 씨도 싫어해요?”\r\n“으음…… 테레사는 모르겠어.” 테레사는 잠깐 생각하더니, 이 복잡한 감정을 최대한 설명해보려 했다. “물은 재미있고, 비가 오는 것도 좋긴 해. 하지만, 비가 오면 밖으로 나가서 놀 수 없지.”\r\n토나는 격하게 동의하며 말했다. “맛있는 것도 못 사러 나가잖아!”\r\n“하지만, 우린 물을 아주 잘 다루잖아요…… 이론상으로는 우린 비를 얼려서 얼음으로 만들 수 있어요. 그러면 젖지 않을 수 있잖아요?”\r\n“그게 진짜 가능해?!”\r\n“해 보자!”\r\n\r\n그리하여, 소녀들은 한 번 해보기로 한다.\r\n프리지아가 이론을 제시했다……\r\n“주변의 물을 한 곳으로 끌어모으면, ‘물 없는 공간’을 만들 수 있어요. 그러면 빗속에서도 안 젖을 거예요.”\r\n테레사가 감정을 보탰다……\r\n“내 마법 스킬은 뛰어나지 않아, 토나가 하는 게 어떨까?”\r\n토나가 용기를 더했다……\r\n“어?! 내가?”\r\n\r\n모든 준비가 끝났다. 토나는 문 앞에 서서 빗물을 한곳으로 모이도록 유도하기 시작했다.\r\n처음에는 빗물이 아주 순조롭게 덩어리를 이루더니, 마치 비눗방울에 싸인 듯 허공을 맴돌았다…… 토나는 덩어리를 따라 앞으로 걸었고, 이를 마치 우산처럼 띄워두었다.\r\n토나는 정말 젖지 않았다.\r\n테레사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이게 진짜 되잖아! 토나, 정말 대단해!”\r\n“당연하지. 난 못 하는 게 없는 요로즈 택배의 토나라고……”\r\n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물 덩어리가 갑자기 터지며 우쭐해 하던 소녀들 머리 위로 쏟아졌다.\r\n“으악, 하하. 실패네……”\r\n“아, 어서 들어가자! 물을 닦아야 해!”\r\n“수건 어딨어! 수건!”\r\n\r\n\r\n“역시…… 밖에 나가려면 날이 맑아야겠지?\r\n“쉿…… 토나가 잠들었어.”\r\n처마에서 빗방울이 주르륵 떨어졌다. 마치 빗방울도 비가 그친 뒤 뜰 무지개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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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2.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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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2.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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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2.3": "야심에 찬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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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2.4": "아그리 유니온 본부.\r\n가을의 차가운 햇살이 복도의 기둥을 타고 회의실 대문까지 흘러 내려왔다. 벌써 4시간이 지났다.\r\n“땡…… 땡……”\r\n오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지자, 놀란 새들이 날개를 퍼덕이며, 이곳을 얼려버린 듯한 고요함을 품고 날아갔다.\r\n\r\n안에서 회의실 문이 열렸다.\r\n아그리 유니온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일제히 공손히 고개를 숙인 채, 가장 높은 지위의 노인이 천천히 나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r\n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인의 오른편에 앉아 있던 인물, 달리시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달리시아는 모자를 벗고 몸을 한껏 낮췄다.\r\n노인은 문 앞에 이르러 자신의 지팡이를 가볍게 두드렸다.\r\n달리시아는 고개를 들어 노인의 옷깃에 달린 새 모양 브로치를 정확히 응시했다.\r\n이 브로치는 이미 달리시아의 머릿속에 새겨져 있었다. 검은 오팔로 만든 까마귀는 날개를 펴서 막 날아오르려는 자세를 하고 있었고, 눈에는 새빨간 루비 두 개가 박혀 있었다.\r\n이는 곧 아그리 유니온 원로원을 상징했고, 앵무새 회의의 구성원임을 뜻했다.\r\n\r\n“달리시아, 날 실망하게 하지 마라.”\r\n“네.”\r\n\r\n회의가 끝난 직후,\r\n복도 끝에서 또 다른 문이 열렸다. 방 주인은 평소처럼 조용히 모자를 문 뒤에 걸었다.\r\n달리시아는 회의의 최종 결론이 담긴 얇은 서류를 탁자 위로 무심히 던졌다.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미소를 지었다.\r\n\r\n“원하는 결과를 얻으셨나 봅니다.”\r\n일찍부터 사무실에서 기다리던 남자는 알랑방귀를 뀌며 달리시아의 의자를 빼 주었다. 하지만 그 남자가 입에 발린 말을 꺼내기도 전에, 달리시아는 그자를 지나쳐 탁자 앞 과녁에서 다트를 뽑아 그대로 정확하게 던졌다.\r\n“이건 계획을 완성하는 첫 단계일 뿐이란 걸 너도 알잖아.”\r\n\r\n달리시아는 눈앞에 사람을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줄곧 십자성 대륙의 지도가 펼쳐진 다른 쪽에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r\n“네가 필요한 실험 장소, 자금, 원자재 등 다 지원해 주지.”\r\n“네가 할 일은 최대한 빨리 내 앞에 성과를 내놓는 거야…… 원로원이 교체되기 전까지.”\r\n다트는 완벽한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 지도 왼쪽 아래 구석, 달리시아가 곧 부임할 도시 ‘필리에’에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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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3.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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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3.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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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3.3": "항해의 청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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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3.4": "바다의 끝은 도대체 어디일까? 바다의 반대편에는 무엇이 있을까?\r\n바다와 하늘이 맞닿는 그곳에 가게 된다면 어떤 광경을 보게 될까?\r\n이런 가설에 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매우 벅찼다. 멀리 항해할 수 있다면, 바다를 정복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반드시……\r\n\r\n“쿵……!”\r\n“아얏…… 아오. 아파……”\r\n“또 몰래 졸았죠?”\r\n카나타가 이마를 문지르며 눈을 뜨자, 서류철을 든 윌로가 자신의 앞에 서 있었다.\r\n“아하하…… 어디까지 이야기했지?”\r\n“네가 배 만드는 데 드는 예산이……”\r\n스구하가 피앙에게 슬쩍 귀띔해 주었다.\r\n“아! 예산! 그 제안서 봤어. 현재, 우린 별의 탑에서 아주 중요한 동력 부품도 확보했고 이제 조금만, 아주 조금만 돈을 더 쓰면 원정에 나갈 수 있는 범선을 손에 넣을 수 있어!”\r\n카나타가 슬쩍 윌로를 봤다.\r\n“네 생각은 어때?”\r\n윌로가 서류를 훑어보더니, 씩 웃으며 피앙을 보았다.\r\n“이 선박 제작 계획, 전혀 전례가 없어요…… 게다가 이 도면, 직접 그리셨죠?”\r\n“그게……”\r\n“솔직히 말하면, 정말 이 도면대로 배를 만들었다가는 출항도 하기 전에 침몰할 거예요!”\r\n“그렇게까지 말할 필요 없잖아? 해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r\n“그리고 이거, ‘항해 물자 구매’요? 배도 없으면서 항해 준비부터 하려고요?”\r\n“배는 곧 생길 거야! 돈과 사람만 있으면 돼. 게다가 우린 항해사까지 있잖아! 본인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줘야지. 안 그래, 우예?!”\r\n“어…… 응? 나?”\r\n“네가 샌드와 함께 투자자들을 잘 구슬린다면, 우리 지리 협회도 진짜 너에게 큰 배 한 척을 만들어줄 자금을 모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r\n“정말이야?”\r\n\r\n정말일 수도 있지 않을까?\r\n카나타의 이토록 순수한 눈을 마주하자, 윌로 역시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r\n꿈을 좇는 이의 눈에는 자유와 별, 바다밖에 없다고 한다…… 이 말은 진짜일지도 모르겠다.\r\n카나타의 눈동자는 빛으로 충만했는데, 이는 꿈에 대한 갈망이었다.\r\n이상주의자들의 자신감은 내일의 존재 여부조차 알 수 없는 모험의 여정에 희망, 용기 그리고 행운을 가져다준다.\r\n\r\n“그래요, 알겠어요. 이 제안에는 말이 안 되는 부분이 정말 많긴 하지만…… 그중 시행 가능한 부분은 다시 자세하게 논의해볼 수 있어요.”\r\n“전부 다 시도해 볼 가치가 있는 거 아닐까?”\r\n“계속 억지를 부리다가는 협회 투표를 통과하지 못할걸요?”\r\n“너무해……”\r\n“그런데, 그렇게 바꾼다면……”\r\n\r\n윌로는 생각했다. 지금 출발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이 반짝이는 희망만은 지켜내야 한다고. 언젠가 그날이 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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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4.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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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4.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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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4.3": "달콤한 말의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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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4.4": "“이쪽에 열매가 엄청 많아! 마법으로 한 방에 떨어뜨릴게.”\r\n“내가 받을게…… 와, 바구니가 금세 다 찼어. 히히, 이번에 실컷 먹을 수 있겠다.”\r\n“으앙, 못 내려가겠어……”\r\n“후유카, 조심해! 일단 힘주지 마. 나뭇가지가 부러지기라도 하면……”\r\n“으앙……”\r\n“안심하고 뛰어. 내가 받아줄게.”\r\n\r\n동료들의 재잘대는 목소리를 들으며, 입가에 미소를 지은 나즈나는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r\n“열매 따고 있어. 난 옆에서 좀 쉴게.”\r\n“마침, 잘됐네. 잘 먹는 것도 쉬는 거야……”\r\n그녀는 잘 익은 열매를 보자 군침이 흘렀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뻗었다……\r\n\r\n나즈나는 크게 열매를 한입 베어 물었다. 혀끝으로 부드러운 과육을 핥았고, 달콤한 과즙이 입안을 물들였다.\r\n“와, 진짜 달아!”\r\n소녀는 눈을 가늘게 떴고, 다리를 까닥였다. 기분이 더욱 좋아졌다.\r\n“자, 너도 한입 먹어 봐”\r\n나즈나는 옆에 있는 작은 바구니에 열매를 넣었다. 그 옆에는 나즈나가 늘 곁에 두는 인형이 놓여 있었다.\r\n“헤헤, 어때? 엄청 달지?”\r\n\r\n“어! 나즈나! 넌 왜 먹고 있는 거야?”\r\n“따는 사람이 있으면 먹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겠어? 안 그러면 낭비잖아.”\r\n“뭐라고? 그런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다니……”\r\n“그만, 그만. 싸우지들 마. 이만하면 우리도 충분히 땄으니, 나머지는 지나가는 여행가를 위해 남겨두자. 자, 이제 나무에서 내려와. 같이 먹자.”\r\n\r\n그날은 아주 평범한 하루였다.\r\n수확의 계절이자, 모두가 함께한 계절이었다……\r\n열매보다 더 달콤했던 건, 친구들과 함께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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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5.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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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5.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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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5.3": "사슴의 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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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5.4": "그건 아주 오래전의 일이다……\r\n여행가인 나츠카가 어느 평온한 오후에 맞이한 기묘한 만남이었다.\r\n\r\n근처 마물의 행적에 관한 정보를 조사하기 위해, 홀로 숲 속을 헤매던 나츠카는, 평평하고 탁 트인 곳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휴식을 취하고, 불을 피우고, 음식을 만들었다. 배를 채운 나츠카는 의자를 가져와 앉은 다음 노트를 꺼내 주변 환경에 관한 정보, 하루 동안의 일정 및 생활을 기록했다.\r\n\r\n찬란한 햇빛이 무성한 나뭇가지와 잎 사이로 스며들고, 황금빛 조각들이 강가의 초지에 흩뿌려졌다. 초목은 푸르고, 꾀꼬리는 하늘을 날았으며, 분홍 나비는 춤을 추는 듯했다. 그 광경은 마치 동화 속 꿈처럼 아름다웠다.\r\n나츠카는 양손으로 무릎을 끌어안고, 의자에 앉아 손에 든 노트를 바라봤다. 점점 피곤함이 몰려왔다.\r\n바로 그때, 사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r\n나츠카는 그 온순한 동물이 하나둘 다가와, 자기 팔에 몸을 비비는 모습을 보았다.\r\n\r\n“피곤해?”\r\n“……응, 조금.”\r\n“혼자서 여기저기 다니느라, 고생했어.”\r\n“괜찮아.”\r\n“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해? 이건 네 책임이 아니잖아, 안 그래?”\r\n“……”\r\n“아무도 네 수고를 알아주지 않아. 네가 힘들게 얻은 정보를 책으로 정리해 여행가들에게 준다고 해도, 아무도 너의 선의를 기억하지 않을 거야. 넌……”\r\n“그만. 난 그냥 좀 쉬고 싶어.”\r\n\r\n“그 이야기 알아?”\r\n“한 어린 소녀가 호숫가에 앉아 있던 어느 날, 이상한 흰 토끼가 지나가는 걸 봤어. 그 토끼는 멀끔하게 차려입은 데다, 회중시계를 손에 들고는 혼잣말하며 바쁘게 뛰어가고 있었지. 호기심이 생긴 어린 소녀는 그 토끼를 쫓아 토끼 굴로 따라 들어갔고, 결국 신기한 세계에 도착하게 되었어……”\r\n“아, 들어본 적 있어. 그 뒷이야기도 들었고. 어린 소녀가 신기한 세계에서 돌아온 뒤, 어느 날 자기 방에서 쉬다가 거울을 통해 현실과는 정반대인 거울 속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는 이야기잖아.”\r\n“그런데, 지금 그 이야기는 갑자기 왜 하는 거야?”\r\n“왜냐하면…. 지금 그 어린 소녀처럼 꿈꾸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r\n\r\n나츠카는 맞은편의 사슴 씨와 사슴 양이 자신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r\n이곳이 별의 탑이라면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츠카는 지금 야외에서 조사 중이었다. 그렇다면, 왜……\r\n\r\n“탁.”\r\n노트가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나츠카는 눈을 떴다.\r\n역시 꿈이었다.\r\n“한심하고, 창피한 꿈을 꿨어.”\r\n어느새인가 소녀는 사슴 무리에게 둘러싸여 있었다.\r\n사슴 무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호기심 가득히 나츠카를 바라보았다.\r\n둥글고, 촉촉한 그 까만 눈동자에 나츠카의 얼굴이 비쳤다.\r\n나츠카가 웃음을 터뜨렸고, 손을 뻗어 사슴의 코를 어루만졌다.\r\n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렸고, 마음속 우울함도 날아갔다. 고된 탐험의 여정에서 마주한, 참으로 드문 휴식이었다.\r\n\r\n“이제 다시 일을 시작해야겠어.” 나츠카는 노트를 집고, 의자와 텐트를 정리했다. “모두 고마워.”\r\n졸졸 흐르는 시냇가를 건너던 나츠카는 찬물로 세수했다.\r\n그리고 혼자서, 정신을 차리고 다시 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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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6.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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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6.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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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6.3": "봄날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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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6.4": "눈부셔.\r\n이건 레이스가 깨어난 뒤 머릿속에 떠오른 첫 번째 생각이다.\r\n지나치게 강한 빛 때문에 레이스는 몸을 숨길 곳조차 찾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눈을 꼭 감고, 손발로 바닥을 더듬어 집 안의 어두운 구석으로 기어갔고,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r\n레이스는 자신이 얼마나 오래 의식을 잃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다행히 쓰러지기 전 가까스로 이 작은 오두막, 숲 깊은 곳에 자리한 자신의 안전한 은신처로 돌아올 수 있었다.\r\n레이스는 이미 오랜 추적과 매복에 익숙했다. ‘영야’는 늘 극도로 신중했기 때문이다. 사냥꾼으로서 레이스에게는 사냥감보다 더 큰 인내심이 필요했다.\r\n레이스는 호숫가에서 낚시하는 여행가들을 본 적이 있다. 일부 여행가는 너무 성급했다. 낚싯대를 몇 번 던졌다가 아무것도 잡히지 않으면, 욕을 내뱉으며 자리를 떴다. 어느 날, 별다른 일이 없었던 레이스는 주인 없는 낚싯대 하나를 밤새도록 지켰다. 아침이 되어 그곳을 떠나려던 순간, 아침 낚시를 하러 온 여행가들은 레이스를 둘러싸고 비법을 전수해 달라고 아우성쳤다.\r\n\r\n하지만 이번엔 레이스가 실수했다. 숲속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사냥꾼은 레이스뿐만이 아니었다. 우연히 독침 전갈의 영역에 발을 들인 탓에, 레이스는 드물게 사냥감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고, 그에 대한 대가도 치러야 했다.\r\n다리의 상처를 정성껏 치료하고 나서야, 바닥에 흐른 검붉은 피를 발견했다. 이 정도 독쯤은 레이스에게 별것 아니었지만, 몰려오는 현기증을 느끼자, 에너지를 보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r\n탁자 발치에 엎어진 물동이는 이미 말라 있었다. 레이스는 찬장 안에 비상용 비스킷 몇 봉지가 남아 있다는 걸 기억했다. 하지만 문을 열어보니, 그곳도 이미 털린 후였다. 남은 건 찢어진 포장지와 널브러진 부스러기뿐이었다.\r\n먼지가 쌓인 창틀 위에 선명하게 찍힌 발자국이 도둑의 흔적을 말해주고 있었다.\r\n음식은 한 곳에만 두면 안 된다.\r\n레이스는 속으로 조용히 새 교훈을 새겼다. 그리고 아예 찬장 문을 열어 놓았다. 언젠가 또 작은 동물이 몰래 들어와 전장을 청소해 주도록 말이다.\r\n\r\n오두막을 나서는 순간 레이스는 왜 그렇게 밖이 밝았는지를 깨달았다.\r\n레이스의 발 아래는 더 이상 단단한 얼음 조각이 없었다. 촉촉한 잔디밭에서는 흙 내음이 피어올랐다. 햇살 아래에서 레이스의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r\n레이스는 한 걸음 한 걸음 숲속을 헤쳐갔다. 맑은 새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고, 꽃잎 하나가 바람에 흩날렸다.\r\n\r\n레이스가 이곳에서 맞이한 첫 번째 봄이자, 처음으로 맞이한 진정한 의미의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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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7.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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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7.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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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7.3":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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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7.4": "“와, 정말 예뻐요. 이거…… 불꽃놀이예요?”\r\n“응. 봐봐. 이렇게 손에 쥐고 있으면 불꽃이 필사적으로 타오르는 걸 볼 수 있어.”\r\n소녀는 아주 조심스럽게 아주 궁금해하며 그 선물에 불을 붙였다.\r\n\r\n불을 붙이자 타오르기 시작한 끝자락에서 불꽃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듯 피어올랐다.\r\n막 태어난 생명의 힘은 피어나기 직전의 꽃봉오리와 같았다.\r\n\r\n‘타닥타닥’하는 소리가 났고, 불꽃은 더욱 빛났다.\r\n터져 나오는 불빛은 봄날의 바람꽃 같았고,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꿈을 향해 전진하는 초심자 같았다.\r\n\r\n불꽃은 튀어 올랐다가 떨어졌다. 선명한 노란빛에서 주황빛, 그리고 붉은빛으로 변했다……\r\n흩어져 떨어지는 불빛은 마치 모든 여행가가 겪는 성숙의 시기 같기도 하고, 수확한 아름다운 솔잎 같기도 했다.\r\n\r\n불꽃은 점점 희미해지더니 어둠 속에서 사라졌다. 한때 찬란하게 타오르던 빛은 더 이상 위로 솟아오르지 못했고, 어지럽게 흩어지며 사그라졌다. 마지막 순간, 희미한 불빛은 하얀 연기 속에 뒤섞여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r\n소녀는 자신은 가을 국화를 봤다고 생각했다.\r\n가장 아름다운 색이 바래면, 곧장 시들기 마련이다. 시든 꽃잎은 흙에 떨어져 다음 생명을 키워낸다.\r\n\r\n불이 붙고, 타오르고, 만개하고, 사그라들고 결국은 흩어져 사라진다. 불꽃은 숨을 한 번 내쉬는 찰나와 같은 짧은 시간 동안 끊임없이 이 같은 격렬한 변화를 반복한다.\r\n삶은 짧으므로 더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남겨야 한다.\r\n여행가의 삶 또한 이같이 위대한 모험이다.\r\n\r\n소녀의 아름다운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리고, 흐르는 비단실처럼 꽃 바다를 밝혀주었다. 불꽃이 소녀의 손끝에서 터질 때마다, 마치 온 밤하늘에 불이 붙는 듯했다.\r\n멀리 우뚝 솟은 별의 탑이 불꽃과 함께 두 사람의 세계를 비추고 있었다.\r\n하나 그리고 또 하나……\r\n소녀는 미소를 지으며 작게 환호했고, 이내 조용히 계속해서 불꽃이 타고 사그라드는 모습을 지켜봤다.\r\n\r\n마지막 불꽃이 다 타버리자, 소녀는 아쉬워하며 일어섰다.\r\n“만족해?”\r\n“네. 감사합니다, 스승님……”\r\n소녀는 수줍게 웃어 보였다.\r\n“천만에.”\r\n\r\n“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다 같이 불꽃놀이 하자.”\r\n“정, 정말요……?”\r\n소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두 눈은 반짝반짝 빛났고, 희망으로 가득 찼다.\r\n“물론이지. 더 크고, 오래가는 불꽃놀이도 살 수 있어. 밤하늘에 다양한 모양으로 피어나는 것도 있고. 하지만 지금은 눈앞에 있는 모험에 집중하자.”\r\n“네! 스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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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8.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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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8.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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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8.3": "레모네이드와 홍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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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8.4": "피렌은 약속 장소에 일찌감치 도착했다.\r\n피렌이 너무 일찍 온 탓일까, 기다리는 동안 앞에 놓인 유리컵 안쪽엔 촘촘한 물방울이 맺혔다.\r\n피렌은 전혀 조급해하지 않고, 그저 탁자 위의 화분에 집중하고 있었다. 작은 잎사귀는 아주 잘 자라, 자신의 책상 위에서 걸핏하면 시들어버리는 식물들과는 사뭇 달랐다.\r\n……이렇게 멍하게 시간을 보내는 건, ‘분마다 수백만 도라를 움직이는’ 컴퍼니의 CEO에게는 시간 낭비나 다름없었다.\r\n\r\n“오래 기다렸어?”\r\n드디어 기다리던 인물이 피렌의 맞은편에 앉았다. 방금 온 자의 피곤한 눈을 보니, 사흘 밤낮을 일만 하다 나온 것 같았다.\r\n\r\n“응, 꽃이 다 졌을 정도야.”\r\n“설마? 겨우…… 3분밖에 안 늦은 것 같은데?”\r\n“정확히는 2분 46초야. 그래도 굉장히 놀랐어, ‘지각 대장’이면 20분은 늦을 줄 알았거든.”\r\n닉스. 바로 이 지각 대장의 이름이다. 닉스는 따지는 듯한 말투를 곱씹어보았다. 성토나 비아냥거림은 전혀 없다는 걸 확인하고, 안심한 듯 피렌이 건넨 메뉴판을 받았다.\r\n\r\n“천천히 골라. 마실 것부터 시킬래? 홍차? 아니면 나처럼 레모네이드?”\r\n“레모네이드라니…… 학교 다닐 때보다 서민 입맛 스펙트럼이 훨씬 넓어졌네.”\r\n“많은 여행가가 레모네이드로 정신을 깨운다고 하더라고. 오늘 마셔보니, 이 시큼한 맛이 꽤 효과가 있긴 하네.”\r\n“홍차로 주세요, 감사합니다.”\r\n닉스는 바로 직원을 불러 홍차 한 잔을 주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따뜻한 음료가 두 사람의 테이블 위에 놓였다.\r\n\r\n“업무 보고 회의는 다음 주잖아. 오늘 날 여기로 부른 건, 미리 내 업무 보고서를 봐주려고 그런 건가?\r\n디저트가 모두 나온 후, 두 사람은 본론에 들어갔다.\r\n“난 네 보고서를 걱정해 본 적이 없어. 다만, 아그리 유니온의 그 교활한 인간들은 회의에서 사소한 걸 트집 잡아 문제로 삼을 수도 있어. 조금만 방심했다간 함정에 걸려들 거야.”\r\n“이런, 그자들은 여전히 눈에 불을 켜고 기회만 엿보고 있군.”\r\n“이건 정말 드문 기회야…… 앞으로 우리도…… 같이 대비해야 해.”\r\n\r\n“그날 이후, 네가 날 부를 일은 다시 없을 거로 생각했어.”\r\n닉스는 한숨을 내쉬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그건 또 다른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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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9.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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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9.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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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9.3": "원샷원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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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19.4": "또다시 약속의 날이 되었다.\r\n샤통은 앞에 있는 권총을 정성스레 닦고 있었다.\r\n권총은 가벼웠고, 반들반들했으며 잘 들어보면 탄창 안에서 부품이 굴러가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r\n일반적으로라면, 백묘 사람들은 절대 자신의 목숨과 재산을 이런 조악한 물건에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r\n다만 이번만큼은, 샤통이 이 권총을 결정적인 승부수로 삼을 생각이었다.\r\n왜냐하면 이건 샤통이 카시미라와의 사격 게임 대결에 사용할 장난감이기 때문이다.\r\n\r\n“아주 좋아. 부드럽고 손에 착 감겨.”\r\n샤통은 만족스러운 듯 총을 잡고 스크린 앞에 하트를 겨누었다.\r\n다음으로, 머릿속에 외워둔 「고양이 신의 선전포고」 중 오늘 가장 잘 어울리는 대사를 떠올렸다……\r\n“붉은 달이 떠오르고 피의 문이 열리며, 패자는 저주의 나락으로 떨어지리라……” \r\n“자, 이제 단 한 발의 승부다. 카시…… 으악!”\r\n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스크린의 하트에서 명중 효과가 튀어나왔다.\r\n득점자는 말을 하던 샤통이 아닌 그 뒤의 사격수, 이번 경기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r\n“공격 준비 동작이 매번 이렇게 길면 상대에게 기회를 뺏긴다고, 샤통.”\r\n“그래도 내가 있으니까, 이렇게 한 발을 더 쏠 수 있는 거야.”\r\n……이것이 바로 샤통의 대장, 카시미라의 방식이었다.\r\n\r\n“하지만 지금 우린 적이야.” 샤통은 이렇게 말을 덧붙이면서 게임기 재시작 버튼을 눌렀다. “방금 건 무효야, 다시 해.”\r\n“몇 번이든 난 널 이길 자신 있어.”\r\n“오늘 고양이 점괘에는 그렇게 안 나왔거든. 걔가 내 통조림을 먹었으니까…… 분명 내가 이길 거야!”\r\n“어쩐지 오늘 만나자고 하더라.” 카시미라는 기기 옆에 꽂혀 있던 또 다른 총을 뽑아 들었다. 자세를 약간 고쳐 잡은 뒤, 샤통에게 시작하라는 신호를 보냈다.\r\n\r\n첫 번째 판.\r\n두 번째 판.\r\n……\r\n서른 일곱 번째 판.\r\n현재까지 점수는 13대 14였다. 1점만 더 내면, 샤통이 첫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r\n1점만 더…… 샤통의 호흡이 가빠왔다……\r\n아뿔싸! 검지에 제대로 힘이 안 들어가는 바람에, 방아쇠를 당기는 동작을 살짝 삐끗하고 말았다.\r\n“탕!” 새빨간 X 표시가 하트 위에 찍혔다. 점수는 그대로였다.\r\n\r\n“샤통, 아주 중요한 마지막 순간에 손을 떨었네.”\r\n15대 14. 승리의 저울은 여전히 카시미라에게 기울어져 있었다. “아쉽네, 한 발 차였는데.”\r\n“거의 날 이길 뻔했네. 제법이야.”\r\n\r\n“간발의 차였는데! 너무 신나네! 손도 완전히 풀렸어! 다시! 한 판 더!”\r\n카시미라는 샤통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흥분한 샤통을 진정시켰다.\r\n“자,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의뢰를 준비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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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20.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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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20.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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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20.3": "반짝이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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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20.4": "“오늘부터 「요로즈 택배 사건 일지」를 쓰겠어!”\r\n토나는 노트의 첫 페이지를 펼쳐 조심히 지면을 쓸어내렸다.\r\n“사건 일지…… 그게 뭐야?” 옆에 있던 테레사가 고개를 쏙 내밀었다.\r\n“그러니까, 우리 요로즈 택배에서 일어난 중차대한 사건을 기록하려고. 예를 들어, ‘몇 년 몇 월 며칠에 큰 건을 해결하고 자전거 한 대를 샀다’ 같은 거 말이야.”\r\n“응. 좋은 생각이네요. 그런데 갑자기 왜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프리지아 역시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내비쳤다.\r\n“어제 길모퉁이에 있는 서점에 편지 배달하러 갔는데, 사장 아주머니가 이 노트를 꼭 가져가라고 하시더라. 방금 들어온 신제품인데, 우리가 평소에 장부를 적으니 유용할 거라고 하셨어.” 토나는 프리지아에게 노트를 건네며 말했다. “봐봐, 예쁘지?”\r\n“그러네요. 질감도 매끄럽고, 표지에도 장식이 되어 있네요.”\r\n“맞아. 장부로 쓰기에는 아까워. 더 의미 있는 걸 써야겠어.”\r\n토나는 기대에 부푼 채 펜을 들고 속표지에 ‘요로즈 택배 전용’이라고 썼다.\r\n“첫 번째 사건은 뭐가 되려나…… 정말 기대돼!”\r\n\r\n첫째 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r\n둘째 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r\n셋째 날, 여전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r\n\r\n오후, 토나는 책상에 앉아 골똘히 생각에 빠졌다. 애초의 흥분했던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r\n“테레사, 프리지아. 요 며칠 사이에 정말 특별한 일이 하나도 없었어?”\r\n“어제 편지를 배달하다가 엄청 큰 토끼를 봤어!”\r\n“전 언제 것인지 알 수 없는 동전 한 닢을 주웠어요. 주인을 못 찾아서 다시 제자리에 뒀고요.”\r\n“아니, 그런 걸로는 부족해. 다시 생각해 봐!”\r\n“나는 어제 넘어져서 머리를 다칠 뻔했어……”\r\n“전…… 신문을 배달하고 돌아오는 길에 아오이를 만나 땅따먹기하고 놀았어요.”\r\n“……너희, 진짜!” 토나는 머리가 더 지끈거렸다. “테레사, 어쩐지 어제 쩔뚝거리며 걷더라니. 근데, 새끼 오리가 걷는 걸 흉내 내는 거라며.”\r\n“그리고 너, 프리지아. 밖에서 그렇게 오래 논 거였어? 혹시 무슨 일 생긴 건 아닌지 계속 걱정했다고.”\r\n두 사람이 고개를 떨구고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자, 토나의 화가 반쯤 가라앉았다. “됐어. 아무래도 기록할 만한 건 없는 것 같네.”\r\n“사실은, 토나 씨가 쓰고 싶은 게 있다면 그게 뭐든 괜찮아요. 아주 사소한 거라도요.” 프리지아가 테레사에게 손짓했고, 두 사람은 토나의 양옆에 앉았다. “적어만 둬도 나중에 다시 보면, 그때의 기분이 고스란히 떠오를 거예요.”\r\n“케이크 가게를 지날 때면 먹었던 케이크의 맛이 생각나는 것처럼?” 테레사가 하품하며 팔을 쭉 뻗어 책상 위로 엎드렸다. “케이크 안 먹은 지 오래됐네……”\r\n\r\n하루 중 가장 밝은 이 시간, 토나는 노트를 덮고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렸다.\r\n“가자, 케이크 먹으러. 다녀와서 케이크에 관해 쓸 거야. 이게 바로 우리만의, 하나뿐인 중차대한 사건이지!”\r\n“케이크 색, 모양 그리고 맛까지…… 쓸 만한 게 정말 많겠어.”\r\n“좋아요. 자전거에 바람도 넣고, 가는 길에 헬렌 아주머니도 잠깐 찾아봬야겠어요.”\r\n“신난다! 체리 케이크 먹어야지……”\r\n\r\n문빗장이 내려졌다. 그리고 책상 위의 노트가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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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21.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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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21.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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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21.3": "인연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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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21.4": "철새는 북쪽에서 번식하고 남쪽으로 돌아와 겨울을 난다.\r\n북쪽은 추워서 늘 힘들고, 남쪽은 따뜻해서 참 행복하다……\r\n그러나, 같은 무리에 있다고 해도 모두가 똑같진 않다.\r\n\r\n북쪽에 사는 새는 따뜻한 곳을 찾아 겨울이면 남쪽으로 날아갔고,\r\n남쪽에 사는 새는 더위를 피해 여름이면 북쪽으로 날아갔다.\r\n북쪽의 새는 태어날 때부터 북쪽에서 살아왔기에, 자신들이 행복하다고 믿으며 따뜻하다고 생각해 날아간 그곳도, 사실은 여전히 북쪽이었다.\r\n겨울과 여름을 막론하고, 두 곳의 새들은 아마 서로를 볼 수 없었을 것이다.\r\n하지만 원래는 마주칠 일 없던 삶도 봄과 가을이 되면 자연스럽게 스치기 마련이었다.\r\n\r\n인연이라는 것이, 아무리 새끼손가락에 그 실을 묶어둔다 해도 결국은 서로의 운명을 붙잡아 둘 순 없다.\r\n서로 너무 다른 삶이라면, 이별이 정해진 만남에 굳이 마음을 둘 필요는 없다.\r\n아무 일도 없었다면, 애초에 엮이지 않았다면, 그저 스쳐 갈 뿐이다.\r\n\r\n“정말 그렇게 생각해?”\r\n\r\n시공간을 뚫고 고요한 밤하늘에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r\n놀다 지친 나츠카는 초원에 누워, 깔깔거리며 후유카에게 물을 뿌리는 나즈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카에데는 두 다리를 끌어안고 앉아,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r\n“이렇게 노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지?”\r\n“그러게. 늘 이런저런 부탁만 받다가…… 가끔 쉬는 것도 꽤 괜찮네.”\r\n“그래서, 아직 내 질문에 대답 안 했잖아. 정말 그렇게 생각해? 나츠카?”\r\n“나는……” 소녀는 잠시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아.”\r\n\r\n철새들이 별빛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고, 물장난을 쳤고, 호수를 보며 깃털을 다듬었다. 서로 미묘한 인연으로 얽혀 있지만, 각자 다른 고민을 안고 있었다.\r\n\r\n“언젠가 우린 각자의 길을 가게 되겠지. 난 그냥 우리가 모두 꿈을 이룰 수 있길 바라. 난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해.”\r\n오랜 침묵 끝에, 카에데가 나츠카의 긴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한숨을 내쉬었다.\r\n“그거면 충분할까?”\r\n어느새, 신이 난 나즈나가 흠뻑 젖은 후유카를 끌고 두 사람 앞으로 와 있었고, 대장이라도 되는 양 명령을 내렸다.\r\n“뭐야, 아직 안 끝났어. 내가 끝났다고 하기 전까지는 계속 물싸움을 해야 한다고!”\r\n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r\n“나즈나, 내가 마법을 쓸 줄 안다는 걸 잊어버린 건 아니지?”\r\n“뭐어?! 안 돼, 그건 반칙이잖아! 카에데 언니, 어떻게 좀 해봐!”\r\n“후훗……”\r\n\r\n북쪽의 새든, 남쪽의 새든 길고 긴 여정에서 처음 느껴보는 자유와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r\n그들은 광활한 대지를 가로질러 날며, 세상의 번화함과 쓸쓸함을 굽어보았다. 아침의 여명과 저녁노을이 번갈아 가며 그들의 날개를 비추었다.\r\n그들의 여정은 이 하늘 아래에서는 한없이 작았지만, 동시에 장엄하고 아름다웠다.\r\n\r\n언젠가는 이별을 맞이할 것이다……\r\n철새들은 각자의 길 위에서 날아가며, 지나간 기억과 미래의 희망을 안고 매번 새로운 계절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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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22.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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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22.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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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22.3": "한밤의 고양이 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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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22.4": "코하쿠가 조그만 검은 고양이를 보러 오지 않은 지도 벌써 며칠째였다.\r\n조그만 검은 고양이는 지붕 위에 누워 햇볕을 쬐며 하늘의 구름을 바라봤고,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했다.\r\n“냐옹……”\r\n조그만 검은 고양이는 지붕에서 내려와, 여행가 캠프 쪽으로 향했다.\r\n\r\n……\r\n\r\n럭키 오아시스 안, 공백 여단의 여행가들이 영사기를 둘러싸고 서로를 멀뚱히 바라보고 있었다.\r\n새로 소원을 빌어 나온 신기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건 아주 드문 일이었다.\r\n“은혜가 부족한가?”\r\n“아닐 거야. 출발하기 전에 심상석을 가득 채웠잖아. 게다가…… 조금 전까지도, 전투를 몇 번이나 피했다고. 아직 많이 남아있을 거야.”\r\n\r\n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r\n“도시에서 신기를 수리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고 들었어…… 아니면, 우리 다시 해볼까?”\r\n“어떻게 하게?”\r\n“「아모르 주민 생활 가이드북」에 신기가 고장 났을 땐 위에서 3분의2정도 내려온 지점을 수직으로 세게 내려치면 바로 고쳐진다고 나와 있었던 것 같은데……”\r\n\r\n“쾅!”\r\n영사기 화면이 깜빡이더니, 형형색색의 원반 모양의 패턴이 나타났다.\r\n“이거, 고친 건가?”\r\n세이나는 방금 영사기를 내리친 손을 여전히 든 채, 멍한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물었다.\r\n“고쳐졌네…… 그럼 이걸로, 의뢰는 완료된 건가?”\r\n\r\n“그런데, 지금 가서 보고하기엔 시간이 좀 늦었어.”\r\n“그럼, 이제 뭘 하지?”\r\n“아니면, 우리가 먼저 영사기를 작동시켜 보자…… 잠깐, 이 녹화 상자가 여기 있었었나?”\r\n\r\n영사기 아래에는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필름 박스가 하나 놓여 있었다. 약간 낡은 포장 위에는 흐릿하게 글자가 남아 있었다.\r\n“마실 걸 준비할게!”\r\n“간식 좀 챙겨올게!”\r\n혼자 남은 코하쿠는 수상한 필름 박스를 보고 조금 의심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영사기에 필름 박스를 넣었다.\r\n\r\n……\r\n\r\n해가 지며 대지 위의 빛을 걷어갔고, 주변은 어둠에 잠기기 시작했다.\r\n조그만 검은 고양이는 앞쪽에 있는 캠프의 윤곽을 바라보았다. 공기 속에서 익숙한 냄새가 풍겨왔다. 고양이는 코하쿠가 저기에 있다는 걸 확신했다.\r\n냄새를 따라, 고양이 걸음으로 조용히 살금살금 다가갔다.\r\n\r\n……\r\n\r\n“영화가 너무 지루하네. 뭘 이야기하려는지 하나도 모르겠어”\r\n“있잖아. 나 좀 추운데, 너희 사이에 앉아도 돼?”\r\n“그래…… 엥? 화면에 왜 또 지직거리지?”\r\n이미 밤이 깊었고 캠핑카 안도 어둑했다. 오직 영사기 화면에만 차가운 빛이 깜빡이고 있었다.\r\n필름 박스의 내용은…… 재미없다기보다는, 이상했고 기묘했다. 때때로 화면 위로 뒤엉킨 흑백의 노이즈가 스쳐 지나갔다.\r\n게다가, 배경음악도 없었다. 오직 들릴 듯 말 듯한 바람 소리뿐이었다.\r\n필름 박스의 포장은 이미 흐릿해서 알아볼 수 없었다. 세 사람은 더 많은 정보를 파헤치려는 생각을 접었다.\r\n\r\n……\r\n\r\n“끼익……”\r\n조그만 검은 고양이가 앞발로 오아시스호의 문을 밀려고 했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r\n그러자, 고양이는 다른 입구를 찾기 시작했다.\r\n\r\n……\r\n\r\n“밖에 아무도 없는데?! 아야메, 네가 잘못 들은 거 아니야?”\r\n검은 고양이가 앞발을 막 뗐을 때, 세이나가 캠핑카 문을 열었다. 세이나는 큰 소리로 안에서 계속 영상을 보고 있는 두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r\n\r\n……\r\n\r\n“에취…… 이상해, 왜 코가 간질간질하지?”\r\n세이나는 재채기를 한 뒤, 다시 소파 중앙으로 파고들었다.\r\n\r\n“세이나, 밀지 마. 팝콘이 쏟아지잖아.”\r\n아야메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세이나를 막지 않았다. 오히려, 두 사람 쪽으로 몸을 더 기댔다.\r\n\r\n“쿵, 쿵, 쿵, 쿵.”\r\n세 사람의 머리 위에서 소리가 들려왔다.\r\n\r\n“차 지붕 위에서 발소리가 나는 것 같은데……”\r\n코하쿠가 손을 뻗어 세이나를 끌어안았다. 뭔가 이상함을 느꼈지만, 그게 뭔지는 정확히 말하기 어려웠다.\r\n\r\n“나도 들었어.”\r\n“나가서 다시 확인해 볼까?”\r\n“잠깐, 저기 좀 봐봐…… 화면 안의 저 우물에서 뭔가…… 뭔가…… 나오려고 하는데?”\r\n\r\n……\r\n\r\n그 순간, 조그만 검은 고양이가 드디어 지붕에 반쯤 열린 천장을 찾아냈다……\r\n고양이는 몸을 쭉 늘리며 천장에서 아래로 미끄러지듯 내려갔다.\r\n착지한 곳은 마침 소파에 앉아 ‘결정적 장면’을 보고 있던 세 사람의 바로 앞이었다……\r\n\r\n“으악……!!!”\r\n“냐옹………………!!!”\r\n\r\n인간과 고양이의 비명이 함께 울리며 고요한 밤하늘을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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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23.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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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23.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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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23.3": "그래피티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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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23.4": "요즘…… 스케이트보드의 베어링에 녹이 슨 건지, 바퀴가 굴러갈 때 뻑뻑해서 영 불편했다.\r\n방망이도 손에 착 감기질 않았다. 휘두를 때면 마치 해진 포대를 툭툭 털어내는 소리가 나는 듯했다.\r\n미네르바는 약간 피곤했지만 이유는 알 수 없었다.\r\n공부가 어려워진 걸까?\r\n아니다. 미네르바는 이번 학기에도 플라티나 학원의 장학금을 받을 거라는 것에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r\n그렇다면, 윈드 애시에 골치 아픈 문제가 생긴 걸까?\r\n윈드 애시는 이미 오래전부터 다른 조직들과 세력 다툼을 하지 않았고,\r\n그저 매일 습관적으로 제국 기사들과 길거리에서 숨바꼭질하듯 쫓고 쫓기는 것이 전부였다.\r\n그렇게 생각하던 미네르바는 주위를 둘러봤다. 넬몬트와 폴몬트도 어느새 어디론가 사라진 뒤였다.\r\n골칫거리도 없고, 학업 스트레스도 없는데 왜 이렇게 피곤한 걸까.\r\n일상의 흥미를 잃어버린 것 같았다.\r\n\r\n“이걸로 두목의 기분이 좀 나아질 수 있을까?”\r\n“어쨌든, 두목도 우리 또래잖아. 속으로는 분명 나가서 놀고 싶을 거야.”\r\n넬몬트와 폴몬트는 방금 밖에서 사 온 스프레이 한 상자를 끌어안고 윈드 애시로 돌아왔다.\r\n\r\n“두목, 나가서 놀자.”\r\n“하지만……”\r\n“‘하지만’은 무슨. 이거 좀 봐……”\r\n“치익……”\r\n새빨간 붉은색 스프레이가 미네르바 앞에서 흩뿌려졌다.\r\n“오늘 밖에 날씨가 끝내줘.”\r\n\r\n반쯤 떠밀리듯, 미네르바는 그 둘을 따라 오랜만에 부두에 나왔다.\r\n미네르바는 약간 얼떨떨했다. 이렇게 밖의 신선한 공기를 제대로 들이마신 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았다.\r\n“두목! 공!”\r\n미네르바는 반사적으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신의의 필살 타격감이 다시 가벼워졌고 공이 시원하게 날아가는 그 순간,\r\n미네르바의 가슴 속 답답함이 한결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r\n\r\n경쾌하고 맑은 타구 소리가 들리자, 낙서하던 소녀들이 하던 일을 멈췄다.\r\n“두목이 저렇게 웃는 건 진짜 오랜만이네.”\r\n“그러게. 지금 두목의 모습은 정말 우리랑 다름없는 여자애 같아.”\r\n“어, 얼굴에 페인트 묻었어”\r\n“별거 아니야. 싸워서 피를 흘리는 것보다 페인트 묻는 게 낫지, 뭐. 참, 이번에 뭐 그릴지 생각 다 했어?”\r\n넬몬트가 다시 스프레이 페인트를 들었다.\r\n“어디 보자, 무지개를 그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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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24.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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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24.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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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24.3": "하나, 둘, 셋,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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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24.4": "“보물찾기……”\r\n처음으로 여행가가 나타나 별의 탑을 목표로 삼고, 바라는 것이 신기로 바뀌던 그 순간부터,\r\n한때 용기와 희망을 넓혀주던 그 단어는 몰락한 유적들과 함께 사람들의 일상에서 자취를 감췄다.\r\n\r\n“보물 찾으러 가자!”\r\n점심을 준비 중이던 아야메가 하던 일을 멈췄다. 물론 점심이라고 해봤자 나이팅게일 빵 몇 조각이 다였다. 아야메는 먼지를 뒤집어쓴 채 막 돌아온 세이나를 바라보았다.\r\n“보물을 찾자고?! 진심이야?”\r\n세이나는 아침 일찍 집을 나섰지만, 협회에서 허탕을 쳤다고 했다. 보상이 좋은 의뢰는 일찌감치 다른 이들이 선점한 뒤였기 때문이다.\r\n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가게에서 흘러나오던 경매 영상을 보았고, 도라를 벌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인 ‘보물찾기’를 발견했다고 했다.\r\n신기가 훨씬 더 인기가 많긴 하지만, 상류층 인간들은 때때로 유적에서 나온 희귀한 골동품들을 장식용으로 찾았다. 특히, 유적에서 가져온 기이한 골동품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가격에 낙찰되기도 했다.\r\n\r\n“있잖아, 이 도시 주변에 분명 아직 털리지 않은 좋은 곳이 있을 거야!”\r\n“……일단 네 말은 알겠어. 그래도 사전 탐사도 없이 보물을 찾으러 간다는 건, 탑에 오르는 것보다도 더 운이 따라야 하는 도박이라는 거, 알고 있지?”\r\n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걸 아는 아야메는 한숨을 내쉬고,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r\n“참, 코하쿠는? 맞다, 빵 썰어 놨어. 가져갈까?”\r\n코하쿠는 고양이처럼 캠핑카 지붕에서 뛰어내렸다. 품에는 다람쥐를 안고 있었다.\r\n“다람쥐가 집을 못 찾는 것 같아.”\r\n“숲 속으로 가서 찾아보자. 이렇게 넓은 숲이라면, 분명 뭔가 좋은 게 숨겨져 있을 거야.”\r\n시끌벅적한 즉흥 보물찾기 팀은 그렇게 숲을 향해 출발했다.\r\n\r\n몇 시간이 지났다.\r\n정말 울창한 숲이었다. 그리고 세 사람은 이대로 가다가는 길을 잃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n“그냥 돌아갈까?”\r\n“조금만…… 조금만 더 가볼까?”\r\n‘그냥 돌아가야 하나’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다람쥐가 갑자기 코하쿠의 품에서 빠져나와 밀림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r\n보물찾기 팀원 세 사람은 시선을 주고받은 후 곧장 뒤를 쫓았다.\r\n덩굴과 나뭇가지를 헤치고, 발밑을 가로막는 뿌리들을 피해 가던 중, 지하 궁전 유적지의 입구가 눈앞에 불쑥 나타났다.\r\n“입구다.”\r\n“내가 앞장설게. 코하쿠는 엄호해 주고, 아야메는 주변 지형을 좀 살펴줘!”\r\n“조심해, 세이나!”\r\n“걱정하지 마. 보물이잖아. 내가 내려가서 가져올게!”\r\n\r\n“찍………”\r\n다람쥐가 다시 코하쿠 곁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아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인사를 했다.\r\n코하쿠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들을 이 유적지로 데리고 와 준 데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r\n세이나는 아래로 이어진 미지의 덩굴을 꽉 붙잡고, 크게 심호흡을 한 다음 마음속으로 외쳤다.\r\n“하나”\r\n“둘”\r\n“셋”\r\n“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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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26.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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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26.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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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26.3": "반짝이는 옛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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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26.4": "“소인, 이제 출발해도 되겠습니까?”\r\n“아직 안 된다. 치토세.”\r\n“알겠습니다.”\r\n\r\n고요한 작은 연못. 시냇물은 위쪽 암벽에서 작은 폭포를 이루어 떨어졌다가, 다시 시야 너머로 유유히 흘러갔다.\r\n대저택을 제외하면 이곳은 치토세가 가장 자주 찾는 곳이다. 그 이유는……\r\n오늘의 수행은 ‘물’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이다.\r\n치토세는 이해되지 않았다. 분명, 자신의 검법으로 풀, 나뭇잎, 진흙, 나무 심지어 거대한 바위도 베어 낼 수 있었다.\r\n하지만 ‘물’은 어떻게 베어야 한단 말인가?\r\n칼을 물속에 찔러 넣으면, 물은 언제나 칼에 맞게 모양을 바꾸었다.\r\n칼을 들어 올리면 물방울이 칼끝을 따라 함께 올라오고, 칼을 휘둘러 내리면 물방울도 함께 아래로 떨어졌다.\r\n어떻게 해야 물을 베었다고 할 수 있을까?\r\n칼을 물속에 가로질러 꽂는 걸까? 물은 칼날을 휘감거나, 그 아래로 빠져나갈 뿐이다. 물은 자유롭고, ‘무’과 ‘유’가 하나로 녹아든 존재다.\r\n칼을 휘둘러 파도를 일으키는 걸까? 물은 솟구치고, 뒤엉키며, 소용돌이치지만, 결코 바위나 흙처럼 선명하게 끊긴 결과를 남기지는 않는다.\r\n치토세는 이해되지 않는 일이 너무 많았다.\r\n치토세는 시냇물과 연못을 마주하며, 생각하고, 칼을 휘두르고, 좌선하고, 다시 칼을 휘두르고, 또 생각했다……\r\n치토세는 조금 피곤했다.\r\n오늘 200번째 칼을 휘두르던 순간, 치토세는 발바닥에 묻은 물방울을 눈치채지 못했다.\r\n“……!?”\r\n치토세는 미끄러졌고, 연못으로 빠져버렸다.\r\n\r\n치토세는 물속의 차가움이나 숨 막히는 감각을 오래 경험하고 싶지 않았기에,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다행히, 이곳의 수심은 치토세의 무릎 정도 깊이였다. 다만, 바로 이곳의 위에서 시냇물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r\n치토세의 머리카락은 폭포수에 휩쓸리며, 다소 흐트러져 있었다.\r\n\r\n“그런 거였어.”\r\n치토세는 자리를 뜨지 않은 채, 위에서 아래로 이어지는 수류를 계속해서 느꼈다.\r\n\r\n그제야 치토세는 깨달았다. 자신이 지금까지 이걸 몰랐던 이유는 줄곧 칼을 휘두르기만 했을 뿐 제대로 손에 물을 쥐어보거나 몸에 맞은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r\n이제, 치토세는 수류와 하나가 되었다.\r\n\r\n치토세는 숨을 고르고 다시 칼을 들었다.\r\n소녀의 몸을 타고 흐르던 유속이 점점 느려졌다.\r\n가늘게 흐르던 물줄기가 소녀의 손끝과 칼날에서 흩어졌다.\r\n\r\n폭포에서 쏟아져 내린 물줄기는 마치 부드럽게 떠받쳐져 이끌리는 듯,\r\n치토세의 칼날을 따라 허공에 원을 하나 그렸다……\r\n이러면…… '물을 베었다'라고 할 수 있을까?\r\n치토세는 답이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처음으로 어떤 확신이 들었다.\r\n“물. 정말 신비한 존재네요.”\r\n\r\n“소인…… 이제는 출발해도 될까요?”\r\n“아직 안 된다. 치토세.”\r\n잠시 침묵이 흘렀다. “너무 성급하구나, 치토세.”\r\n\r\n“밖으로 나가려거든…… 적어도 젖은 옷의 물기를 털어내고, 머리카락과 몸을 말려야 하지 않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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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27.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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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27.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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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27.3": "용과 봉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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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27.4": "“도대체 뭘 그리는 거야?”\r\n\r\n치시아 곁에서 그녀가 그린 영부를 가리키며, 의심하거나, 경멸의 기색까지 보이는 경우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r\n사실상 그럴 만도 했다. 일반적인 영부라면 경문이 적혀있거나, 진짜처럼 보이는 신령한 수호 동물이 그려져 있거나, 혹은 보다 통속적인 축복의 문구가 쓰여 있었다. 어쨌든 그럴듯해 보이고 신뢰를 주었다.\r\n하지만, 치시아는 그런 영부를 그린 적이 없다.\r\n치시아가 붓을 들고, 붓끝에 먹물을 적신 다음 화선지에 필획을 그르면, 첫 획을 긋는 그 순간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치시아가 무엇을 그릴지 예측할 수 없었다.\r\n형체를 알 수 없는 동물, 삐뚤빼뚤한 글자, 의미를 알 수 없는 기호. 심지어 온통 까맣게 칠하기도 했다.\r\n치시아는 언제나 보통의 사람들과는 달랐다. 그래서 보통의 사람들도 뾰족한 말들로 되받아쳤다.\r\n“그게 정말 쓸모가 있어?”\r\n“잘못하고 있는 거 아니야?”\r\n“날 놀리는 거지?”\r\n치시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치시아의 필묵은 상식의 범주를 벗어나 있었고, 오로지 자기 세계의 법칙 안에 존재했다. 그것은 오직 자신만이 볼 수 있는 세계였기에, 어떤 의심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치시아는 자신이 구축한 술식에 절대적인 확신이 있었다.\r\n“효과가 없으면, 날 찾아오게. 3배로 환불해 줄 테니.”\r\n치시아는 늘 이렇게 말했다. 얼굴엔 먹물이 여기저기 묻어, 꼭 얼룩 고양이 같았고 별다른 설명은 하지 않았다.\r\n\r\n날이 갈수록, 치시아의 그림에 의해 보호받는 이들은 점점 늘어났다. 아무 의미도 없어 보이고, 엉뚱해 보이던 낙서들이 어느새 ‘믿을 만한 것’의 대명사가 되었다.\r\n그리하여, 날카로운 말들도 점차 줄어들었다. 물론, 여전히 치시아가 붓을 들 때면 눈살을 찌푸리며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런 평가만 있는 건 아니었다. 누군가는 해석했고, 누군가는 응원을 보냈으며, 누군가는 치시아가 그린 어설픈 병아리를 현사 교파의 새로운 수호 동물로 여겼다.\r\n치시아는 얼룩 고양이처럼 얼굴에는 먹물투성인 채로, 큼지막한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치시아는 사람들이 도대체 무엇을 논쟁하고 있는지 이해되지 않았고, 신경을 쓰고 싶지도 않았다.\r\n치시아가 현사가 되던 날, 스승은 치시아에게 붓을 건넸다. 그때 스승이 해준 말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r\n자기 상상력을 과소평가하지 말거라.\r\n속세의 규칙에 얽매이지 말거라.\r\n창작을 두려워하지 말거라.\r\n\r\n치시아는 붓을 휘두르며 여전히 영부를 곁에 두고, 보통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이변과 공포에 맞섰다.\r\n이것은 오직 현사만의, 용과 봉황의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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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28.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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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28.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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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28.3": "대낮의 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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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28.4": "“눈을 감아라.”\r\n“호흡을 가다듬거라”\r\n“어떤 방에 서 있다고 상상해 보거라. 그곳은 따뜻하고, 조용하며, 평생 누구에게도 방해받을 걱정이 없는 곳이다.”\r\n“지금…… 뭐가 보이느냐?”\r\n어린 소녀는 스승이 시키는 대로 해보려 했지만, 머릿속은 그저 새하얗기만 했다.\r\n소녀는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 그렇게 말하면, 수행이 미흡하다고 여겨져, 스승님께 꾸지람을 들을 게 뻔했다.\r\n침묵이 오랫동안 이어지자 불안했다. 소녀는 답해야만 했다.\r\n“꽃이…… 많이 보입니다. 전 정원에 서 있습니다.”\r\n“정원? 어떤 꽃이 피어 있느냐? 활짝 폈느냐? 아니면 시들었느냐?”\r\n“음……”\r\n사소한 거짓말은 날카로운 질문 앞에서 무너졌고, 나노하 결국 백기를 들었다. 소녀는 눈을 질끈 감고 스승님의 꾸지람을 기다렸다.\r\n“마음 수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내면을 진심으로 대면하는 것이다. 자기를 속인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r\n“타니카제의 일원으로서, 우리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도 마주해야 한다. 만약, 현실에서 벗어날 공간을 상상해 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아주 힘들 것이다.”\r\n“이건 평상시의 훈련과는 다르니 조급해하지 말거라.”\r\n나노하는 여전히 스승님의 말을 이해하진 못했지만, 스승님이 꾸짖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r\n“그런데, 그 ‘정원’ 말이다, 마당에 있는 그 화단을 말하는 것이냐?”\r\n“그렇습니다.”\r\n마음이 조급해진 순간, 나노하의 머릿속에 첫 번째로 떠오른 건 작고, 생기가 없는 화단이었다. 한때 그곳에는 해바라기가 자랐지만, 지금은 축 늘어진 줄기와 손만 대도 바스러질 것 같은 마른 잎들뿐이었다.\r\n소녀는 종종 꽃밭에 말라붙은 해바라기씨를 멍하니 바라보곤 했다. 나노하는 해바라기꽃이 피는 모습을 상상했다, 분명 아주 예쁠 것이다.\r\n\r\n다음 날 저녁. 나노하가 외출하고 돌아와 보니, 화단의 흙이 다 파헤쳐져 있었다. 시든 해바라기도 보이지 않았다.\r\n나노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때, 뒤에서 스승님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r\n“앞으로 물을 주고 묘목을 돌보는 모든 잡일은 네가 맡거라.”\r\n그해 여름, 나노하는 마침내 찬란하게 만개한 꽃밭을 보았다.\r\n한때 텅 비어 있던 자리는 막 피어난 황금빛으로 물들었고, 소녀는 마침내 세상과 단절된 작은 세계를 세웠다, 그곳은 흙처럼 부드러우면서 단단했다.\r\n\r\n그 후. 나노하는 그 정원을 떠났고, 지난 시간은 정성스레 봉인되었다.\r\n\r\n나노하는 조직의 지시를 받아 다친 선배를 돌보게 되면서, 오랫동안 멀어져 있던 기억의 정원으로 다시 돌아왔다.\r\n선배는 나노하의 스승과 일면식이 있었던 듯, 감회에 젖어 말했다.\r\n“이 정원은 정말 좋구나. 예전에 나도 몇 번 와본 적이 있었지…… 그때 넌 아직 어렸어.”\r\n“그때, 네 스승에게 이런 땅에 화초를 심지 않고 그냥 두기엔 너무 아깝다고 했지. 그런데 지금도 여전히 그대로구나.”\r\n나노하는 어리둥절해하며 대답했다. “예전에 해바라기를 심었었어요.”\r\n“그럴 리가? 네 스승은 조직이 마당을 함부로 손대지 못하게 한다고 했었어. 사람이 살지 않은 것처럼 위장해야 한다고 말이야. 내가 거의 해마다 한 번씩은 들렸는데, 해바라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r\n\r\n황금빛 방안에서, 나노하는 가능성을 하나씩 떠올렸다.\r\n탑에 오르면 기억을 잃게 된다.\r\n해바라기에 관한 기억은 또 언제 나노하의 머릿속에 들어온 걸까?\r\n그건 가짜였을까? 지어낸 것이었을까?\r\n스스로가 만든 허상의 꿈이었을까?\r\n나노하는 선배야말로 기억을 잃은 쪽이며, 이 모든 일이 정말 있었던 일이라고 스스로 믿고 싶었다.\r\n하지만 오래전 나노하가 배운 것처럼, 자기 자신을 속일 수 없었다. 진실을 증명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 흙을 일구고, 씨앗을 심고, 물 주는 법을 알려준 그 사람은 이미 사라졌다……\r\n스승님을 찾아야만 이 모든 비밀을 풀 수 있었다.\r\n스승님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r\n\r\n나노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햇살 속으로 걸어갔다.\r\n다음 여정은 어쩌면 끝이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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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29.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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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29.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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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29.3": "고양이의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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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29.4": "전설 속에는 ‘야옹신’이라는 존재가 있었다.\r\n야옹신의 왼쪽 눈은 달을 상징했다. 빛을 내뿜고, 모든 상처와 질병을 치료할 수 있었다.\r\n야옹신의 오른쪽 눈은 태양을 상징했다. 불꽃을 쏴 모든 죄악과 악령을 제거할 수 있었다.\r\n야옹문에 들어오면, 야옹신 샤통의 품 아래에서, 신도들은 가호를 입을 수 있었다.\r\n아, 물론. 들어오려면 돈을 내야 해. 1,000 도라 정도면…… 으악……\r\n\r\n아이들에게 그럴싸하게 떠들던 남자가 페인트 총알에 정통으로 맞았다. 총알이 터지면서 튄 액체는 그의 얼굴을 뜨겁고 얼얼하게 만들었다.\r\n“으아아악…… 매워, 너무 맵다고!!”\r\n통증에 어쩔 줄 몰라 하던 그 남자는 얼굴을 마구 문질렀다. 그 탓에 오히려 매운 액체가 더 예민한 부위까지 스며들고 말았다.\r\n“으아아악, 내 눈!!!”\r\n남자는 바닥을 구르며 발버둥 쳤다.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수는 웃음을 터뜨렸다.\r\n“푸하하하, 꼴좋다! 앞으로 애들 상대로 함부로 돈 뜯지 마.”\r\n사수는 다시 한번 페인트 총알을 남자의 발치에 쏘며 경고했다. “안 그러면, 이 샤통 님이 가만히 두지 않을 테니까!”\r\n역광 속의 실루엣이 애시 에리어의 먼지가 자욱한 흙길 위로 뒤틀린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웠다.\r\n그 순간, 바람이 불어와 사수의 흐트러진 머리칼을 흩날렸고, 그 거짓의 기운도 함께 날려버렸다.\r\n\r\n“샤통 님? 와…… 설마 진짜 야옹신이에요?” 아이들이 그림자 아래로 모여들었다.\r\n“아니, 아니지. 샤통 님은 샤통 님이고, 야옹신은 야옹신이라고…… 아, 물론 샤통 님이 야옹신일 수는 있지. 으하하!”\r\n사수의 괴상한 모습에 아이들은 슬그머니 반 발짝 뒤로 물러섰다.\r\n“가, 가자. 그, 그냥 말 걸지 말자!”\r\n겁이 많은 아이는 먼저 줄행랑쳤고, 용감한 아이는 손을 뻗어 총기를 살짝 찔러 보았다.\r\n“와, 내가 야옹신의 총을 만졌어!”\r\n“이건 ‘고양이 노리개-마전단장 개’야! 꼭 기억해 둬! 하하하하!”\r\n“너…… 너무 길어서 못 외우겠어요. 그럼 야옹신, 안녕히 계세요!” 아이들은 웃으면서 사수와 작별 인사를 했고, 이 좁은 골목도 드디어 평온을 되찾았다.\r\n\r\n“야옹……” 구석에 어지럽게 쌓여 있던 종이 상자 더미가 살짝 흔들리더니, 곧이어 작은 고양이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r\n조금 전 소동에 놀라 틈새로 숨은 작은 고양이가 경계하며 살짝 머리를 내밀었다.\r\n그러자 눈앞의 파랗고, 자기보다 훨씬 큰 생물의 아름다운 두 눈과 마주쳤다.\r\n“으앙…… 야옹……!” 날카로운 울음소리와 허겁지겁 달아나는 소란이 지나간 뒤, 이 골목 구석엔 소녀만 남게 되었다.\r\n\r\n“흥, 쥐처럼 겁 많은 고양이네!” 사수는 심통을 부리며 자기의 ‘고양이 노리개’를 등에 둘러멨다.\r\n“방금 울고 있던 그 야옹신, 꽤 흥미롭네…… 카시미라도 계속 날 피하니, 차라리 야옹신이나 한번 찾아볼까. 히히.\r\n과연 야옹신 오른쪽 눈의 불꽃이 강할지, 아니면 이 샤통님의 총이 강할지, 한번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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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30.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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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30.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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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30.3": "오후의 틈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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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30.4": "오후의 햇살은 빛났고, 산들바람은 나무 그림자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어느 평온하고 평범한 날이었다.\r\n윌로는 책상 앞에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업무를 처리 중이었다. 윌로는 늘 끝나지 않은 일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책상 위에 식어 버린 차를 바라보고 있었다. 펜을 쥔 손은 멈추지 않았으나, 마음은 어디론가 살짝 떠 있는 듯했다.\r\n윌로는 손님이 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r\n윌로의 예감에 응답하듯, 집 밖에서 매미가 시끄럽게 울었고, 몇 차례 수상한 소리와 함께, 열린 창문으로 불쑥 실루엣 하나가 비쳤다. 사람보다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r\n“헬로……! 윌로 씨, 오늘도 바빠?”\r\n윌로는 창문을 넘어 들어온 라루와 눈이 마주쳤고, 적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r\n“라루 씨구나. 당연히 일하는 중이지.”\r\n땡땡이를 친 소녀는 햇살을 가득 받으며, 여느 때와 다름없이 디저트와 간식을 들고, 윌로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r\n“애프터눈 티 배달왔어! 쉬었다가 해~”\r\n\r\n윌로는 늘 농담처럼 말했다. 만약 어느 날 라루가 멀쩡히 대문으로 들어온다면, 그건 라루가 엄청난 사고를 쳤거나, 아니면 지리 협회와 은혜의지가 완전히 틀어져 수습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진 후일 거라고.\r\n그럴 때마다, 라루는 누구보다 떳떳하다는 듯 당당하게 변명했다.\r\n“나 땡땡이치고 나온 거거든? 몰래 빠져나온 사람이 어떻게 대문으로 뻔뻔하게 들어올 수 있겠어? 그러다간 몇 분도 안 돼서 바로 끌려갈걸?! 게다가, 이런 살짝 스릴 넘치는 상황이 바로 땡땡이의 묘미 아니야?”\r\n윌로는 라루의 당당한 태도에, 그저 흐뭇함과 약간의 부러움이 담긴 미소로 대답할 뿐이었다.\r\n라루가 매번 애프터눈 티를 챙겨오니, 윌로의 사무실 창문은 라루를 위해 비가 오든 눈이 내리든 어김없이 열려 있었다.\r\n\r\n“오늘은 또 어떤 감자튀김을 가져왔어?”\r\n윌로는 손에서 펜을 놓고, 서류들로 가득 찬 책상을 깨끗하게 치우며 애프터눈 티를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r\n라루가 입을 삐죽 내밀며, 가져온 음식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r\n“지난번에 감자튀김 별로라며? 마침 길모퉁이에 새로운 빵집이 생겼길래 도넛이랑 빵을 좀 샀어~”\r\n“어머, 내가 한 말을 기억하고 있었네?”\r\n윌로는 내친김에 가볍게 기지개를 켰다.\r\n“물을 받아 올게. 라루 씨, 오늘은 어떤 차 마실래?”\r\n“나는 오후 햇살을 느낄 수 있는 차로 부탁해.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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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31.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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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31.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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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31.3": "검과 도끼의 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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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31.4": "치토세가 처음 그녀를 본 건 어느 평범한 비 오는 날이었다.\r\n치토세는 평소처럼 침구를 꼼꼼하게 정돈하고, 겹겹이 말아 올렸다. 태도 세 자루도 차례로 정렬해 두었다.\r\n치토세의 수련 여정에는 정해진 경로가 없었기에, 매일 마음 가는 대로 발길을 옮겼다. 날카로운 칼날은 단 하나의 돌 위에서만 갈아지지 않는 법이니 말이다.\r\n하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며칠 더 머물렀다. 숙소 아래 매점에서 파는 주먹밥이 무척 맛있었는데, 그 맛에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r\n그럼에도 떠나야 할 날이 왔다.\r\n\r\n치토세가 배낭을 메고 문을 열었을 때, 아래층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r\n“이 주먹밥, 문제가 있어! 먹고 나서 배가 너무 아프잖아. 책임져!”\r\n“제대로 해명하지 않으면, 오늘 절대 그냥 안 돌아갈 거야!”\r\n매점에는 썩은 고기 냄새를 맡은 파리처럼 매우 흥분한 사람들이 가득 모여 있었다.\r\n그 광경에 치토세는 질색했다.\r\n치토세의 내공이 조금 더 깊었더라면, 저 가식적인 얼굴 아래 감춰진 악마를 베고, 칼로 변신하여 악마를 제거할 수 있었을 것이다.\r\n하지만 오늘은 이별을 기념하여 먹으려 했던 주먹밥을 먹지 못할 것 같았다.\r\n\r\n“흥분을 가라앉히세요. 감정적으로만 나오시면,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일단 사건의 자초지종을 제게 말씀해 주세요.”\r\n치토세는 위층에서 검은 옷을 입은 파란 머리의 소녀를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마치 물이 갈라지듯 흩어졌고, 엇갈리는 시선으로 그 불청객을 예리하게 주시하고 있었다.\r\n“저 제복…… 혹시 변호사야?” “매점 주인은 참 운도 없지, 이번에 아주 제대로 물어내게 생겼군.”\r\n치토세는 그 신분이 결코 존경받는 것이 아님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변호사란, 대체 누구를 위해 변호하는 존재인가?\r\n“…… 네, 알겠습니다.”\r\n“3일 전에 주먹밥을 구매했고, 어제저녁에 먹은 후 아팠다는 거군요.”\r\n“저기, 주먹밥을 집으로 가져간 뒤, 보관은 잘하셨나요?”\r\n……날카로운 칼날처럼, 적의 급소를 정확히 찔렀다.\r\n“요즘처럼 더운 날씨에 상온에 음식을 두면 쉽게 상할 수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손님께서는 가게에 문제가 있었다는 걸 직접적으로 증명할 수 없으니, 다음부터 더 조심하는 수밖에요.”\r\n\r\n사람들은 흩어졌고,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치토세는 여전히 난간에 엎드려 있었고, 가슴 속에는 이상한 충동이 일어났다…… 바로, 변호사와 겨뤄보고 싶다는 것이었다.\r\n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변호사와 겨룬다면 자신의 칼이 더 날카로워질 것 같았다.\r\n하지만 상대에겐 무기가 없었고, ‘칼’은 그런 비열하고 무례한 짓은 하지 않는다.\r\n치토세는 대결을 청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있을 때, 변호사 역시 치토세의 기운을 느낀 듯했고, 고개를 들어 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r\n…… 비의 장막 너머, 불에 달군 예리한 칼날처럼 붉고 뜨거운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r\n\r\n\r\n2년 후, 치토세는 수련 여정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r\n치토세는 자신만의 거처를 마련했다. 사람이 거의 찾지 않는 곳으로 오래되고, 수리가 되어 있지 않은 역참이었다. 치토세는 이곳을 ‘청우정’이라고 이름 붙였다.\r\n치토세는 오늘 아침 일찍부터 비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지나가는 여행가들을 어떻게 대접해야 할지 고민했다.\r\n예상대로 오후에는 강풍이 불었고, 자갈과 모래가 섞인 폭우가 내리며 지붕이 뒤집힐 뻔했다.\r\n어두운 하늘 아래, 사람 그림자가 비바람을 헤치며 힘겹게 나아가고 있었다.\r\n“저, 잠시 쉬어 가시겠습니까?”\r\n치토세는 긴 태도를 휘둘렀다. 그건 치토세만의 손님맞이 방식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겁에 질려 도망쳤다.\r\n그런데, 단단한 거대 도끼가 정면에서 내리꽂혔고, 칼과 도끼가 맞부딪히며 귀가 찢어질 듯한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r\n“괜찮습니다. 갈 길이 멀어서요.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r\n……부딪히는 칼날 사이로 붉은 눈동자가 비쳤다.\r\n강렬한 기쁨에 치토세는 칼자루를 꽉 움켜쥐었고, 단숨에 깊은 몰입 상태에 들어섰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지난 아쉬움을 만회하고야 말 것이다.\r\n\r\n싸움이 끝난 뒤, 저 사람은 청우정에 잠시 머물며 치토세가 직접 만든 주먹밥을 먹고 싶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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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32.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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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32.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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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32.3": "진실☆꿈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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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32.4": "“빨리 문 열어……!”\r\n“간다, 가……!”\r\n오필이 문을 열고 비켜서기도 전에, 미스티는 급하게 안으로 뛰어들어왔다.\r\n“문 닫아……!”\r\n“알겠어…… 잠깐…… 미스티, 난 리셉션 직원이 아니거든!”\r\n\r\n이곳은 마녀들이 몰래 가장 파급력 있는 뉴스를 만들어내는 작은 아지트였다. 노바 대륙의 거대 컴퍼니, 도시 상회의 기생충들, 은혜의지의 부패한 신관들, 겉만 번지르르한 갱단 두목들까지. 가장 골치 아프고, 가장 사실적이며, 가장 자극적인 스캔들이 탄생하는 진원지 말이다!\r\n레드 아이즈 신문은 이미 한물갔다!\r\n싸구려 종이신문 지면은 광고로 가득하고, 광고주 눈치 보느라 입 다물고 있는 걸 누가 모른단 말인가?\r\n\r\n“PR 기사나 광고에 뉴스를 끼워 넣는 건 앞으로 그만하자. 진짜 너무 이상하다고!”\r\n“우리 미스티의 평가는 여전히 신랄하다니까!” 오필은 환하게 웃으며 숨을 헐떡이는 손님에게 차를 따라주었다. “설마 또 기사 반려 당한 건 아니지?”\r\n미스티는 못마땅한 듯 오필에게 원고 뭉치를 던졌다.\r\n“봐봐. 내가 이 조사, 헛수고라고 했잖아……”\r\n“이거…… 지난주에 네가 말한 그건가……”\r\n“걔네가 딱 한 마디만 해주면 되는 건데. ‘탁’……2주 동안 잠입해서 오후 내내 도서관을 뒤지고, 밤새도록 원고를 썼어. 사진도 수십 장을 찍었다고…… 모두 헛수고였어!”\r\n“불쌍해라. 우리 미스티, 고생했네……!”\r\n“머리 만지지 마! 매번 이런 식으로 당하는 거, 오필도 화나잖아!”\r\n“난 그냥 진행자일 뿐이야. 컴퍼니에서 준 원고나 읽는 게 전부라고!”\r\n“그래서 부럽다니까. 예쁘고 목소리가 좋으니, 도도하게 마이크만 들면 더 할 일 없잖아!”\r\n“헤헤, 우리 미스티도 정말 고생했어. 그래서 문지기 해주러 여기 왔잖아!”\r\n\r\n미스티는 아직 기자 자격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레드 아이즈의 거물들에게 일찍이 블랙리스트로 찍혀 상태였다…… 그 탓에 미스티가 쓴 기사는 세 번의 추가 심사를 거쳐야 했다. 직원 기분을 상하게 하는 건 괜찮지만, 광고주의 심기를 건드리는 건 치명적이었다. 이런 사소한 일은 레드 아이즈만뿐만 아니라, 플라비오의 전체를 관통하는 기조이기도 했다.\r\n그래서 미스티는 자신이 뉴스를 내보낼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허름한 집을 구해, ‘진실의 드림 팩토리’라는 이름을 붙였다.\r\n\r\n“하지만, 미스티…… 이렇게 되면 기사는 전부 네가 써야 해.”\r\n“나도 알아!”\r\n“모든 사진도 네가 찍어야 하고, 자료 조사도 네가 뛰어다녀야 해.”\r\n“나도 안다고!”\r\n“잉크랑 종이도 네가 구해야 하는데?”\r\n“내가 그것도 모르겠냐고!”\r\n“하지만 미스티……”\r\n오필은 허둥지둥 원고를 정리하던 미스티에게 바짝 다가갔다.\r\n“그걸 하면, 도대체 뭐가 좋은데?”\r\n\r\n미스티는 움직이던 손을 멈췄다. 고개를 든 미스티의 눈엔 원망과 망설임이 함께 담겨 있었다.\r\n“내가 명색이 마녀잖아?! 이런 각오도 없으면……”\r\n“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는 수배를 당할 수도 있어. 거기다.”\r\n\r\n질문자는 자신의 아름다운 얼굴을 마녀에게 더 가까이 들이밀며, 더 진지하게 마녀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r\n“어쩌면 네가 한 일을 아무도 모를 거고, 누구도 고마워하지 않을 거야. 이런 걸 알고는 있어?”\r\n“흐음……” \r\n마녀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r\n“……아마, 난 아직 잘 모르는 걸지도 몰라……”\r\n\r\n“하.” 오필이 한숨을 내쉬며 한 걸음 물러섰다. “미스티, 그런 각오로는 안 돼.”\r\n\r\n“이제 말해줘, 날 이렇게 멀리까지 불렀잖아. 집을 지키는 거 말고, 내가 또 뭘 도와줄까?”\r\n그리고, 오필은 자신의 예쁜 셔츠의 팔을 걷어 올렸다.\r\n“시작하자. 오늘의 진실에는 아직 손도 안 댔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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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33.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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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33.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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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33.3": "해골과의 춤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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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33.4": "오늘 진료소에 꽤 흥미로운 환자가 찾아왔다.\r\n크루니스는 환자 진료기록부를 꺼내 성명란에 특별한 표시를 남겼다.\r\n“은혜의지에서 온…… 황혼청의 심문관 아가씨. 허허”\r\n\r\n“선생님. 요즘 몸이 안 좋은 것 같아요.”\r\n진료실 안, 수도복 차림의 환자는 힘겹게 숨을 몰아쉬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r\n“폐…… 아니, 심장이겠네요. 뭔가 묵직하게 아파요.”\r\n크루니스는 환자가 오른쪽 가슴을 누르는 손을 바라보다가, 자기의 신경이 곤두서는 걸 느꼈다……\r\n이 뻔한 거짓말은, 이 ‘환자’의 평범하지 않은 목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r\n\r\n“의사 선생님, 왜 청진은 안 하시고 왜 제 오른팔만 계속 쳐다보시죠?”\r\n환자가 또 금세 말을 돌렸다.\r\n“제 팔에 있는 휘장이 마음에 드세요? 아, 이 표식이 선생님께 어떤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건 아니죠?\r\n“일반적으로 말이 너무 많은 환자에게는 입을 다물게 하는 약을 처방합니다.”\r\n크루니스는 환하게 웃으며 보랏빛이 도는 약병을 집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 그 약병은 환자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r\n“많이 쓸까요? 많이 아플까요? 뭐, 마셔보면 알겠죠~”\r\n환자의 눈빛이 반짝였고, 입꼬리가 크루니스처럼 올라갔다.\r\n\r\n약은 식도를 타고 위장으로 넘어가며, 화끈거리는 열감을 퍼뜨렸다.\r\n알맞게 스며든 아릿한 통증이 오히려 기분 좋았다. 그 지나친 편안함에 그레이는 두 눈을 가늘게 떴다.\r\n그레이는 무언가 말을 꺼내려 했지만, 약효가 이토록 빨리 퍼지는 걸 느끼고는 깜짝 놀랐다……\r\n“읍…… 푸헙, 음……!” 의미 없는 소리가 연달아 입에서 새어 나왔다. 본인도 무슨 말을 하려던 건지 몰랐을 것이다.\r\n“……음!”\r\n그레이는 의사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레이는 사실 이런 말을 하고 싶었다. 자신이 심문실에서 쓰는 약보다 훨씬 더 효과가 좋다고, 그리고……\r\n이런 능력자가…… 왜 자신을 이렇게 쉽게 자신을 놓아주는 거냐고.\r\n\r\n“쿵!” 의사에게 쫓겨난 그레이는 수도복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냈다.\r\n그레이는 진료소 문 앞에 놓아두었던 삽을 집어 들었다.\r\n오늘은 그냥 그 흥미로운 ‘죽음의 신’ 의사에게 인사나 건넬 생각이었지만, 예상외로 꽤 큰 성과를 거뒀다. 그랬다, 그레이는 분명히 비밀의 냄새를 맡았다……\r\n바로, ‘죽음’과 함께 춤추는 냄새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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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36.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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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36.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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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36.3": "길 잃은 순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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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36.4": "“천사……? 절 데리러 온 건가요……?”\r\n“천사가 아니야. 잘 봐봐, ”수사의 복장이잖아…… 나야.”\r\n“미안해 언니, 점점 더 잘 안 보이네……”\r\n“내 잘못이지 뭐, 원장님 말 안 듣고, 밤에 몰래 만화를 봤더니 눈이 나빠졌어……”\r\n방 안에는 귀가 마비될 정도의 의료 신기의 소리가 반복적으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r\n병상에 누운 소녀는 곁에 선 수사를 바라보았다. 관처럼 순백의 공간 속에서 그 붉은 색은 유독 눈에 띄었다.\r\n\r\n“괜찮아. 사실 다들 날 ‘죽음의 신’이라고 불러.”\r\n“헤헤…… 거짓말. 죽음의 신이 수사의 옷을 입고 있을 리 없어.”\r\n그레이는 반박하지 않고, 며칠 전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r\n\r\n“네가 아모르 대성소 대표로, 거기 가서 며칠 머물다가 와…… 그냥 형식적으로라도 신이 아직 그들을 버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줘.”\r\n장로는 명령조로 재촉했다…… 장로는 그레이의 또 다른 정체를 알고 있었지만, 적어도 이곳에서는 선배로서 명령할 수 있었다.\r\n“거절하려는 건 아니지만, 나보다 더 적합한 사람이 있을 텐데……”\r\n“나는 더는 그 고집불통들과 누가 더 적임자인지를 주제로 논쟁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 네가 가.”\r\n“참, 떠나기 전에 옷 갈아입는 거 잊지 말고. 지금 네 모습은 마치 지옥에서 기어 나온 악마 같아, 밑창이랑 옷자락에 아직도……”\r\n\r\n그레이는 대충 짐을 싼 다음 바로 출발했다.\r\n매일 피비린내 속에 살아가는 그레이에게, 갑자기 진짜 수사 역할을 맡기겠다고 하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r\n하지만, 막상 그레이가 그곳에 도착하자 너무나 익숙한 ‘죽음의 냄새’가 났다.\r\n\r\n원장은 그레이를 데리고 수도원 안쪽 방으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쇠약해진 소녀가 누워 있었다.\r\n“이 아이는 어릴 때 버려졌어. 여기서 자랐고, 지금은 아주 독실한 신자가 되었지…… 하지만, 이 아이의 병은 몇 년 동안 지속됐고 이제 한계에 이르렀어. 아마 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 너무 가여워.”\r\n“……누구, 누구세요……”\r\n“아니야, 일어나지 말고 누워 있거라. 수사 님께서 널 보러 오셨단다.”\r\n“전 수사가 아니……”\r\n“아, 그렇군요…… 수사 님, 신께서 제 기도를 들어주셨네요…… 다행입니다. 정말……”\r\n그레이는 어리둥절했다. 크고 작은 수많은 전투를 겪었지만, 이렇게까지 당황스러운 적은 없었다.\r\n“……그냥 언니라고 불러. 나는 수습 수사…… 같은 거니까.”\r\n오랜 침묵 끝에, 소녀는 담담히 인사를 건넸다.\r\n\r\n“언니…… 너무 아파요……”\r\n소녀의 몸부림과 신기의 경고음에 그레이는 정신을 차렸다.\r\n치료보다 상처를 입히는 쪽에 익숙한 그레이는 거의 반사적으로 소녀의 손이 자신의 팔을 잡게 했다.\r\n잡힌 팔이 서서히 붉어지더니, 곧 피가 배어 나올 듯했다…… 소녀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r\n“언니…… 너무 아파요.”\r\n“고통스럽다는 건 살아 있다는 증거야.”\r\n“언니는 아픈 게 무섭지 않아요……?”\r\n“……난 고통스럽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야. 그러니, 고통스러우면 이 언니에게 나눠줄래?”\r\n소녀는 잠시 망설였고, 원래도 꽉 쥐고 있던 손에 더 힘을 줬다. 마치 그레이의 기대에 응하는 듯했다.\r\n“언니…… 언니도 아프면 신을 생각해요……?”\r\n“언니…… 신께서는 제 기도를 들어주실까요……?”\r\n“언니…… 왜 고통스러워야 살아갈 수 있어요……?”\r\n“언니…… 아직 있어요……?”\r\n\r\n멀리서 종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은 검은 옷을 입고 마당에 모였다. 원장은 아이들을 데리고 찬송가를 함께 불렀다.\r\n그레이는 몸을 숙여 팔에 남은 상처를 어루만진 다음, 비석 앞에 하얀 장미를 바쳤다.\r\n“고통스러운 순례였어. 하지만 이제 더는 고통받지 않아도 돼.”\r\n“은혜의 신이 널 지켜주길……”\r\n그레이는 경건하게 눈을 감았다.\r\n“……널 위해 기도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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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37.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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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37.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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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37.3": "전설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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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37.4": "여기 새로 생긴 인형 뽑기 가게는 장사가 아주 잘 됐고, 이곳의 인형들은 하나같이 특별했다.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r\n“오랜 시간 세심하게 보살핌을 받은 탓에 사랑과 영혼이 깃들었어.” 나즈나가 한껏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지만, 사람들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어리둥절해했다.\r\n“그러니까……인형이 잘 관리 되고 있다는 뜻이죠?” 후유카는 나즈나의 말을 이해해 보려 했다.\r\n“맞아! 그리고 인형한테 달린 작은 액세서리를 좀 봐. 딱 맞춤 제작처럼 보이잖아. ”\r\n인형에 관한 주제가 나오면, 나즈나는 말이 많아졌다.\r\n“적절하고 전혀 과하지 않잖아. 이건 사랑이 넘쳐나야만 할 수 있는 거야!”\r\n나즈나는 이렇게 말하면서 군침을 삼겼다.\r\n“……그러니까, 딱 하나만 데려갈 수 있다면……!”\r\n\r\n“안 돼! 집에 놓을 데도 없잖아. 그리고, 오기 전에 약속했잖아? 오늘은 그냥 구경만 하기로.” 카에데가 나즈나의 기대를 깨뜨렸다.\r\n“맞아. 그리고, 얘가 정말 뽑기라도 한다면……” 나츠카도 한숨을 내쉬었다. “이 가게는 오늘을 못 넘기고 망할 거야. 내 말 맞지? 인형뽑기 고수?”\r\n그랬다. 이 가게에서는 마음에 드는 인형을 바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형 뽑기로 운에 맡겨야 했다!\r\n“후훗…… 내 신들린 실력을 보여 줄 기회라고. 내가 자비를 베풀길 기도해.”\r\n\r\n“저기요! 혹시 인형뽑기 잘하세요?” 두 사람의 대화는 한 아이의 천진난만한 질문으로 중단되었다.\r\n네 사람은 일제히 이 작은 방해꾼을 바라봤다.\r\n“음…… 어?” 나즈나는 어리둥절해했다.\r\n“방금, 저 누나가 누나를 ‘인형뽑기 고수’라고 불렀잖아요. 그러니까, 누나는 인형을 정말 잘 뽑는 거죠?” \r\n“잘 뽑기는 하는데……”\r\n“부탁할게요, 인형뽑기 고수님! 통통이를 뽑아주세요!”\r\n“뭐라고?”\r\n\r\n“통통이”는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인형 이름인 것 같았다. 그 아이가 모은 용돈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여전히 그 인형을 뽑지 못하고 있었다.\r\n\r\n버튼을 누르고 동전을 넣었다. 그리고 “딸깍…… 위잉…… 타닥……”.\r\n“자, 소중히 잘 대해주렴.” 나즈나는 순식간에 이 어려운 임무를 완수하고 ‘통통이’를 그 아이에게 주었다.\r\n“와. 고마워요, 누나. 누나는 정말 인형뽑기 고수에요!” 아이는 인형을 안고 기뻐서 펄쩍펄쩍 뛰며 떠났다.\r\n“역시, 나즈나……”\r\n“……확실히 잘하긴 해.”\r\n“오늘은 그냥 손만 가볍게 푼 거야. 이제 집에 가자. 다음에 기분 나면 또 오자……”\r\n\r\n가게 문을 막 나서자, 아까 나간 그 남자아이가 어떤 여자아이에게 길을 가로막힌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여자아이는 남자아이 손에 든 통통이를 빼앗으려는 듯했다.\r\n“손 떼! 이건 내가 방금 인형뽑기 고수한테 부탁해서 뽑은 통통이야!” 남자아이는 바닥에 쪼그린 채 인형을 꽉 안고 있었다.\r\n“손은 네가 떼! 네가 뭔데 내 퐁퐁이한테 멋대로 이름을 붙이고 그래!” 여자아이 역시 힘껏 그 인형을 붙잡고 있었다.\r\n“내 거야……”\r\n“내 것이라니까……”\r\n\r\n“이럴 땐 보통 어떻게 해야 해?”\r\n“……인형에 관련된 일이니, 나즈나한테 물어보자.” 나츠카의 시선을 따라 모두 나즈나를 바라봤다.\r\n\r\n“음……! 분명 뭔가 잘못됐어!” 나즈나는 망설임 없이 두 사람에게 달려갔다. “너희 둘, 멈춰!”\r\n세 사람이 한바탕 뒤엉킨 혼란이 진정되었다.\r\n알고 보니, 여자아이는 퐁퐁이라는 인형을 잃어버렸는데, 그 퐁퐁이와 통통이의 생김새가 똑같았다.\r\n“똑같이 생긴 것뿐만이 아니에요…… 바느질 자국, 보풀이 생긴 위치, 심지어 눈에 잘 띄는 작은 얼룩마저 똑같다면……”\r\n여자 아이의 설명을 듣자, 나즈나는 확신했다. 눈앞의 통통이는 퐁퐁이였다.\r\n“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r\n\r\n“분명 집게손 도둑이 벌인 짓이에요!” 여자아이가 분개하며 말했다.\r\n“집게손 도둑?”\r\n여자아이가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이건 애시 에리어 아이들 사이에서 떠도는 ‘아이들이 아끼는 인형을 훔쳐 간다는 도둑’에 관한 전설과 관련된 일이었다.\r\n수많은 인형이 그 악랄함에 당했고, 많은 아이가 아끼는 인형을 잃은 슬픔에서 오랫동안 헤어 나오지 못했다. 눈앞의 소녀 역시 그런 피해자 중 하나인 듯했다.\r\n“설마 이 가게가…… 그런 거였군.”\r\n‘사랑과 영혼’이 깃든 인형들이, 원래는 아이들한테서 훔쳐 온 거였어?\r\n……집게손 도둑이라니, 이게 바로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건가?\r\n“걱정하지 마.” 나즈나는 지금껏 본 적 없는 투지를 불태웠다. “인형뽑기 고수의 이름을 걸고, 내가 반드시 너희 친구들을 구할게!”\r\n“나즈나가, 어쩐지…… 아주 활력이 넘치네.” 카에데는 걱정되는 듯하면서도 흐뭇한 듯 얼굴을 감쌌다.\r\n“……내버려둬. 우리도 슬슬 싸울 준비를 해 둬야겠어.” 나츠카는 조용히 손에 든 지팡이를 닦기 시작했다.\r\n“싸운다고? 뭐? 누구랑?” 후유카는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된 것 같았다.\r\n\r\n그 후, 집게 손 도둑 전설에는 재미있는 결말이 덧붙여졌다. 어느 신비로운 인형뽑기 고수가 나타나 혼자 힘으로 인형 뽑기 가게에 있는 인형들을 싹 쓸어갔고, 아이들은 자신의 친구를 되찾아 아주 기뻐했다…… 분노에 찬 집게손 도둑은 분노를 표출했지만, 인형뽑기 고수에게 붙잡혀 법의 심판을 받았다!\r\n참으로 기쁘고, 축하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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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38.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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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38.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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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38.3": "파도빛 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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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38.4": "“날씨가 진짜 푹푹 찌네……”\r\n끈적해진 머리카락이 목덜미와 등에 엉겨 붙었다. 시아는 뒤척이며 자세를 바꿨지만, 도무지 낮잠을 잘 수 없었다.\r\n한여름이면, 시아는 긴 머리카락이 늘 성가셨지만 잘라내자니 아쉬웠다.\r\n낮잠 자기에는 글렀으니, 차라리 밖으로 나가보기로 했다.\r\n문을 열자마자 바깥의 뜨거운 공기가 훅 몰아쳤고, 해변은 마치 달궈진 불판 같았다.\r\n무더운 여름날, 피할 곳이 없었다.\r\n\r\n“살려주세요……!”\r\n“누구 없어요? 도와주세요!!”\r\n한 어린 소녀가 바닷속에서 허우적대며 물속으로 가라앉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쓰고 있었다. 친구들은 정신을 놓은 채, 어쩔 줄 몰라 하며 해안가에 서 있었다.\r\n시아는 그 장면을 보자마자, 발밑의 뜨거운 모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발을 벗고 맨발로 바다에 뛰어들었다.\r\n다행히도 어린 소녀는 해변에서 그리 멀리 가지는 않았다. 키가 너무 작아, 바다로 몇 걸음 더 들어갔을 뿐인데도 발이 닿지 않아 위험해진 거였다.\r\n“무서워하지 마. 긴장 풀고, 괜찮을 거야.”\r\n시아는 두 손으로 어린 소녀를 안고 빠르게 해변으로 데리고 나왔다. 친구들이 곧장 몰려왔다.\r\n“리라, 괜찮아……?”\r\n“우리가 잘못했어. 널 놀리지 말아야 했는데……”\r\n시아는 몇몇 키워드를 예리하게 포착했고, 인상을 쓰며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r\n아이들은 우물쭈물하며 말하지 못했다. 해변에는 튜브 몇 개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다 같이 놀러 온 것 같았다.\r\n“물고기가 제 친구라는 걸, 얘네가 안 믿어줬어요.”\r\n아무 말도 하지 않던 어린 소녀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목소리에는 억울함이 가득했다. “어제 엄마랑 같이 고기를 잡으러 갔다가, 머리가 큰 회색 물고기를 만났는데, 그 물고기가 계속 우리를 따라왔어요.”\r\n“그래서, 그 물고기랑 오늘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어요. 저한테 꼬리도 흔들었다고요.”\r\n“그래서 친구들이랑 같이 그 물고기를 보러 왔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안 나타나잖아요.”\r\n“그래서, 네가 직접 바다에 들어가 찾으려고 했던 거구나?” 시아는 대충 자초지종을 파악했다. “친구들이, 너랑 물고기가 친구라는 걸 안 믿어서,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거지?”\r\n\r\n아이들을 진정시킨 뒤, 시아는 아예 나무 그늘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또 무슨 사고라도 날까 봐서였다.\r\n“……언니, 튜브 받아요.”\r\n시아가 뒤를 돌자, 기대에 찬 어린 소녀의 눈빛과 마주쳤다. 마음속 깊은 곳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r\n\r\n……어린 시절의 시아 역시 물고기가 자신의 친구라고 굳게 믿었었다.\r\n물고기뿐만 아니라, 게, 조개, 불가사리 등등…… 바다에 있는 모든 것들은 늘 곁에 있는 친구들이었다.\r\n그땐 수영할 줄 몰랐지만, 튜브에 타고 파도에 몸을 맡기면 길고 긴 여름도 그리 힘들지 않았다……\r\n\r\n그래서, 시아는 튜브를 받아 들고, 어린 소녀의 손을 잡은 채 바닷가를 향해 함께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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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39.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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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39.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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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39.3": "여름 서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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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39.4": "카린은 기분이 좀 언짢았다.\r\n할머니의 일은 원만하게 해결했지만, 그와 동시에 새로운 고민이 생겨버렸다.\r\n오늘처럼 맑고 산들바람이 부는 날은 여름을 만끽하기에 딱 좋은 날씨여야만 했다. 시아와 함께 해변에서 게를 잡고 조개를 줍고, 함께 서핑을 즐기고, 저녁에는 해변에 앉아 석양을 보며 바비큐도 먹는 날이었어야 했다…….\r\n하지만 그녀의 아름다운 계획은 실현될 수 없었다. 지금 해변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r\n……이곳에 있어선 안 될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았다.\r\n\r\n\"와, 이 서핑보드 진짜 멋있다! 아야메, '초록이'한테 새 옷을 입혀줄 때가 된 것 같아!\"\r\n\"하지만 지금은 차를 개조할 예산이 없는걸. 큰 의뢰라도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r\n\"후후, 세이나가 관심 있다면 내가 간단한 서핑 정도는 가르쳐 줄 수 있어.\"\r\n\"와아——\"\r\n\r\n\"칼로에서 지금 가장 인기 있는 항해 여행가로서, 시아 씨가 바다에서 겪었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좀 들려줄 수 있을까?\"\r\n\"흥미진진한…… 이야기?\"\r\n\"응, 기묘할수록~~~ 더 좋아★\"\r\n\r\n……이 사람들, 대체 언제쯤 갈 거지?!\r\n카린은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시아가 온갖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손에 든 캔을 꽈배기처럼 찌그러트렸다.\r\n휴대폰이 울렸다. 확인해 보니 뜻밖에도 코하쿠에게서 온 문자였다.\r\n\"왜 같이 안 노는 거야?\"\r\n카린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며칠 전 예의상 억지로 연락처를 교환하긴 했지만, 사실 불필요한 연락은 전혀 하고 싶지 않았다.\r\n이 코하쿠라는 사람은 평소에 말도 별로 없었는데, 먼저 연락을 할 줄은 몰랐다. 카린이 어떻게 답장할지 고민하는 사이, 두 번째 메시지가 도착했다.\r\n\"솔직하게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는 네 마음을 모를 거야.\"\r\n카린은 벌떡 일어섰다. 멀지 않은 곳의 음료 가판대 옆에 코하쿠가 서 있는 게 보였다. 아무래도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몰래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이다.\r\n\r\n그래서 카린은 더 직접적으로 소통하기로 했다. 그녀는 코하쿠에게 씩씩거리며 달려가 그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말했다.\r\n\"왜 자꾸 쳐다보는 거예요!\"\r\n그녀는 코하쿠의 눈에서 놀람, 동요, 당황스러움 같은 감정들을 읽었다……. 곧이어 코하쿠의 얼굴이 서서히 붉어지기 시작했다.\r\n\"이, 이건 무슨 의미죠……\" 카린도 덩달아 어쩔 줄을 몰랐다. 얼굴 위로 내리쬐는 햇볕 때문에 몸이 점점 더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r\n\r\n\"코하쿠, 카린——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r\n\"어? 두 사람 얼굴이…… 왜 수박 주스처럼 빨개?\"\r\n\"나 먼저 갈게.\" 코하쿠는 그 말만 남기고 쏜살같이 도망쳤다.\r\n\"저기요! 대체 무슨 뜻이에요!\"\r\n하지만 카린의 물음에는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코하쿠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느라 등 뒤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위험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r\n\"아악—— 내 귀!! 이거 안 놔요?!\"\r\n\"드디어 만졌다! 최고야, 예전부터 진짜 만져보고 싶었어……. 아야메도 한번 만져봐!\"\r\n\"세이나, 이건 좀 아니지 않아……?\"\r\n\"좀 아닌 정도가 아니거든! 날 대체 뭘로 보는 거예요?!\"\r\n카린은 발버둥쳐 봤지만, 세이나의 힘이 훨씬 더 셌기에 소용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녀는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외치고야 말았다.\r\n\"시아—— 시아—— 다른 사람이랑 놀지 말고——\"\r\n\"어서 와서 나 좀 구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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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0.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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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0.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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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0.3": "용기의 주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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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0.4": "그 순간, 소녀의 머릿속은 새하얘졌다.\r\n답을 찾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r\n\r\n\"하앗!\"\r\n주먹은 폭풍을 일으켰고, 태산 같던 적이 분노하며 포효했지만,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r\n\r\n거대한 몬스터는 그 체형에 걸맞은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 이 일격만으로는 쓰러트릴 수 없었다.\r\n더 작은 몬스터들이 끊임없이 몰려왔고, 쓰러진 몬스터들은 눈앞에서 작은 산처럼 쌓여갔다.\r\n\r\n전황은 여전히 교착 상태였다.\r\n하지만 신기하게도,\r\n그녀는 자신이 질 거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r\n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 한참을 망설인 끝에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r\n\r\n신념...... 믿음...... 신뢰......\r\n......그리고, 아주 조금의 자신감.\r\n\r\n다른 사람과 함께 싸우는 게...... 이렇게 익숙해질 수 있구나. 소녀는 생각했다.\r\n수없이 연습했지만, 꿈속에서만 가능할 거라고 늘 생각했었다.\r\n\r\n심장이 세차게 뛰고, 이마에선 땀이 흘러내렸다.\r\n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위기, 짊어져 보지 못한 무거운 짐.\r\n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고, 편안했으며, 즐거웠다.\r\n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온 힘을 다했고, 그 통쾌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다.\r\n\r\n이 모든 감정의 근원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r\n자신에게 소중한 기회를 준 사람, 묵묵히 자신을 지켜주고 이끌어준 동료들.\r\n그리고 이번에는, 자신이 모두를 지킬 차례가 되었다——\r\n그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끝없는 용기가 솟아났다.\r\n\r\n그녀는, 절대 지지 않는다.\r\n거대한 적이 힘없이 쓰러지고, 등 뒤에서 환호성이 울려 퍼지고, 하늘의 빛이 숲을 뚫고 몸을 비출 때까지......\r\n그녀는 자신의 주먹을 바라보며, 벅차오르는 자신감을 확실한 승리로 바꾸어 손안에 꽉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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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1.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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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1.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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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1.3": "여정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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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1.4": "별의 탑에 있는 이야기책에는 어떤 대륙의 문화 풍습에 대한 묘사가 있었다. 그곳의 사람들은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날, 신의 탄생을 축하한다고 한다. 모두가 함께 맛있게 구운 치킨을 먹고, 따뜻한 벽난로 앞에 둘러앉아 선물을 열어보는 시간을 가지는데…… 그 선물은 하늘을 달리는 순록이 가져다준다고 한다.\r\n노바 대륙의 크리스마스와 상당히 비슷하다.\r\n그런데 순록이 선물을 가져다준다니……\r\n크리스마스 일주일 전, 라루는 창고 안에서 썰매를 발견했다. 그리고 예전에 알베도가 자신에게 주었던 채찍이 생각났다. 순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r\n\r\n이른 아침, 라루는 숲속에 가서 이끼를 뜯어 먹고 있던 순록 두 마리를 찾아, 당근을 들고 흔들면서 두 녀석을 자신의 집 근처까지 유인해 왔다.\r\n그러고 나서는 창고에서 썰매를 꺼내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잔뜩 실었다.\r\n썰매가 좀 더 근사하게 보였으면 해서 귀여운 인형도 몇 개 달았다.\r\n이제 순록이 썰매를 끌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일만 남았다……\r\n\r\n비행 마법은 아주 오래전에 배운 적 있었는데, 라루는 선생님이 야외 실습수업 때 가르쳐 주셨던 내용을 어렴풋이 기억했다. 그녀는 채찍을 들고서 기억을 더듬으며 주문을 외웠다. 주문을 다 외우자 휘두른 채찍이 눈안개를 흩뿌렸고, 빛이 춤을 추는 정령들처럼 썰매와 순록 사이를 오갔다.\r\n그러자 장식으로 달아둔 인형들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놀란 순록들이 고삐를 뿌리치려 하자 오히려 인형들이 그 고삐를 휘어잡더니 썰매를 끌고 설원 위를 질주하기 시작했다.\r\n\r\n어? 어? 어? 이게 아닌데!\r\n하지만…… 하지만……\r\n마법의 힘을 얻은 인형들은 썰매를 끌고 나아가고 있고, 그 옆에는 순록들이 자유롭게 달리고 있었다. 썰매 위에 넘어져 있던 라루가 몸을 일으키자 이른 아침의 햇살이 자신을 비추었다. 문득 이 정도 실수는 큰 문제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n\r\n“그냥 이대로 출발하지 뭐! 우리 같이 윌로한테 선물 주러 가자. 깜짝 놀라게 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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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2.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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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2.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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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2.3": "술 익는 밤의 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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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2.4": "이야기는 결국 모두가 웃는 결말로 끝나기 마련이다.\r\n\r\n밀수 사건을 해결한 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훠궈집에 모였다. 성격도 제각각인 여행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난 한 해의 모험담과 새해 소망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접시에 남은 마지막 새우 한 마리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r\n그렇게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연말 저녁 식사는 자정의 종소리를 맞이했다.\r\n\r\n창밖으로는 폭죽이 터지는 가운데, 살짝 취기가 오른 크루니스가 와인 잔을 들고 발코니로 나섰다.\r\n새해를 축하하는 불꽃을 보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밤바람이 스치자,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크루니스는 문득 누군가의 목소리가 빠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r\n어디 간 거지?\r\n크루니스가 누군가의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테이블 쪽에 앉아 세이나가 손짓발짓을 섞어가며 들려주는 며칠간의 활약 담을 듣고 있었다.\r\n그다음은…… 그러고 보니, 크루니스는 농담 삼아 새로 개발한 약을 시험해 보자고 했다가 당신이 허겁지겁 도망쳤던 일이 떠올랐다……\r\n아, 맞다. 밖으로 나갔지.\r\n크루니스는 생각했다. 음료가 다 떨어지자, 당신이 자진해서 모두의 음료를 사러 나갔고, 다들 주문하듯 저마다 마시고 싶은 맛을 외쳤다. 크루니스는 길게 적힌 주문지를 들고 가게를 나서는 당신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r\n\r\n지금쯤이면 올 때도 되지 않았나?\r\n가게 안은 대화 소리로 가득했고, 멀리서는 여전히 불꽃이 터지고 있었다. 크루니스가 고개를 숙인 순간, 마침 당신이 봉투를 들고 돌아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당신이 고개를 돌리자, 시선이 마주쳤다. 그 순간, 크루니스는 미소 지으며 당신을 향해 잔을 들어 올렸다.\r\n\r\n“새해 복 많이 받아.”\r\n크루니스가 말했다.\r\n목소리가 들렸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당신이 웃으며 손을 흔드는 모습은 분명히 보였다. 그 순간, 크루니스는 이 광경이 오래도록 간직할 추억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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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3.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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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3.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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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3.3": "혁신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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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3.4": "“피렌 님, 요청하신 자료입니다.”\r\n필리에의 혼란이 진정되면서 4년 전 그 사건의 진실도 마침내 대중 앞에 드러났다.\r\n피렌은 해묵은 사건 기록을 넘겨받았다. 누렇게 바랜 종이를 쓰다듬다가 익숙한 이름에서 손가락을 멈췄다.\r\n조르토 드 페르트로.\r\n전 아그리 유니온 연구개발부 부장인 그는 직권 남용과 뇌물수수, 상업 기밀 불법 유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r\n‘아버지.’\r\n\r\n문득 피렌은 소파에 단정히 앉은 누군가를 향해 넘어질 듯 비틀거리며 달려가던 어린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다가서기 직전에야 어머니의 가르침이 떠올랐고, 최대한 숙녀답게 행동하려 애썼다……\r\n“아빠…… 아버지, 안녕하세요. 오늘 아버지의 연구실에 가보고 싶은데…… 일하시는데 방해가 될까요?”\r\n“아니, 물론 와도 되지. 그런데 엄마한테 들키면 안 돼. 안 그랬다간, 아빠까지 외출 통제를 받을지도 모르거든……”\r\n어린 피렌은 커다란 두 손이 자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 감촉과 함께, 아버지가 자신과 몰래 집안 안주인이 정해둔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계획을 꾸미고 있음을 느꼈다.\r\n\r\n피렌은 어린 시절의 자신이 입가에 띠고 있던 그 미소가 지금의 자신에게는 얼마나 낯설어졌는지를 그제야 깨달았다.\r\n그 미소를 지어보려 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 이내 입안에서 피비린내 같은 쇠 맛이 번졌다.\r\n“드디어 진실이 밝혀졌어……”\r\n“4년을 기다렸어.” 곁에 있던 친구가 감회에 젖은 듯 말했다.\r\n“플라비오에서 마녀들이 많이 왔어. 너랑 독점 인터뷰를 하고 싶어서 안달 난 모양 같던데, 어떻게 할 생각이야?”\r\n피렌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응하지 않을 거야. 진실을 알고 싶어 온 거라면, 인터뷰 대상은 내가 아니지.”\r\n“알겠어. 사건 자료 정리가 끝나면, 적당한 마녀 몇 명을 골라 보도하라고 할게.”\r\n\r\n아버지는 이 결과에 만족해하실까?\r\n피렌은 멀찍이서 흐릿한 얼굴을 바라보았다.\r\n“하하, 아빠는 그런 식물을 길러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단다. 이건 분명 위대한 혁신이 될 거야. 네가 어른이 됐을 즈음엔 프로젝트의 성과가 일상의 일부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지. 꽤 재미있을 거야.”\r\n\r\n그렇다면, 저는 아버지의 뜻을 따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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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4.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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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4.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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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4.3": "봄빛 드리운 새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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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4.4": "크루니스는 대체 무슨 연구를 하고 있는 걸까?\r\n\r\n아는 거라고는 크루니스가 요즘 창오성 밖으로 자주 나간다는 것뿐이었다. 한 번 나가면 2일은 기본이고, 돌아올 때마다 약초와 소형 마물을 몇 마리씩 가져왔다. 그러고는 또 하루 종일 모습을 감췄다. 다시 등장하면 그 약초와 마물들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r\n굳이 따지자면, 그녀가 들고 다니는 주사기 안의 액체가 전보다 많아진 것 같기도 하고……?\r\n\r\n늘 몸에 지니고 다니는 그 거대한 주사기 속에는 대체 어떤 약물이 들어 있는 걸까?\r\n그녀가 그 약물로 무시무시한 마물과 싸우는 모습도, 별의 탑의 성해를 처치하는 모습도 본 적 있었다. 그때의 그것은 분명 효과가 끔찍한 치명적인 독약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이들이나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에게 주사할 때는 분명 사람을 살리는 약처럼 보였다.\r\n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r\n\r\n“내 주사기 안에 든 약물에 무슨 효과가 있냐고? 그건 딱 잘라 말하기 어려워.” 크루니스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최근에 어떤 약재를 구했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거든. 병을 고칠 수도 있고,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r\n그녀는 문득 무언가를 생각해 낸 듯 시선을 마주쳤다.\r\n“직접 테스트해 볼래? 오늘 만들어낸 약의 효과는 어떤지 말이야.”\r\n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크루니스의 거친 손길에 의해 침대 위로 눕혀졌다. 커튼을 치고, 그녀가 침대에 올라앉았다. 손에 든 주사기에는 눈 깜짝할 사이에 약물로 가득 차 있었다.\r\n그녀의 손에 들린 서늘한 빛을 내뿜고 있는 바늘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r\n“자, 잠깐만……!”\r\n“걱정 마. 금방 끝나. 죽지는 않을 거야.”\r\n“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r\n\r\n심장이 터질 듯 뛰고, 정말로 주사기가 몸에 꽂힐 것 같은 그때, 크루니스가 마침내 흡족한 듯 놓아주었다.\r\n“농담이야. 이 약은 아직 테스트 중이라서, 사람한테 쓰진 않아. 다만……” 그녀는 주사기를 거두며,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날 너무 쉽게 믿는 거 아니야? 이런 상황에선 바로 도망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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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5.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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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5.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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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5.3": "꽃밭의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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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5.4": "산바람이 숲을 헤치고 나뭇가지를 흔들며 정적 속에 나직한 ‘사각사각’ 소리를 남겼다.\r\n그러나 그 고요함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이내 숲속에서 거친 고함이 터져 나왔다……\r\n\r\n“양쪽에서 포위해! 반드시 잡아!”\r\n용병 몇 명이 숲에서 뛰쳐나왔다. 군화가 낙엽과 흙을 밟으며 어지러운 소리를 냈다.\r\n그들은 이미 오래 그녀를 추격해 왔다. 산기슭에서부터 줄곧 몰아붙여, 마침내 지형이 복잡한 숲속에서부터…… 숲의 끝자락, 드넓은 꽃밭까지 몰아붙였다.\r\n바람이 불자, 이름 모를 들꽃들이 겹겹이 일렁이는 물결처럼 넘실넘실 흔들렸다. 오토하는 그 꽃밭 한가운데 조용히 서서 포위해 오는 용병들을 쓱 훑어봤다.\r\n그녀는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다.\r\n\r\n“이렇게 된 이상,” 선두에 선 용병이 숨을 몰아쉬며 쏘아붙였다. “네가 가져간 것을 돌려준다면, 협상의 여지는 있어.”\r\n소녀는 대답하지 않았다.\r\n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손에 쥔 종이우산을 내려다보더니, 느긋하게 우산살을 하나하나 접기 시작했는데, 소중한 장신구를 이루어 만지듯 손을 조심스레 움직이며, 눈앞의 무기를 겨눈 추격자들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집중했다.\r\n“이봐! 내 말 안 들려!”\r\n“들렸사옵니다.” 마치 이웃의 인사에 답하듯 더없이 정중한 어조였다. “친절히 알려주셔서 감사하옵니다만……”\r\n소녀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그들을 바라봤다.\r\n“당신들이 쫓고 있는 제가 진짜 저라는 걸 어떻게 확신하시옵니까?”\r\n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산바람 한 줄기가 숲을 가로질러 불어왔다.\r\n꽃밭이 크게 출렁이고, 수많은 꽃잎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용병들은 흩날리는 꽃잎 사이로 그 소녀의 옅은 미소를 보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r\n타니카제 가사 대행의 대표라고 밝힌 소녀의 등 뒤로 종이우산들이 한 줄로 늘어서서 하나씩 차례차례 펼쳐졌다.\r\n다음 순간, 강풍이 흩어진 꽃잎들을 한꺼번에 쓸어 올렸다. 찰나의 순간이 지나고 용병들이 다시 꽃밭 한가운데를 바라봤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 종이우산 하나만이 꽃들 사이에 소리 없이 떨어져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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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6.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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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6.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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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6.3": "겨울밤 끝의 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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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6.4": "이번 소란을 잠재우고, 사건에 휘말렸던 여행가들이 모두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한 뒤,\r\n레이스는 혼자 캠프를 나와 얼어붙은 죽은 도시를 거닐었다.\r\n\r\n이곳에 온 후 연이어 많은 일이 벌어졌고, 그 탓에 레이스는 자신에게 남겨 두어야 할 시간이 있다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r\n그래서, 한때 자신을 길러 주고,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준 도시에서 기억을 더듬는 순례를 하기로 했다.\r\n늘 결단력 있고 거침없던 레이스였지만, 지금만큼은 눈이 소복이 쌓인 길거리를 천천히 걸었다.\r\n방향도, 목적지도 없이 시간이 멈춘 이 도시에서는 천천히 기억을 더듬어도, 느긋하게 걸어도 괜찮았다.\r\n\r\n간판이 반쯤 없어진 작은 가게가 보였다. 그곳은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빵집이었다.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늘 할아버지가 주신 아침값을 아껴 두고, 토요일 문 여는 시간에 맞춰 한정판 빵을 사러 달려가곤 했다.\r\n\r\n저기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거리는, 한때 불사냥꾼들이 개선하던 영예의 회랑이었다. 그 길은 도시의 중앙 공원까지 이어졌고, 매년 그곳에서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불의 축제가 열렸다.\r\n\r\n그리고 저기, 얼음으로 뒤덮인 공원 분수대가 있다. 레이스는 아침 훈련을 마치면 항상 분수대에서 옷과 무기를 깨끗하게 씻었다. 옆에 놓인 긴 의자에는 언제나 혼자 책을 읽던 언니가 있었다. 단 한 번도 서로의 이름을 묻지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같은 시간에 그곳에 나타났다. 마치 말 없는 인내의 겨루기를 하는 듯했다.\r\n\r\n어느 술집 앞에 이르자, 문득 무언가를 떠올린 레이스는 곧장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r\n그곳은 할아버지의 친구분이 운영하던 술집이었다. 어린 시절 늦게 돌아오는 할아버지를 모시러 올 때마다 점장은 온갖 이유를 대며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몇 년 후에 혼자서도 당당히 설 수 있게 되면, 이곳에서 자신의 영웅담을 이야기해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었다.\r\n\r\n시야 한쪽으로 바 테이블 구석에 방한포로 덮인 상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눈에 띄는 곳에 쪽지 한 장이 붙어 있었다.\r\n“길을 잃은 여행가에게 약간의 보급품을 남기니 부디 잘 버텨내길 바랍니다.”\r\n이건 점장이 죽은 도시에 발을 잘못 들인 여행가들을 위해 남겨 둔 비상 물자였다. 상자 안에 남은 보급품들로 미루어봤을 때, 실제로 도움받은 여행가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들은 저마다 감사의 쪽지를 남겼다. 어떤 여행가는 뒤이어 올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물자를 남기며, 얼굴도 모르는 이의 앞길을 응원했다.\r\n\r\n레이스도 따라 하기로 했다. 그녀는 남은 통조림을 갖고 왔고, 생강 탄산음료 한 병을 상징적으로 챙겼다.\r\n“노스헤임에 건배를, 그리고 모든 내일에 건배를.”\r\n텅 빈 술집을 향해 병을 들었다. 마치 이곳에 살던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처럼.\r\n레이스는 슬프지 않았다. 추억이 담긴 것들은 사라졌지만, 추억을 만든 이들은 여전히 존재했고, 멀지 않은 곳에서 새로운 터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으니까.\r\n\r\n떠나기 전, 레이스 역시 이곳에 쪽지를 남겼다.\r\n“나는 다시 이곳에 돌아왔고, 노스헤임의, 나의, 그리고 우리의 모험을 완성했다.”——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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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7.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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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7.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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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7.3": "편지는 바람을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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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7.4": "포근한 바람이 요로즈 택배의 창문을 넘어, 책상 앞에 앉은 세 소녀에게로 불어왔다.\r\n책상 위에는 새것부터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것까지 각양각색의 편지들이 잔뜩 쌓여 있다. 마물을 처치한 뒤로, 밀린 편지들을 드디어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r\n지금 소녀들은 저마다 종이와 펜을 손에 쥐고, 그리운 이에게 마음속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r\n\r\n보스께\r\n글로나마 인사드립니다…… 지난번에 편지를 보내주신 이후로, 벌써 며칠째 새 소식이 없으시네요.\r\n이대로 더 이상 연락이 없으시다면, 저희 요로즈 택배도 특별한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겠네요……\r\n“아휴, 프리지아, 뭘 그렇게 진지하게 쓰고 있는 거야……”\r\n\r\n편지를 읽던 소녀가 상체를 앞으로 기울여 양손으로 책상을 짚고 옆자리에 앉아 있는 소녀가 쓴 편지를 들여다보며 볼을 잔뜩 부풀렸다. 그녀는 작은 몸을 연신 들썩이며 불만을 표시했다.\r\n“토나가 말했잖아요. 보스가 답장을 안 하면 하트챗으로 연락하자고요.”\r\n프리지아의 진지한 눈빛에 토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빵빵한 두 볼을 풀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r\n“그게 ‘특별한 수단’인 건 맞지만…… 이런 식으로 사용해버리면 요로즈 택배가 무슨 이상한 악당처럼 보이잖아!”\r\n“그렇네요. 다시 생각해 볼게요……”\r\n프리지아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새 편지지를 꺼내 다시 열심히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r\n토나는 시선을 책상 옆에 있는 다른 소녀에게 돌렸다. 테레사는 책상에 엎드린 채, 만년필로 종이에다가 한 곳을 반복적으로 찍어 새카만 잉크 얼룩을 만들어내고는 잉크가 묻은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문질러 커다란 고양이 발바닥 모양을 만들었다. 테레사가 토나와 눈을 마주쳤다.\r\n“토나, 나도 써야 해?”\r\n“당연하지~ 그러면 마왕도 분명 답장해 줄 거야! 테레사는 쓰기 싫어?”\r\n“아니…… 호, 혹시 양식에 맞춰서 쓰지 않아도 돼?”\r\n“뭐? 헤헤헤.”\r\n토나는 엎드려 있는 소녀의 검은 머리를 힘껏 헝클었다.\r\n“아무렇게나 써도 괜찮아~ 보스한테 우리의 마음이 전해지기만 하면 되니까!”\r\n테레사는 두 눈을 반짝이더니, 곧장 창작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토나도 그제야 의자에 몸을 편히 기댔다.\r\n토나는 진심 어린 표정의 두 동료를 바라봤다. 그녀는 편지에 적힌 글씨 한 줄 한 줄, 그림 하나하나에 그런 진심이 담겨 있다는 걸,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마음속에서 흘러나오는 감정이 담겨 있다는 걸 알았다.\r\n이런 종이 편지는 가볍지만, 때로는 바로 그 가볍디가벼운 무게가 마음의 매듭을 푸는 데 필요한 마지막 도구가 되기도 했다. 배달원이란 그런 무거운 책임을 짊어진 직업이었다.\r\n거기까지 생각하고 나서, 토나도 봉투를 꺼내 다 쓴 편지를 접어 넣기 시작했다.\r\n갑자기 거세진 바람이 창틀을 넘어 실내로 들어왔다. 소녀들은 펜이 종이에 닿으며 내는 사각거리는 소리 때문에 바람 소리를 알아채지 못했다. 이내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고 책상 위에 쌓인 편지들과 제대로 고정하지 않은 편지지들이 천장 위로 날아올라 방 안 곳곳으로 흩어졌다.\r\n“아……”\r\n“으아아아…… 편지가 다 날아갔어……”\r\n“창문 닫는 걸 깜빡했네, 아이고~”\r\n토나는 머리를 콩 치고는 혀를 내둘렀다.\r\n“조금만 방심해도 모두의 마음이 찾기 어려운 구석으로 날아가 버린다니까.”\r\n“맞아, 그래서 이럴 때 배달원 겸 여행가가 나서야 하는 거지……”\r\n토나가 책상을 ‘탁’ 치며 벌떡 일어섰다.\r\n“자, 요로즈 택배, 긴급 임무다…… 요로즈 택배 안에 흩어진 편지를 전부 되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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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8.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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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8.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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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8.3": "메리 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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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8.4":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는 지인들에게 선물과 함께 축복을 전한다……”\r\n이런 말이 있긴 하지만, 크리스마스 전날 은혜의지 직원들에게 그럴 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들 다음 날 행사를 준비하느라 바쁘고, 다음날 배달해야 될 선물은 창고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오늘 밤 퇴근 시간은 어김없이 자정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였다. 직원들은 영혼 없는 축복 인사를 전하며 유령처럼 집에 돌아가 쪽잠을 자고는 다시 크리스마스의 '전투'를 시작해야 했다. \r\n\r\n“땡땡이 대마왕 라루도 야근을 한다고? 말도 안 돼!”\r\n선물 수량을 세고 있던 라루는 동료가 뒤에서 등을 탁 치는 바람에 정신이 번쩍 들면서 방금까지 새고 있던 숫자를 까먹고 말았다.\r\n몇 초 후, 라루는 절규했다. “으아…… 아아아아악!!! 이거만 다 세면 퇴근이었는데!”\r\n\r\n하지만 이번 크리스마스는 예전과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r\n가게 쇼윈도를 지나가던 중 라루는 나무 인형을 보았다. 뭔가 자신을 닮은 듯한 인형이었다. 저걸 선물로 준다면 누구에게 주는 게 좋을까?\r\n윌로? 그 이름이 떠오른 순간, 라루의 머릿속에는 이미 윌로의 의심 가득한 표정까지 나타나고 말았다.\r\n알베도? 아니다, 이렇게 귀여운 인형을 자신을 그렇게나 쪼아대는 상사에게 줄 순 없었다.\r\n그럼 마왕찡? 줬는데 싫어하면 어떡하지?\r\n라루는 딱히 답을 찾은 건 아니었지만, 매장에 들어가서 인형을 샀다.\r\n\r\n크리스마스는 정신없는 와중에 조용히 지나가 버렸다.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하루 종일 바빴던 라루는 집으로 돌아왔다. 탁자 위에 정성스럽게 포장된 선물이 눈에 들어왔다.\r\n이건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 하는 게 좋지 않을까?\r\n은혜의지의 사자로서 라루는 오늘 수백 개의 선물을 배달했다.‘크리스마스트리의 정령’으로서 오늘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제 이 라루님도 선물 하나쯤은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r\n생각이 여기까지 닿자 라루는 탁자 앞에 앉아 선물 포장을 뜯었고, 인형을 자신의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r\n\r\n올해의 크리스마스는 이렇게 지나갔다.\r\n라루는 귀여운 나무 인형이 자신의 손바닥 위에 뛰어올라 자신을 데리고 또 다른 눈 내리는 밤의 모험을 떠나는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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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9.1": "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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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9.2": "원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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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9.3": "Memory of St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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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49.4": "내디딘 한 걸음, 그게 바로 미래, 스텔라의 하늘이 페이지를 넘기네\r\n자, 손에 든 나침반이 이끄는 별이 뜬 곳으로\r\n순간이 빛이 되어 그 어떤 어둠도 갈라낼 테니까\r\n자, 시작의 종을 울려, 이 모험에 끝이란 없어\r\n\r\n수천광년 영구불변한 감정을 가슴에\r\n\r\n지도 없는 세계를 뛰어올라가자, 상처 입는 건 두려워 말고\r\n그 너머에 꿈이 있으니까, 너와 함께라면 돌파할 수 있어\r\n\r\n혼자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던 밤, 묻혀 있던 기억이 깨어나\r\n망각의 운명이 움직이기 시작해 Memory of Stella Days\r\n\r\n흩뿌려진 인연을 모아, 과거에 Bye Bye 할 수 있는 지금\r\n이제 망설임은 날려버리고 별 너머를 향해 달려 나가자\r\n\r\n살랑살랑 흘러가는 하얀 구름처럼\r\n수천광년 영구불변한 감정을 가슴에\r\n\r\n내일을 그려나가는 게 자신이라면, 다 보지 못한 미래를 되풀이하며\r\n지지 않겠다 다짐한 마음이 몇 번이고 이겨 낼 거야\r\n\r\n지켜야 할 건 이 장소라는 걸 기나긴 여행 끝에 알게 됐어\r\n가슴이 차올라, 새로운 시대로 Memory of Stella Days\r\n\r\n도달한 저 끝에 숨겨진 과거가, 마치 수수께끼를 푸는 심포니처럼 울려 퍼져\r\n넘기고 넘겨지고, 돌고 돌려지고, 얽매이진 않을 테니까\r\nJust the Beginning 용기를 품고 사랑을 다시 이 손에\r\n\r\n지도 없는 세계를 뛰어올라가자, 상처 입는 건 두려워 말고\r\n그 너머에 꿈이 있으니까, 너와 함께라면 돌파할 수 있어\r\n\r\n혼자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던 밤, 묻혀 있던 기억이 깨어나\r\n망각의 운명이 움직이기 시작해 Memory of Stella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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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50.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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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50.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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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50.3": "연회장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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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50.4": "술잔이 오가는 가운데, 만찬은 언제나처럼 원만한 마무리를 맞이했다.\r\n부딪히는 와인잔 속에서 얼마나 많은 소용돌이가 쳤든, 건네진 케이크 뒤에 얼마나 많은 계략이 있었든, 연회는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설령 그것이 겉모습에 불과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r\n\r\n“그래도 이렇게 순조롭게 끝나면, 좀 재미없지 않겠습니까~?”\r\n\r\n쾅.\r\n굉음과 함께 연회장 천장의 조명이 전부 꺼졌다.\r\n암흑에 갇힌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허둥지둥 불빛을 찾기 시작했다.\r\n마침내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r\n\r\n어디선가 날아든 빛줄기 하나가 건물 위를 똑바로 비추고 있었다.\r\n그 빛 속으로 한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고, 그 아름답고도 날렵한 실루엣은 빛과 그림자 사이를 쉼 없이 오갔다.\r\n당신은 그 휘날리는 긴 머리카락, 풍성한 꼬리, 그리고 그 상징적인 쿠나이를 자연스레 알아봤다. 당신의 마음속에는 이미 그것들의 주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답이 있었다.\r\n물론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이 ‘장난’이 어떻게 끝날지 지켜보고 싶었을 뿐이었다.\r\n\r\n그리하여 당신은 그 사람 형상의 실루엣이 갑자기 커져 빛을 완전히 가리고 사람들을 다시금 어둠 속에 빠뜨리기까지 지켜보기만 했다.\r\n곧이어 바로 가까이에서 유리가 산산조각 나는 소리가 들렸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r\n밤바람이 쏟아져 들어왔다.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가을의 냉기를 머금은 채로……\r\n\r\n샹들리에가 몇 번 깜빡이더니 이내 다시 정상적으로 켜졌다.\r\n소란이 마침내 가라앉았다. 사람들은 저마다 긴장한 얼굴로 자신과 곁에 있는 이의 안위를 확인하면서도, 하나같이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모여들었다.\r\n다행히도 사라진 사람이나 쓰러진 사람은 없었고, 창문 역시 멀쩡한 모습으로 꼭 닫혀 있었다.\r\n다만 편지 한 통만이 창틀 안쪽에 고요히 놓여 있었다.\r\n\r\n누군가 봉투를 집어 들어 조심스레 뜯었고, 편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화젯거리가 되었다.\r\n물론 당신은 그 소란에 끼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주위를 살폈고, 마침내 위층으로 이어지는 나선형 계단 위에서 목표를 발견했다.\r\n하지만 연회장에 특수 요원이나 닌자, 또는 괴도가 있을 리 없었다. 그 자리에 있는 건 새하얀 옷을 걸치고 종이우산을 돌리고 있는 백발의 메이드였다.\r\n그녀는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검지를 입술 위에 살포시 얹으며 미소를 보냈다.\r\n그러고는 우아하게 몸을 돌려, 소리 없이 더 높은 곳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r\n\r\n어째서인지 당신은 묘한 생각이 들었다……\r\n그녀는 처음부터 괴도의 편지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고. 그리고 당신이 그녀를 발견한 바로 그 순간, 두 사람은 이미 서로의 눈을 마주 보고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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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51.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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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51.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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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51.3": "별이 향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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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51.4": "“선생님~ 선생님~ 별 봐~”\r\n누군가 카나체의 옷자락을 잡아당겼고, 카나체가 돌아서서 고개를 숙이자 길게 삐죽 솟은 머리카락 하나가 여유로운 마음을 대변하듯 제멋대로 살랑거리고 있었다.\r\n“호타루 정말 대단해. 평소였다면 머리 위에 이런 풍경이 있는지조차 몰랐을 거다.”\r\n소녀는 자리에 앉아 천장의 별하늘을 바라보며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발란체’ 역시 소녀의 마음결을 따라 침묵한 채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r\n“어디 아파?”\r\n소녀가 고개를 저었고,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곁에 있는 선생님에게 물었다.\r\n\r\n“하늘의 별은 저렇게 예쁜데, 사람들은 별의 탑에서 왜 서로를 상처 주는 거야?”\r\n카나체는 멍해졌다.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은 언제나 가장 단순하고 순수하며, 진실한 법이다. 그래서, 이런 질문은 카나체조차 선뜻 답을 내놓지 못했다.\r\n“내 생각엔, 사람들이 자신이 걸어온 길은 알지만 앞으로 나아갈 미래는 알지 못해서일 거야. 그 불확실함에서 오는 공포 때문에 서로 다투게 되는 게 아닐까.”\r\n호타루의 삐쭉 솟은 머리카락 한 가닥이 구부러지며 귀여운 물음표 모양이 되었다.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선생님을 바라보았다.\r\n“미안하군…… 방금 한 말은 좀 어려웠을 거다.”\r\n“조금은 알 것 같아…… 하지만, ‘걸어온 길’이 뭐야?”\r\n\r\n카나체는 말을 이어가려다 멈추고는, 대신 부드러운 손길로 호타루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r\n“걸어온 길이란, 한 사람이 이 세상에 온 시작점을 말한단다.”\r\n“호타루는 별에서 왔으니, 저 끝없이 펼쳐진 은하수가 바로 네가 걸어온 길이지.”\r\n선생님의 손끝이 향한 먼 곳에, 더 많은 별자리가 앞다투어 빛나기 시작했다. 수많은 찬란한 별빛이 소녀의 눈동자에 담겼다. 소녀는 모든 빛이 시작된 곳을 어떻게든 붙잡으려는 듯 까치발을 들었다. 마치 금방이라도 저 먼 곳에 닿을 것만 같았다.\r\n하지만 호타루는 머뭇거렸고, 손과 솟은 털이 함께 축 늘어졌다. 카나체는 왜 호타루가 시무룩해졌는지 묻기 위해 몸을 낮췄다.\r\n“내 미래는 저기로 가야 하는 거야?”\r\n호타루가 선생님의 손을 꼭 잡자, 카나체는 그 의미를 읽어냈다.\r\n“호타루가 점점 더 똑똑해지네. 선생님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을 정도야. ”\r\n“하지만 약속할게, 호타루의 미래는 선생님이 너와 함께 찾아줄 거야.”\r\n호타루는 카나체를 바라보며, 작고 앳된 손을 선생님의 손등 위에 포개었다.\r\n“나도 선생님이랑 같이할래.”\r\n“난 선생님을 믿어. 선생님도, 날 믿어줘.”\r\n\r\n카나체도 그 여린 손을 맞잡았다.\r\n이 순간, 그 어떤 말도 이미 무색해져 있었다.\r\n별들 사이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가 되었고, 서로를 깊이 신뢰하며 영원히 함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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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52.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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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52.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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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52.3": "기적의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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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52.4": "기계 팔이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부품들을 조립해 맞추고 있었다. 복잡한 설계도들이 옆쪽 작업대 위에 흩어져 있었다. 스파클은 마지막 톱니바퀴가 홈에 딱 맞물릴 때까지 숨죽였다.\r\n“완성이야……!”\r\n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부품이 완벽하게 들어맞은 ‘새 발명품’에서 미세하게 ‘딸깍’하는 소리가 나더니 막 조립된 장치가 와르르 부서졌다.\r\n“아아…… 왜 또 부서지는 거야, 말도 안 돼! 재료 하중 계산은 틀림없이 몇 번이나 검증했단 말이야……”\r\n소녀는 짜증이 난 듯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렸다. 설계도를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보았지만, 너무 피곤한 탓인지 어디가 문제인지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r\n“설마 재료 문제인가……?”\r\n그녀는 고개를 돌리자, 다른 작업대 위에 그 토끼가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 그건 그녀의 걸작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외형에 이제 곧 장착될 예측 불허의 살상력까지 갖춘.\r\n소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라보라비를 바라보았다.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불꽃놀이처럼 터져 나왔다. 몽롱한 상태에서 동화책 「앨리시아의 지하 모험」을 처음 펼쳤을 때, 그 기상천외한 줄거리에 충격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r\n“지금도 귀엽지만, 나비넥타이를 바꾸면…… 나비넥타이 안에 총구를 숨길 수도 있겠지?”\r\n스파클은 천천히 자신만의 상상의 우주 속으로 빠져들었다. 지금 이 순간, 이 작업실은 단순한 방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우주였다. 톱니바퀴와 너트는 행성이 되고, 펼쳐진 설계도는 성운이 되었으며, 그 위에 생각나는 대로 덧입힌 기발한 아이디어들은 이 광활한 우주에서 그녀가 관측해 낸 별들이었다.\r\n\r\n다른 재료를 써보면 어떨까? 장난감 블록처럼 흔한 건 안 귀여운데…… 그러고 보니, 토끼한테 당근 모양의 미사일 포트를 만들어 주는 건 어떨까?\r\n스파클은 갑자기 영감이 떠올랐다.\r\n이야기 속에 나오는 토끼 신사의 회중시계도 있었다. 그건 소형 권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면 핀을 뽑아서 던지는 폭탄이라든가……?\r\n상상 속의 우주에서 눈앞의 라보라비와 주파수가 맞은 것처럼, 스파클은 휠체어를 작업대 쪽으로 몰았다. 그녀는 책상 위의 너트와 설계도 부품들을 옆으로 밀어냈고, 겨우 비워낸 좁은 자리에 새로운 설계 초안을 펼쳤다.\r\n펜촉이 종이에 닿았다. 첫 번째 선, 두 번째 선. 시간이 흐르면서 기상천외한 생각들이 종이 위에 펼쳐졌고, 더 위험하면서도 더 귀여운 발명품이 서서히 탄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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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53.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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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53.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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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53.3": "환희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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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53.4": "해가 지고, 붉은 노을이 미라슈 상공의 구름과 끝없는 황무지를 물들이면, 하늘과 땅 사이가 온통 금빛으로 물든 듯했다.\r\n이 무법의 땅에서, 망명자와 용병들이 결국 돌아갈 곳은, 황야의 모닥불도 아니고 피비린내 나는 혈투 끝의 적막도 아닌, 밤늦게까지 불을 밝힌 마을의 워터바였다.\r\n규모가 크지 않은 많은 용병단은 특정 워터바를 자신들의 거점으로 삼았다. 그곳에서 장비를 정비하고 작전을 논의하였으며, 임무를 마친 뒤에는 잔을 들어 자축하기도 했다.\r\n워터바 자체의 영업 수익은 용병단에 꽤 쏠쏠한 자금줄이 되어주었고, 용병단은 그 대가로 자신들이 운영하는 워터바에 필요한 안전을 보장해 주었다.\r\n\r\n하지만 어느 워터바에 발을 들이든, 반드시 기억해야 할 몇 가지 규칙이 있었다.\r\n1.무기 휴대 금지\r\n2.워터바 내에서 싸움 금지\r\n3.워터바 내에서의 결투는 엄격히 금지\r\n그 외에도 각 워터바가 위치한 세력권을 특히 유의해야 했다. 절대, 절대! 상대 조직의 구역에 발을 들여선 안 된다. 그랬다간 정말 흠씬 얻어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r\n\r\n미라슈의 수많은 워터바는 저마다의 시그니처를 자랑한다. 어떤 곳은 음식으로 유명하고, 어떤 곳은 분위기로 승부를 띄웠다. 취향에 따라 골라 갈 수 있었다.\r\n하지만 워터바 특유의 거칠고 야성적인 스타일과는 다른 정교한 요리를 맛보고 싶거나, 혼란스럽고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아닌 열정적이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즐거운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마을의 ‘유레카’ 워터바를 적극 추천한다.\r\n\r\n“샤통! 내 폭발하는 치즈 타르타르 당장 돌려줘!”\r\n“싫어! 이건 샤통 님이 실력으로 뺏은 거잖아! 왜 너한테 줘야 해!”\r\n이 워터바에서 제일 많이 듣게 되는 대화이다.\r\n\r\n“인당 하나씩이라고! 먹고 싶으면, 베니토한테 하나 더 만들어달라고 하면 되잖아?”\r\n“싫어! 베니토가 치즈 다 떨어졌대! 이게 마지막이란 말이야!”\r\n“그럼 더더욱 내 걸 뺏으면 안 되지! 게다가 이 테이블에 있던 나초도 거의 다 네가 먹었잖아! 그리고, 아까 네가 갑자기 탁자 위로 뛰어 올라가서 말하다가, 내려올 때 발밑을 안 봐서 타르타르를 바닥으로 떨어뜨린 거잖아.”\r\n\r\n조금 전까지만 해도 즐겁고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겨우 풀어지나 싶더니, 타르타르 하나 때문에 다시 험악해질 기세였다.\r\n이럴 때면 늘 누군가 나서서 상황을 수습해야 하는 법이다……\r\n“샤통~ 내가 한입 먹은 거라도 괜찮으면, 내 거 먹을래?”\r\n“음……”\r\n\r\n갑작스러운 호의에 샤통은 난처해졌다.\r\n베니토가 건넨 타르타르를 받지 않자니, 호의를 거절하는 꼴이 되고,\r\n그렇다고 자신의 ‘실력’으로 쟁취한 타르타르를 카시미라에게 돌려주자니, 샤통이 실력으로 얻어낸 것조차 결국엔 원래 주인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뜻 같아서였다.\r\n\r\n샤통은 화가 난 것이 분명해 보이는 카시미라를 한 번 쳐다본 뒤, 타르타르를 건네는 베니토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마지막으로 주변에서 자신을 가만히 응시하는 동료들을 훑어보았다.\r\n결국, 샤통은 베니토가 건넨, 한입 베어 문 폭발하는 치즈 타르타르를 순순히 받았다.\r\n“당연하지, 이 몸은…… 신경쓰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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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54.1": "메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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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54.2": "승리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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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54.3": "마이크로 원더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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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IP.214054.4": "“스파클, 봐봐. 이게 뭘까?”\r\n어머니가 등 뒤에 숨긴 선물 상자를 스파클의 손에 쥐여주었다. “아빠랑 엄마가 우리 스파클의 퇴원을 기념해 준비한 새…… 동화책이야!”\r\n“와아! 새 동화책이다!” 어린 스파클은 상자를 품에 안은 채 기뻐하며 제자리에서 빙글 한 바퀴 돌고는 허겁지겁 포장을 뜯었다.\r\n그 책 표지는 새것인 데다가 종이 향기를 풍기고 있었는데 이것은 스파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냄새였다.\r\n“「에메랄드 성의 마법사」?”\r\n“응, 엄마가 특별히 탑을 오르는 여행가 친구한테 부탁해서, 어린 소녀가 귀여운 동료들과 모험을 떠나는 동화책을 소원으로 빌어 달라고 부탁했단다~”\r\n“엄마도 우리 스파클이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한다는 거 잘 알고 있어, 그렇지? 하지만 엄마는 네가 아프지 않고 건강했으면 좋겠어……”\r\n“아, 그리고! 혹시 재미없으면 엄마한테 말해. 그럼, 다음엔 엄마가 직접 아빠를 황야에서 특훈시키고, 여행가로 만들어 탑에 오르게 할게!!”\r\n스파클은 자신과 함께 웃고 있는 어머니를 꼭 껴안았다. “응! 나, 집에서 얌전히 잘 있을게. 엄마가 선물해 준 동화책들, 전부 다 좋아!”\r\n그녀는 머리 위로 전해지는 어머니의 다정한 손길을 느끼며,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던 아쉬움을 말끔히 털어내 버렸다.\r\n\r\n스파클이 눈을 떴다. 꿈속에서 느꼈던 어머니의 따스한 온기와, 그 책의 내음이 고스란히 남아 있음을 깨달았다.\r\n토끼 머리 하나가 불쑥 눈앞에 나타났다. “^^ 스파클, 9시에 책장 정리 예정. 정렬 순서 조회 중: 도서명 가나다순? 아니면 출판일 순?”\r\n맞다! 어젯밤 자기 전, 라보라비의 일정을 조정했었다. 오늘, 공방 구석에 오랫동안 아무렇게나 쌓여 있던 동화책을 마음먹고 제대로 싹 정리하기로 했었다.\r\n그래서 어릴 적의 모습을 꿈에서 나왔나 보다…… 스파클은 마음을 바꿨다. “라보라비, 내가 직접 할게. 넌 쌓여 있는 책들 사이에서 책 찾아내는 것만 해줘~”\r\n“ㅠㅠ 안 됨. 지난번 책장 정리 계획 당시, 스파클이 책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하는 바람에 결국 중단되었음. 그러니, 이번 작업은 라보라비가 수행해야 해.”\r\n아하하하, 그런 일도 있었지.\r\n스파클은 조금 민망한 듯 코끝을 만지며 라보라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럼 부탁할게, 라보라비. 정렬 순서는 가나다순으로 해줘~”\r\n“^^ 접수.”\r\n\r\n책 정리는 라보라비에 맡겼고, 블롯치와 레오는 이미 차단해 둔 상태였다. 공방은 미리 설정된 궤도를 따라 흔들림 없이 나아가고 있었다.\r\n모든 것이 완벽했고, 새로운 영감도 곧 샘솟을 것 같았다.\r\n스파클은 찻잔을 들어 올렸고 모처럼 찾아온 여유로운 휴식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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